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프렌즈>의 주요 등장 인물들은 모두 노인세대이다. 그들의 공감을 얻으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의 주요 등장 인물들은 모두 노인세대이다. 그들의 공감을 얻으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 tvN


tvN 10주년 특별기획으로 방송되는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이른바 '꼰대'로 불리는 노인세대의 삶과 우정, 사랑을 그린 드라마이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시청률도 상승하고 '명품 드라마'라는 호칭을 얻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 부모 세대의 이야기에 감정 이입하고, 공감하게 되는 이 드라마는 필시 어른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제작된 젊은이를 위한 드라마임에 틀림없다.

노희경 작가는 탄탄한 글빨을 드라마에 과감히 보여주고 있었고, 연기의 신으로 불리는 베테랑 연기자들은 연기인지 삶인지 알 수 없는 생활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거기에 감각 있는 연출과 음악 또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디어 마이 프렌즈>가 시청자의 공감을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위에 언급된 요소들도 한 몫을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값싼' 단골 소재들을 적절하게포장하고 버무려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드라마에 불륜, 시집살이, 건강 악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등이 한꺼번에등장하면 우리는 그 드라마를 두고 '막장' 드라마라고 부른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디어 마이 프렌즈>를 막장드라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가는 삶 자체가 '막장' 인 우리의 삶을 그녀만의 솔직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해 놓았다. 남들에게 말하기엔 부끄러운 우리의 삶은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지고 시청자들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위로하고 위안 받는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드라마 초반에는 굴곡진 삶을 살아온 캐릭터들을 설명하기 위해 다소 분주했다. 그러나 3~4회를 넘어가면서 시청자는 등장 인물 각각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장면이 매회 등장해 드라마가 끝날 즈음엔 머리가 띵해진다.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부모님 세대, 지금처럼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어른들은 자식을 향한 사랑이 그저 열심히 일해서 내 가족 굶기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셨을 것이다. 삶과 죽음은 함께 하는 것이지만 질병과 죽음 앞에서인간은 언제나 나약한 존재가 된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이 먹먹했던 적이 많았는데 스토리 자체가 슬펐던 적도 있고 나의 부모님 세대나 나에게 감정 이입을 하면서 슬퍼졌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슬펐던 것은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가 현실보다는 더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이 드라마는 현실보다 훨씬 미화된 드라마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여전히 판타지일 뿐

 <디마프>는 나이든 사람들을 포장하려 하지 않지만, 따듯한 시선을 놓치지도 않는다

<디어 마이 프렌즈>가 그리는 세계는,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에 가깝다. ⓒ tvN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 국가 중 65세 이상 노년층 빈곤(Poverty in old age)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었다. 비율은 무려 49.6%. 이는 OECD 평균 빈곤율인 12.4%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노인 2명 중 1명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통계 결과이다. 믿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수치라 사실 믿어지지 않는다. 아니 믿고 싶지 않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삶의 무게를 가지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은 거의 없다. 무도장에서 부킹 아줌마로 등장하는 기자 할머니만 집안 형편이 어렵게나와 있지, 나머지 주인공들의 삶은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편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인생이 우여곡절 투성이고 매일 외롭고 고되다는 설정은, 가난을 짊어지고 사는 실제 노인들의 삶을 더 슬프게 만든다.(실제로 2000년부터 10년 사이 한국 65세 이상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34.2명(5위)에서 80.3명(1위)으로 늘어났다. 이는 OECD 평균 노인 자살률인 20.9명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16부작으로 제작된 <디어 마이 프렌즈>. 앞으로 4부밖에 남지 않았다. 설령 드라마가 현실보다 미화되어 있을지라도 앞으로 부모님 세대의 삶을 다룬 드라마가 자주 나오길 기대한다. 이 한 편의 드라마로 부모님 세대를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노인은 우리와 상관없는 사람이 아닌 나의 부모님이자 내가 자주 만나는 이웃이다. 다양한 방송을 통해 접하는 부모님 세대의 모습을 통해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간의 마찰과 갈등이 줄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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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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