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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의 카운터에서 탑승 수속이 진행되고 있다.
 김해공항의 카운터에서 탑승 수속이 진행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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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 문제로 영남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대구경북권과 경남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밀양 신공항파와,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가덕도 신공항파가 맞붙은 것이다. 매일 지역 신문들이 서로 물고 뜯는 네거티브 전쟁을 벌임으로써, 서울에 위치한 중앙언론들이 연일 동남권 신공항 문제로 서로 싸우고 다투는 내용을 다루게 되는 등, 전국적인 논란으로 번진 모양새이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대두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김해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항공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만성적인 수요 과다에 시달려왔다는 것이다. 특히 2020년 전후에는 이전의 김포공항이 겪었던 '항공 정체'가 열릴 것이 거의 확정된다는 예측이 나와 신공항 건설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대다수인 상황이다.

각각 가덕도 신공항과 밀양 신공항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곳이 더 신공항에 적합하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신공항 논란에 대해 조명할 필요가 있다. 신공항 예정지로서 가덕도와 밀양의 단점, 두 곳의 교통 문제, 신공항 유치의 문제점 등에 대해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① 가덕도 - 김해공항과 너무나도 가까워... 시너지보다는 '팀킬' 우려

가덕신공항 조감도.
 가덕신공항 조감도.
ⓒ 부산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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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의 가장 큰 문제는 김해공항과 직선거리로 15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가덕도와 김해공항이 모두 같은 강서구에 속해있는데, 강서구의 면적이 넓다는 것을 감안한다 해도 대한민국에서 한 기초자치단체에 두 개의 서로 다른 비행장이 설치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더욱 우려가 크다.

가덕도에서 김해공항까지는 실제로 도로 상황이 나쁘지 않을 경우 국도와 지방도를 경유해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김포국제공항까지 공항고속국도를 전 구간 이용하고도 45분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매우 짧은 셈이다.

실제로 가덕도에 공항이 지어져 인근에 광역철도, 고속국도 등 고속교통수단이 개설되고 활성화되는데 두 공항 모두 어중간한 수요와 어중간한 취항지를 가짐으로써 여행객의 혼란을 일으킨다면, 공항을 새로 만드니만 못한 결과를 낼 수 있다. 개항 초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이 서로 운항권을 두고 다퉜던 사례처럼 상호 운영기관이 소모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또한 해운업과 항공업의 연계를 근거로 든 것 역시 번지수를 잘못 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박용 컨테이너와 항공 컨테이너는 규격도 다르고, 주요 수요층도 다르다. 선박용 화물이 물류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짐과 동시에 항공에 비해 매우 느리다는 특징이 있고, 항공용 화물은 선박과 정반대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둘을 섞어서 쓴다고 해도 큰 메리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덕도 신공항은 항공 화물과 선박 화물을 '환적'하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항공 화물과 선박 화물을 취사선택할 수 있고, 해운업 종사자들을 위한 서비스와 선박수리의 편의성을 증대한다는 측면으로 나갈 필요성이 있다. 2009년 일본 국토교통성의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간사이 국제공항이 화물 운항에서의 선택권을 넓히고, 해운업 종사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해나간 결과 오사카 항이 간사이 국제공항 개설 이전과 비교해 24%의 물류량이 증대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잘 건드리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잘못 건드리면 안 하니만 못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가덕도 공항은 안타깝게도 현재의 가시적인 계획이 모두 '안 하니만 못한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이다. 김해공항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공항을 이원화하는 구체적인 계획과 항구와의 정확한 연계 계획을 세우는 것만이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② 밀양 - '세금도둑' 된 양양공항과 무안공항 따라갈지도...

밀양 신공항 조감도
 밀양 신공항 조감도
ⓒ 밀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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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신공항의 문제는 타 대도시 간의 중간지점, 즉 수요처의 정 중앙지점에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밀양 찬성론자 측의 주장에 의하면 중간지점이 장점이라고 했던 사례가 있다. 이전의 공항 상태들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항이 정말 텅 빈 空(공)항이 된 사례들 중 대표적인 두 공항을 꼽아보면 양양국제공항과 무안국제공항이 있다. 이 두 공항의 공통점은 기존에 있던 공항, 즉 수요처의 중간지점에 설치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목포로 가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추락하면서 목포공항 주변의 안전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광주공항과 목포공항의 중간지점에 설치된 무안국제공항은 2010년 연간 이용객이 단 10만 명으로, 광주공항 100만 명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그야말로 세금먹는 하마요, 존재 자체가 '무안'한 공항이 되어버린 셈이다.

