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김성근 한화 감독이 SK가 3대 2로 역전한 5회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5월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김성근 한화 감독이 SK가 3-2로 역전한 5회 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가 결국 6월에도 탈꼴찌에 실패했다. 기회는 계속해서 오고 있지만,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6월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5-11로 완패했다. 이번 넥센과의 3연전에서 1승 2패로 열세를 보인 한화는 최하위에서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 9위 삼성과는 여전히 0.5게임 차. 8위 kt와는 1.5게임 차다.

한화의 6월 성적은 12승 1무 11패(.522)다. 개막 이후 월별 승률이 5할을 넘긴 것은 올 시즌 들어 처음이다. 5월 말부터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간 한화는 한때 9게임 차까지 벌어졌던 9위와의 격차를 거의 다 따라잡았다. 한때 kt와 공동 9위까지 오르며 탈꼴찌의 희망을 높이기도 했다.

반짝했던 희망은 다시 사라지고

'아깝다' 6월 19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과 한화의 경기. 7회 말 무사 한화 정근우가 삼진 아웃을 당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 '아깝다' 6월 19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 청주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과 한화의 경기. 7회 말 무사 한화 정근우가 삼진 아웃을 당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6월 마지막 10경기에서 3승 1무 6패로 주춤한 게 아쉬웠다. 중·하위권 팀이 모두 6월 들어 5할 이상의 승률을 밑돌며 동반 침체에 빠졌던 것을 고려하면, 한화로서는 탈꼴찌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었다.

한화는 6월에 상승세만큼이나 큰 악재도 겹쳤다.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잇달아 방출됐다. 부진했던 마에스트리의 교체는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하차한 에이스 로저스의 공백은 한화 마운드에 큰 비보였다. 가뜩이나 이닝이터가 부족한 한화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택한 것은 역시 또 변칙이었다. 이번 주 송은범이 하루 휴식일을 사이에 두고 2경기 연속 선발등판이라는 엽기적인 기용이 나오기도 했다. 넥센과의 3연전 내내 선발진의 퀵훅(Qucik Hook)과 불펜 총력전이라는 김성근식 '벌떼 야구'가 되풀이됐다. 하지만 결과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지난 6월 30일 선발 등판한 파비오 카스티요는 25일 롯데전 이후 4일 휴식만의 등판이었다. 마에스트리의 대체선수로 데뷔전이었던 첫 경기에서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쳤지만 두 번째 등판에서는 2.2이닝 8피안타 3사사구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최고 구속 158km를 기록할 만큼 스피드는 살아있었으나 제구가 되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엔트리 한 자리도 아직 비어있는 가운데 카스티요가 꾸준히 안정감 있는 투구를 이어가지 못한다면 한화의 선발진 운용은 더욱 어려워지다.

참고로 김성근 감독은 예전부터 외국인 투수를 마구잡이로 굴리다가 부메랑을 맞은 경우가 많다. 지난 시즌 미치 탈보트가 그러했고, 올 시즌에도 로저스와 마에스트리가 그랬다. 한화 외국인 투수들은 4일 휴식 이후 등판한 경기에 비하여 휴식일이 길어질수록 투구내용이 더 좋았다는 것이 기록으로도 증명된다. 로저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불펜으로 주로 활약한 선수였지만 한화 입단 이후 짧은 기간에 무리하게 많은 공을 던지다가 팔꿈치에 무리가 갔다는 평가다. 카스티요 역시 선발보다 불펜으로 뛰었던 경험이 더 많은 투수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에게 이런 데이터는 여전히 안중에도 없었다.

김성근 감독의 불평은 타당한가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카스티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새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27)가 6월 2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전날 한화와 25만 달러에 계약한 카스티요는 시속 160㎞대 직구가 자신의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카스티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새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27)가 6월 2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전날 한화와 25만 달러에 계약한 카스티요는 시속 160㎞대 직구가 자신의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 연합뉴스


시행착오는 불펜 운용에서도 이어졌다. 한화는 4-6까지 추격했던 4회 장민재에 이어 권혁을 마운드에 올렸다. 권혁은 4회를 무사히 넘겼지만 5회에는 아웃카운트 1개도 못 잡은 채 안타 4개와 볼넷 1개 5실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2점으로 좁혔던 점수 차가 다시 7점 차까지 벌어지며 사실상 이날 승부는 여기서 끝났다.

권혁은 6월 들어 이날 전까지만 해도 14경기 1승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1.01로 호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이틀 전인 28일 2이닝 40구를 던지고 겨우 하루 휴식만의 등판이었다. 당시 권혁은 무려 7점 차로 앞서있던 5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심지어 10점 차로 벌어진 경기 후반에도 필승 조인 박정진과 장민재가 모두 등판했다. 크게 리드하고 있거나 뒤지고 있을 때도 가리지 않고 믿을만한 투수들을 총동원하며 '내일이 없는 마운드 운영'을 고집하는 것이 김성근 감독의 방식이다.

심지어 이날 4-11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심수창이었다. 심수창은 올 시즌 보직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기용되고 있다. 전날 경기에서도 등판하여 21개의 공을 던졌던 심수창은 이날 이날도 이미 승패가 기운 상황에서 2이닝 간 28개의 공을 던져야 했다. 항상 쓰는 투수들만 '돌려막기'를 하면서 필승 조-추격조의 보직 구분도, 투수기용의 원칙도 없는 한화 마운드의 현주소였다. 이는 지난 시즌 후반기에도 이미 실패로 증명되었던 방식이기도 하다.

김성근 감독은 요즘 들어 부쩍 한화에 없는 게 많다고 불평이 늘었다. 그의 최근 발언들에 따르면 한화는 현재 '투수'가 없고, 구단에 '돈'도 없고, 심지어 '혹사'도 없다. 김성근식 화법을 알기 쉽게 해석하자면, 결국 핵심은 현재 한화를 둘러싼 각종 문제점에 '내 책임은 없다'로 요약된다.

구단이 몇 년간 수백억 원을 들여 그렇게 많은 선수를 영입했고, 총연봉 1위에까지 올랐으며, 감독에게 그 정도로 전권을 맡겼는데도 팀은 개막 이후 내내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도 감독 혼자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정신승리'에 불과하다.
선수들에게만 끊임없이 한계를 넘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야구관의 문제가 아니라 차라리 종교적 신념의 영역에 가깝다. 물론 세상에는 야구 이외에도 많은 혹사가 존재하지만 올바른 리더라면 그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정상이다. '남들도 혹사하는 데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야'하고 물타기 하는 것은 리더가 아니라 '꼰대'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이다.

한화에는 분명히 투수도 있고,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돈)도 있었고, 심지어 혹사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문제점을 개선할 기회와 시간도 충분했다. 다만 한화에 결정적으로 없었던 것은, 바로 책임지는 감독의 '자세'나 시행착오에 대한 '학습효과'와 같은 개념들이다. 올 시즌의 한화는 모든 면에서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였어야 정상이었을 팀이다. 그런데 하필 감독이 김성근이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바로 본인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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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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