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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극장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에 초청 된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이 <페인터스>에 출연한 배우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는 도서산간 지역 학교의 1인 입학생들을 초청해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체험학습의 기회를 마련 한 행사이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극장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에 초청 된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이 <페인터스>에 출연한 배우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는 도서산간 지역 학교의 1인 입학생들을 초청해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체험학습의 기회를 마련 한 행사이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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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월아, 안녕~"

지난 22일 에버랜드로 향하는 버스. 쭈뼛쭈뼛 버스에 올라타는 김한월 학생에게 선생님이 인사를 건넸다. 쑥스러운 듯 엄마 품속으로 얼굴을 감추는 김한월 학생. 낯을 가리는 아이겠거니 했는데 또래 친구들이 옆에 앉기 시작하니 제일 신났다. 덕분에 버스는 금방 친해진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친구들. 아이들에게는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는 친구들이다. '지금' 이 아이들의 학교에는 같은 학년 친구가 단 한 명도 없다. 혼자 입학해서 1학년으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전국의 어린이들을 서울로 초청해 동갑내기 친구들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 '더불어 입학식'이 지난 22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행됐다.

올해 행사 참가 어린이는 모두 17명. 전국 각지에서 모인 어린이들은 놀이동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금방 '절친'이 됐다. 마냥 신난 아이들은 숙소로 돌아와서도 지친 기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 함께 게임을 하며 친구를 만난 기쁨을 만끽하는 아이들. 같은 시각, 행사에 아이들과 함께 참가한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님들은 맥주 한 잔을 나누며 간담회 시간을 가졌다. 

"마음이 아파요"

혼자 입학한 아이를 보는 부모, 선생님의 마음은 같았다. 친구가 없어서 심심하다는 아이를 볼 때마다 괜히 미안해지고 마음이 아프단다.

"여수에서 온 연아 선생님입니다. 저 혼자서 아이의 친구, 선생, 엄마 세 역할을 하기가 버겁더라구요. 친구가 1명만 있어도 여러가지를 할 수 있는데 연아는 혼자 입학해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어요. 어느 날은 연아가 저에게 친구가 필요하다 얘기하더라구요."

아이들의 고민은 고스란히 선생님에게 전달되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더 열심이다. 도시 친구들보다 조금 느릴지라도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려 때론 수업을 미루기도 한다.

"나영이도 혼자 입학했어요. 전교생이 4명, 분교가 사라질 것 같다 해서 보내긴 했는데..."

강원도 양양에서 온 김나영 학생의 엄마 윤정미씨는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다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아이 혼자 입학식을 했던 그 상황이 다시 떠올랐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공감했다. 선생님과 엄마가 채울 수 없는 친구의 자리. 아이의 공허함을 알면서도 채워줄 수 없는 부모의 심정은 씁쓸하기만 하다.

선생님이 된 내 친구

선생님의 노트북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박서연 학생(오른쪽)이 친구들에게 자판 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중이다.
 선생님의 노트북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박서연 학생(오른쪽)이 친구들에게 자판 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중이다.
ⓒ 최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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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아침, 지치지도 않는지 선생님보다 일찍 일어난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기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벌써 하룻밤이 지났으니 자는 시간조차 아까웠으리라. 유달리 낯을 많이 가렸던 박서연 학생도 친구들과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박서연 학생은 선생님의 노트북을 빌려가더니 아이들의 컴퓨터 선생님이 되었다.

"나영아, 히읗은 어디있지? 그 다음은'ㅗ'를 쳐야지. 히읗 바로 옆에 있어."

그렇게 김나영 학생의 이름과 동생 이름까지 6글자가 완성되었다.

"나도 해볼래!"

못할까 안절부절 하는 아이들의 순서를 정하는 것도 박서연 학생의 몫이었다. 어려운 것을 서로 돕는 아이들의 솜씨는 제법이었다.

"애들아 이제 나가야돼. 노트북 선생님 주세요."

아이들은 곧 노트북을 건네주며 친구 손을 잡고 나갈 준비를 했다. 혹시나 계속 가지고 논다고 떼를 쓰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었다. 노트북은 친구들과 함께 놀기 위한 하나의 작은 수단에 불과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내 손을 잡은 친구가 있다는 것이었다.

