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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는 지난 2015년부터 전체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했다. 나주의 135개 보육시설, 유치원, 각급 학교 모두 친환경-무상급식 대상이 됐다. 학교급식 지원센터로 지정된 '나주시조합공동사업법인'은 거점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를 통해 나주의 모든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식재료를 공급, 유통하고 있다. 거점 산지유통센터에서 공동사업법인 직원들이 각 학교로 보내질 농산물을 분류하고 있다.
 나주시는 지난 2015년부터 전체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했다. 나주의 135개 보육시설, 유치원, 각급 학교 모두 친환경-무상급식 대상이 됐다. 학교급식 지원센터로 지정된 '나주시조합공동사업법인'은 거점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를 통해 나주의 모든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식재료를 공급, 유통하고 있다. 거점 산지유통센터에서 공동사업법인 직원들이 각 학교로 보내질 농산물을 분류하고 있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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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학교급식 모델로 꼽혀온 전남 나주시가 전체 고등학교로 무상급식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나주의 전체 보육시설·사립유치원부터 공립유치원·특수·초·중·고등학교가 '친환경 무상급식' 대상이 됐다.

현재 21개 공립유치원·특수학교(시행 2011년), 읍·면 소재 4개 고교(2013년)의 급식비는 전액을 전남도교육청이 부담하고 있다. 38개 초·중학교(2012년)에는 도교육청이 전체 인건비·운영비, 전남도와 나주시 각각 50% 분담해 식품비를 모두 지원하고 있다.

무상급식 '전체 고교'로 확대... "학부모 부담 크게 줄어"

2013년 도교육청이 자체 예산으로 22개 시·군의 '읍·면 지역 고교'로 무상급식을 확대했다. 그러나 나주·순천·여수·목포시의 동 소재 고등학교는 제외됐다. 순천과 여수에서는 "모든 고등학교로 무상급식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높았다. 순천시와 여수시도 사업 예산을 편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전남도와 교육청의 '지원 불가' 방침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나주시도 같은 처지에 놓였지만 2015년부터 '동 소재 7개 고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도와 교육청의 대응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급식비 전액을 지원하기에는 재정부담이 컸다. 고민 끝에 나주시는 우선 식품비 전액을 시가 부담해 무상급식을 확대해 가기로 결정했다. 인건비·운영비 일부는 여전히 학교·학부모의 몫이지만, 부담액은 월평균 5만 원대에서 1만 원대로 크게 줄었다.

나주공고 급식담당 임현석씨는 "우리 학교는 저소득층·한부모 등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은 편이어서 급식비를 제 때 내지 못하는 학생이 있어 안타까웠다"라며 "시가 적극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해서 아이들이 급식비 걱정을 덜고 마음 편하게 식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김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6년 각급별·시도별·시군구별 급식 실시 현황(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44개 자치시와 자치구 중 나주시 등 4곳만 전체 초·중·고교에서 무상급식을 시행 중이다. 농촌지역인 군(郡) 단위 사례는 더 많다. 전국 27개 군(전남 17, 전북 7, 경북 2, 인천 1)에서 전체 학교가 지원 대상이다. 전국 2364개 고등학교 중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337개(시행률 14.3%)에 그쳤다.

나주시 한 관계자는 "고교까지 엄두도 내지 않는 지자체가 많은 상황에서 자체 예산만으로 무상급식 시행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행보다"라며 "전액을 지원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전면적인 친환경 무상급식'과 보편적 교육복지를 실현하려는 의지의 결과"라고 자평했다.

나주시가 시비를 들여 시행 중인 학교급식 사업은 일곱 가지다. 무상급식은 ▲ 초·중학교 ▲ 동 소재 고교 지원 사업 ▲ 친환경 분야는 친환경 농산물 식재료 지원 ▲ 친환경 농산물 추가(학부모 분담금 전액) 지원 등이다. 또 가공품을 대체하는 전통 된장과 기숙형 학교의 아침과 저녁 급식을 위해 유기농 쌀을 별도로 지원한다.

최초의 조례 제정...친환경·로컬푸드 급식 모델 제시

지난 2003년 전국 최초로 학교급식 지원조례를 제정한 나주는 '친환경 학교급식'의 모델로 평가 받아 왔다. 지난 2011년 부분적으로 무상급식을 추진, 확대해 온 나주시는 2015년부터 '전체 고등학교'로 무상급식을 확대했다. 사진은 나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배식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 사진)
 지난 2003년 전국 최초로 학교급식 지원조례를 제정한 나주는 '친환경 학교급식'의 모델로 평가 받아 왔다. 지난 2011년 부분적으로 무상급식을 추진, 확대해 온 나주시는 2015년부터 '전체 고등학교'로 무상급식을 확대했다. 사진은 나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배식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 사진)
ⓒ 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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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학교급식 식재료의 시장 개척도 돕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생산·유통단체의 수도권 판로개척 활성화를 위해 물류비, 포장재 제작비, 잔류농약 등 안전성 검사 비용 일부를 보태고 있다.

