승부차기조차 쉽게 끝나지 않았다. 경기 시작 후 2시간 51분 만에 진짜 종료 호루라기가 울렸으니 속이 까맣게 탄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결국, 세계 최고 골키퍼들의 운명은 야속하기만 했던 승부차기에서 갈라지고 말았다. 노이어는 동료들과 팔을 벌리며 기뻐했고 부폰은 쓸쓸한 얼굴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요아힘 뢰브 감독이 이끄는 독일 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3일 오전 4시 프랑스 보르도에 있는 스타드 드 보르도에서 벌어진 UEFA(유럽축구연맹) EURO(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16 이탈리아와의 8강 대결에서 연장전까지 1-1로 승자를 가리지 못해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6-5로 이겨 4강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정규시간 득점 선수들의 승부차기 운명은?

UEFA 유로 2016 4강 지난 2일(현지시각), 프랑스에서 열린 독일과 이탈리아의 UEFA 유로 2016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독일이 승리하자 독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UEFA 유로 2016 4강 지난 2일(현지시각), 프랑스에서 열린 독일과 이탈리아의 UEFA 유로 2016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독일이 승리하자 독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이나 이 대회 유로 본선에서 독일은 이탈리아를 여덟 번 만나서 4무 4패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이번이 메이저 대회 아홉 번째 맞대결이었는데 역시 승부차기까지 갔으니 공식 기록으로는 무승부로 남는다. 그만큼 독일이 이탈리아의 파란 물결을 쉽게 넘어본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득점 없이 시작한 후반전에서 독일은 20분 만에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의 선취골로 앞서나가며 그 파란 물결을 넘을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골잡이 마리오 고메스와 왼쪽 풀백 요나스 헥토르의 측면 움직임이 매끄러웠던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2분 만에 어이없는 핸드볼 반칙을 저질러 페널티킥 동점 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탈리아의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수비수 조르지오 키엘리니의 머리에 공이 맞고 넘어오는 것을 바로 뒤에서 솟구친 제롬 보아텡이 만세를 부르듯 팔을 치켜들어 막아낸 것 때문이었다.

이탈리아는 이 동점 골 기회에서 수비수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오른쪽 구석으로 차 넣어 한숨을 돌렸다. 상대 골키퍼가 세계 최고라 인정받는 마누엘 노이어였지만 가벼운 속임 동작으로 동점 골을 완성했다.

그런데 이렇게 정규 시간 동안 골을 기록한 두 선수(메수트 외질,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공교롭게도 승부차기에서는 모두 실패하는 진기록을 남기고 말았다. 먼저 독일의 세 번째 키커로 나온 메수트 외질은 왼발 킥을 꺾어 차 오른쪽 구석을 노렸지만, 기둥을 때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다섯 번째 키커로 나온 레오나르도 보누치도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슈퍼 세이브에 오른발 킥이 막히고 말았다.

MOM,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

UEFA 유로 2016 4강 지난 2일, 프랑스에서 열린 독일과 이탈리아의 UEFA 유로 2016 4강 경기에서, 독일에 패한 뒤 이탈리아 골키퍼 지안뤼지 부폰이 슬퍼하고 있다.

▲ UEFA 유로 2016 4강 지난 2일, 프랑스에서 열린 독일과 이탈리아의 UEFA 유로 2016 4강 경기에서, 독일에 패한 뒤 이탈리아 골키퍼 지안뤼지 부폰이 슬퍼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연장전 30분도 허무하게 흘러가고 양 팀 선수들은 다른 길 없는 승부차기 외나무다리 앞에 섰다. 연장전 후반 종료 직전에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콩테 감독은 수비수 조르지오 키엘리니를 빼고 시모네 자자를 들여보냈다. 승부차기를 목표로 둔 결정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키커로 나온 시모네 자자가 왼발 킥을 너무 높게 차서 크로스바를 넘기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탈리아의 외나무다리가 여기서부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이탈리아를 구한 것은 역시 만 38살의 노장 골키퍼 지안뤼지 부폰이었다. 자신의 160번째 A매치에 장갑을 끼고 나온 지안뤼지 부폰은 독일의 2번 키커 토마스 뮐러의 오른발 킥을 향해 왼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냈다. 세계 최고라 인정받는 골키퍼들의 실력대결이 정말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독일 골문을 지키는 마누엘 노이어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노이어를 상대로 후반전에 페널티킥 동점 골을 성공시킨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승부차기에서는 킥 방향을 바꿨다. 이를 끝까지 응시한 마누엘 노이어가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그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기막히게 쳐낸 것이다.

이렇게 노이어의 슈퍼 세이브 덕분에 독일은 승부차기 점수판 2-2를 바라보며 마지막 키커 슈바인슈타이거가 경기를 끝낼 줄 믿었다. 하지만 부담감이 컸던 슈바인슈타이거의 오른발 킥이 골문 왼쪽 모서리를 넘어가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이제부터는 선수 한 명 한 명의 킥과 골키퍼들의 손끝에 운명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승부차기가 9번 키커까지 이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 이탈리아의 9번 키커로 교체 선수 마테오 다르미안이 나와서 오른발 킥을 날리는 순간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는 왼쪽으로 날아올라 그 공을 막아냈다. 바로 이곳이 이 외나무다리 명승부의 갈림길이 됐다. 이어진 마지막 기회에서 독일의 왼쪽 풀백 요나스 헥토르가 왼발 인사이드 킥을 성공시키며 활짝 웃었다. 이탈리아의 베테랑 골키퍼 지안뤼지 부폰이 방향을 읽고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낮게 날아오는 공이 팔을 스치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이제 독일은 오는 8일 오전 4시 마르세유에 있는 스타드 벨로드롬으로 들어가서 개최국 프랑스와 기적의 팀 아이슬란드가 맞붙는 8강 마지막 대결 승리 팀을 상대로 결승 진출을 노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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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UEFA EURO 2016 준준결승 결과(3일 오전 4시, 스타드 드 보르도)

★ 독일 1-1(연장전 후 승부차기 6-5) 이탈리아 [득점 : 메수트 외질(65분,도움-요나스 헥토르) / 레오나르도 보누치(78분,PK)]

◇ UEFA EURO 2016 준결승 대진표
7월 7일 오전 4시, 스타드 드 리옹(리옹) ☆ 웨일스 - 포르투갈
7월 8일 오전 4시, 스타드 벨로드롬(마르세유) ☆ 독일 - (프랑스vs아이슬란드) 승리 팀
축구 EURO2016 독일 이탈리아 메수트 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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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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