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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마리의 제비새끼들이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 제비집 세마리의 제비새끼들이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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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 한 마을이 온통 제비들 천국이 되었다. 도로변 집집마다 처마가 있는 곳이면 으레 제비집들이 하나 둘씩은 보인다. 그 중 4~5개가 나란히 붙어있는 집도 있다. 동해안 바닷가 시골마을 한적한 거리에 제비들 소리가 무더위를 녹인다. 더운 날 제비들 소리마저 없었다면 이 거리가 얼마나 을씨년스러울까?

거리는 흡사 50~60년대 모습을 보는 듯하다. 18일 찾아간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대진리 한나루로 일대. 한 낮 거리는 가끔 차들이 움직일 뿐 정적에 싸여있다. 그런 고요함을 깨는 것이 바로 제비집에 들어앉아 있는 새끼제비들이다.

어미가 쉴 새 없이 날라 오는 먹이를 서로 받아먹으려고 아우성치는 제비들을 촬영하려고 하자 어미 제비가 저만큼 날아가 앉는다.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새끼가 없는 전깃줄이나 인근 빈 제비집쪽으로 유인을 하는 것이다. 미물도 자식을 보호하고자 저렇게 노력하는데 인간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제비집을 살피기 시작했다. 한 둥지를 보니 세 마리의 새끼제비들이 입을 있는 대로 크게 벌리고 난리를 친다.

현내면 대진리 길가 집들 처마에는 다양한 형태의 제비집들이 즐비하다
▲ 제비집 현내면 대진리 길가 집들 처마에는 다양한 형태의 제비집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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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제비집이 많이 있네요."
"예, 이 거리에만 이렇게 많이 집들을 짓고 살아요."
"언제부터 이렇게 집을 짓고 살았나요?"
"벌써 몇 해 되었죠. 그런데 제비들이 이곳부터 저기 보이는 거리 끝까지만 집을 지어요. 그 전에도 짓지 않고 그 거리를 지나면 또 제비집이 없어요."

제비집을 촬영하다가 만난 마을 어른 한 분이 설명을 한다. 한나루로 전체에 제비가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일부 지역만 이렇게 많은 집을 짓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고 한다. 여기저기 연락을 취해 대진1리 현근영 이장과 연결이 되었다.

대진리 거리는 50~60년대의 마을을 보는 듯하다. 이곳은 영화촬영을 자주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 거리 대진리 거리는 50~60년대의 마을을 보는 듯하다. 이곳은 영화촬영을 자주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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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오면 좋은 소식이 있다는데"

현내면 대진1리 현근영 이장은 강원도 철원이 고향이다. 이곳 현내면 대진리에 와서 정착한 지 올해로 51년이 되었다고 한다. 수복 후 처음 여기에 정착을 했을 때는 현내면 대진리 인구만 9천명에 가깝고 대진초등학교 학생들도 많을 때는 160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학생수가 100여명 정도란다.

"제비가 언제부터 날아오기 시작했나요?"
"예전에는 배가 붉은 귀제비가 날아왔어요.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 8년이 되었는데 동굴처럼 집을 지어놓으면 허물어 버리고는 하셨죠. 그런 제비가 집을 지으면 안된다고요."
"지금 이장님댁에는 제비집이 있나요?"
"예, 4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새끼들이 있는 것 같네요."
"제비가 날아오면 좋은 일이 많다는데 좋은 소식이 있나요?"
"요즘 워낙 힘들어요.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데 요즈음은 매출도 줄고 사람들도 예전처럼 찾아오지도 않고요. 힘들기만 하네요."

현근영 이장은 제비가 날아와도 좋은 소식이 없다면서 사람이 살기 좋은 계절이 왔으면 좋겠다면서 웃는다. 대진리 거리를 돌아보아도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날이 워낙 뜨겁다고 해도 이곳은 바닷가라 시원한 바람이 분다. 에어컨 없어도 살 수 있다는 동네다.

새끼들을 촬영하느라 제비집 가까이 가자 어미가 띤 곳으로 사람을 유인하고 있다
▲ 어미제비 새끼들을 촬영하느라 제비집 가까이 가자 어미가 띤 곳으로 사람을 유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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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집을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요즈음은 무엇 하나 잘 이용하면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 대진리는 최북단 등대인 대진등대와 초도항, 대진항 등 볼거리가 있는 곳이다. 거기다가 거리에 즐비하게 집을 지은 제비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거리 전체에는 수많은 제비들이 집을 짓고 있어 그것을 잘 이용만 해도 구경거리가 될 수 있다.

"제비는 길조라고 하는데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게 말이죠. 길조라고 하는 제비가 온 마을에 집을 짓고 있으니 좋은 일이 있겠죠."
"제비들이 매년 집을 짓나요?"
"아닙니다. 새로 짓는 것들도 있고 작년에 사용했던 집을 보수하기도 하고요."

한 집 처마에 4개의 제비집을 짓기도 했다
▲ 제비집 한 집 처마에 4개의 제비집을 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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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에 다닥다닥 지어 놓은 제비집. 가지각색 제비집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이 제비집을 활용하여 좋은 명칭을 붙인 뒤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수많은 제비집을 돌아보면서 방법이 전무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소식을 알린다는 길조인 제비. 앞으로 이 현내면 대진리 한나루로 거리에 제비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북적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제비집, #고성군 현내면, #대진리, #50년대 거리, #영화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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