올해 나주시 학교급식 예산규모(시비 기준)는 ▲ 무상급식 24억6400만 원(초·중 12억2400만 원, 고교 12억4000만 원) ▲ 친환경 급식 15억8400만 원 등 모두 40억5000만여 원이다. 판로 개척에는 3억4000만여 원이 쓰인다.

친환경 학교급식은 135개 모든 돌봄 시설과 학교(1만3500여 명)에서 시행 중이다. 일반 농산물을 가격이 더 비싼 친환경 농산물 식재료로 대체할 때 생기는 차액의 60%를 지자체(도비 12·시비 42)가, 40%는 학부모가 분담한다. 보육시설, 유치원,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 자부담분까지 시가 지원한다.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그냥 무상급식이 아니라 신선하고 안전한 양질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시, 교육청, 농민, 학교 등 지역사회의 협력과 노력이 있어 다른 지역보다 친환경 급식이 정착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사업 초기부터 지자체·학교(교육청)·생산·유통 단체·학부모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안정적인 학교급식 식재료 생산·유통 시스템 구축에 힘써 온 결과다.

나주시가 친환경 농산물 지원에 나선 것은 전국 최초로 학교급식 지원조례를 제정한 2003년부터다. 나주시는 대부분 지역에서 학교 개별 구매와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식재료를 구입해 쓰던 당시부터 '공적 생산-유통 시스템(공동출하·공동구매)'과 '친환경 학교급식 클러스터'를 구상했다. 안전한 먹거리 제공, 이를 위한 친환경 농민 조직과 계약재배를 통한 수급 안정, 친환경 농업 활성화와 판로 개척 등을 꾀하기 위해서다.

생산·포장·유통·마케팅·교육 등을 지원하는 학교급식 지원센터로 가시화됐고, 친환경 급식 지원 대상과 예산이 꾸준히 늘면서 친환경·로컬푸드 급식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2007년부터 지원센터로 지정된 농협사업단이 모든 학교에 친환경 농산물을 현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생산·유통 시스템' 구축, 경쟁력 확보... "향후 GMO 대응에 앞장"

현재는 농협사업단의 후신인 '나주시조합공동사업법인(아래 공동사업법인)'이 지원센터로 지정돼 사업을 벌이고 있다. 15개 지역 농협·축협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공동사업법인은 거점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를 운영하며 유기농 쌀, 전통 된장, 채소 등 친환경 농산물 100여 품목을 학교급식에 공급하고 있다. 나주지역에서 잘 나지 않거나 공급량이 부족할 경우, 전남도내 다른 시군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대신한다.

직접 생산자 단체를 조직·규모화하고 계약재배 등은 4개 단위 농협이 지원하고 있다. 마한·산포·남평·공산농협은 각각 유기농 쌀, 엽채류, 근채류와 과채류, 찰벼 등 잡곡류 수급을 전담하고 있다. 올 기준으로 유기농 쌀과 찰벼 생산에는 16개 단지 343개 농가가, 채소는 2개 작목반에 47개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친환경 급식이 확대되고 시장 규모가 성장하면서 농가 소득도 늘었다. 지난해 거점 산지유통센터의 친환경 학교급식 식재료 매출은 50억 원, 이 중 나주지역 학교에 공급한 것은 절반 가량(매출 25억)이다. 거점산지유통센터와 지역 농협은 나주에 공급하고 남는 농산물은 주로 타 지역 학교에 판매하고 있다.

2010년을 기점으로 무상급식과 친환경 급식을 추진하는 지자체와 대상 학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나주 친환경 농산물의 판로도 다양해졌다. 마한농협의 경우 올해 경기·서울·광주 등 타 지역 240여 개 학교(1개교 2∼3개월씩 공급)에 유기농 쌀을 공급하며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김봉석 나주조합공동사업법인 학교급식팀장은 "초창기에는 친환경 농가 조직화나 규모화에 한계가 있어 공급량이 부족해 학교에서 원하는 품목이나 수량을 다 맞추지 못하기도 했다"라며 "10여 년 전부터 쌓아온 친환경 급식 농산물 생산, 유통 등 경험이 새로운 판로 개척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성기 나주시 로컬푸드팀장은 "친환경 학교급식이 농민 소득으로 이어지고 친환경 농업 기반을 다져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췄다"라며 "시장이 확대된 만큼 친환경 농가 수와 인증 면적을 늘리고 이슈 중 하나인 GMO(유전자변형 농산물) 대응에 앞장 설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1월 나주시가 초·중·고 학부모 22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친환경 급식(응답자 90%)과 무상급식(94%)에 만족했다. 동 소재 고등학교 무상급식 확대에도 92%가 만족했다. 친환경 급식에 대해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은 86%, 축소 의견은 4%로 조사됐다.


태그:#나주 친환경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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