함께하니 '더불어' 즐거운 아이들

23일 오전 경기도 과천과학관에서 장수풍뎅이를 관찰하고있는 김한월 어린이의 모습.
 23일 오전 경기도 과천과학관에서 장수풍뎅이를 관찰하고있는 김한월 어린이의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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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도 과천과학관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참가 학생들이 인체단면영상을 체험하고 있다.
 23일 경기도 과천과학관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참가 학생들이 인체단면영상을 체험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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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도 과천과학관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참가 학생들이 4D입체영상을 체험하기 위해 입체안경을 쓰고 있다.
 23일 경기도 과천과학관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참가 학생들이 4D입체영상을 체험하기 위해 입체안경을 쓰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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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갔을까.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과천과학관에 도착했다. 처음 방문하는 곤충생태관은 곤충 표본부터 살아있는 곤충까지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조금은 무서웠는지 아이들은 옆에 있는 친구 손을 꼭 잡았다.

"어우 징그러워", 평소 곤충이라면 몸서리치는 내가 조용히 내뱉은 말을 들은 이새누리 학생은 내 손을 잡는다.

"선생님. 하나도 안 무서워요. 이리 와보세요. 이거는 벌이에요."

손을 잡아주면 선생님도 안 무서워할 거라 생각했단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준 것처럼 아이도 나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곤충체험을 한 뒤 별자리 체험을 위해 돔 모양의 건물에 들어갔다. 의자를 조금 젖히니 큰 화면에 수많은 별들이 보였다. 15분 동안 별자리부터 태양계까지 움직이는 그림을 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김영록 학생은 시골에서 별을 많이 봤다고 한다. 신기하진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의외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 저는 별자리 보는 게 제일 재밌었어요. 우리 집에서도 별은 많이 보이는데 예쁜 별을 친구들이랑 선생님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혼자 봐왔던 별을 친구와 함께 보니 꽤나 재미있었나보다. 이제 김영록 학생은 하늘의 별을 보며 '더불어 입학식'의 친구들을 떠올릴 것이다.

둘째 날 마지막 일정인 '페인터즈 히어로'를 관람하기 위해 서울 중구에 위치한 경향아트힐로 이동했다. '페인터즈 히어로'는 첨단 미디어 아트가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미술 퍼포먼스 공연이다. 얼마나 재밌었는지 의자에 앉은 아이들의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몇몇 아이들은 공연이 끝나자마자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4명의 '페인터즈'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울고 웃었던 2박 3일의 추억 잊지 않기를

23일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숙소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참가 학생들이 마지막 날 밤 소감문을 그림일기로 쓰고 있다.
 23일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숙소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참가 학생들이 마지막 날 밤 소감문을 그림일기로 쓰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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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숙소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참가 학생들이 마지막 날 밤 소감문을 그림일기로 쓰고 있다.
 23일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숙소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참가 학생들이 마지막 날 밤 소감문을 그림일기로 쓰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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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숙소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참가 학생들이 마지막 날 밤 소감문을 그림일기로 쓰고 있다.
 23일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숙소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참가 학생들이 마지막 날 밤 소감문을 그림일기로 쓰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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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정이 끝나고 소감문을 쓰기 위해 17명의 학생들이 한 방에 모였다. 한글에 서툰 아이들은 그림으로 소감문을 작성했다. 각자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달랐지만 그림 속 아이들은 친구와 손을 잡고 있었다. 에버랜드도, 별자리체험도, 공연도 친구와 함께 해서 더 즐거웠다는 아이들.

그림을 그리면서도 친구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오늘이 마지막 밤임을 알려주는 게 괜히 미안해졌다. 또래친구들보다 의젓한 김한솔 학생은 하룻밤만 자면 친구들과 헤어져야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참가 학생들이 숙소에서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즐거워하고 있다.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참가 학생들이 숙소에서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즐거워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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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 잊지 못해요."

이틀뿐이었지만 처음 친구를 사귄 김한솔 학생에겐 '더불어 입학식'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어찌 김한솔 학생 뿐이겠는가. 서로의 맘을 아는지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은 각자 한 방에 뭉쳤다. 함께 자기 위함이다. 오늘은 엄마가 보고싶다며 우는 아이는 없었다.

그렇게 '더불어 입학식'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2박 3일 동안 서툴기도 많이 서툴렀다. 처음엔 친구와 걸음 속도를 맞추는 것도 힘들어했다. 사소한 다툼으로 잠시 서먹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다가가는 법과 한 발 물러서는 법을 배웠다.

이젠 친구와 함께 나아갈 수 있다. 아이들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태그:#더불어입학식, #오마이뉴스, #나홀로입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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