역시 강릉공항과 속초공항의 중간지점에 설치한 국제공항인 양양국제공항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2년 기준 하루 이용객이 80명~90명 수준이었는데, 양양공항에 근무하는 공항공사 직원의 수는 70명이었다. 그야말로 '세금먹는 하마'가 되었던 셈이다. 무안공항과 양양공항의 세금낭비는, 두 공항을 무리하게 합치려다가 두 공항의 수요를 모두 잃어버린 사태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밀양 신공항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이 있을까.

중간지점에 장거리 교통시설을 설치할 때는 중간지점까지의 근거리 교통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진 KTX 울산역은 전용도로 개설과 리무진 버스 운행 등을 통해 서울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고, 광주시내와의 직선거리는 비교적 가까웠음에도 무안국제공항은 리무진 버스나 교통편 확충에 큰 힘을 쏟지 않아 이용객이 매우 적었다. 아무리 빠른 교통수단을 만든 들, 그 빠른 교통수단까지 접근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 안 만드니만 못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밀양공항 앞에는 지방도 하나만이 지나고 있어 실제 공항이 개항할 시에 교통면에서의 핸디캡이 우려된다. 다행히도 간선철도인 경전선과 경부선이 인근에 지나고 있어 한 시름을 놓은 셈인데, 도로교통과 철도교통망의 조화로운 확충이 밀양 신공항의 이용객 수를 판가름할 것이다. 아무리 호남권에서, 충청권에서 밀양 신공항이 인천공항보다 실제 거리상 가깝다고 한들, 정작 교통편을 타고 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다들 인천공항으로 발길을 돌릴 것은 불 보듯 뻔하다.

③ 가덕도와 밀양, 각각의 교통 장·단점

밀양 신공항 지지층과 가덕도 신공항 지지층은 서로가 서로의 교통이 불편하다고 힐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덕도는 너무 남쪽에 치우쳤다는 이유로, 밀양 신공항은 주변에 교통편이 아예 없다는 주장이 그 이유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서로의 연계교통망에 장단점이 있을 뿐,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가덕도의 경우 현재 부산신항선이 지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바쁜 화물선인데, 현재 광역철도가 공사 중에 있는 경전선, 동해남부선과 연계되는 노선이라 지하철을 타고 공항에 갈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다. 도로교통 역시 거가대교, 녹산대교 등과 연계되어있어, 기존의 설비를 확장시키는 것만으로도 고속도로와 연계되고, 간선철도와 연계될 수 있는 비용절감효과를 가져다준다.

밀양의 경우에는 주변에 경전선 철도가 있다. 공항 예정지로부터는 2.4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경전선 선로를 백산리를 경유하도록 이설을 해 경전선과 공항 예정지를 직접 연결할 경우에는 부산, 대구, 진주 등 대부분의 경남 지자체와 1시간 내의 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가덕도의 경우 상습 정체구간인 남해고속국도를 경유해야만 경남, 경북의 각지로 뻗어 나갈 수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TK 지역에서의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밀양의 경우에는 도로교통망이 거의 없다시피한데, 이 상태로 섣불리 개항했다가는 실패한 공항이라는 오명을 끼고 갈 수 있다. 주변의 밀양 시내, 창원, 김해, 양산 등과 연계되는 도로 및 터널 건설과 공항 고속화도로 등을 건설하는 계획부터 미리 짜 두는 것이 최선이다.

④ 공항이 생기면 발생하는 문제점

공항의 유치를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는 시민단체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신공항이 유치된다고 해서 공항 주변의 경제가 살아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항공기가 이착륙을 위해 경유하는 항로 주변은 매우 큰 비행기 소음이 난다. 항로 주변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삶의 질이 낮아지고, 이는 항공기의 항로를 따라 슬럼가가 조성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서울 역시 항공기의 항로를 따라가는 지역인 신월동, 신정동 일부가 슬럼화되는 등 항공기 소음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는 상태고, 이는 홍콩 역시 마찬가지다. 카이탁 국제공항의 항로 주변에 위치한 까올룽씽자이 등이 슬럼화되면서 큰 사회적 문제를 낳았다. 인천국제공항은 공항 주변을 개발하면서 항공기의 활주로 전후, 즉 항로 주변은 개발하지 않았다. 공항 주변의 소음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공항이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공항 활주로를 중심으로 활주로와 수직으로 접하는 지역에는 호텔, 비즈니스 수요, 상업시설 등 많은 개발이 이루어졌고, 예시로 앞서 설명했듯 인천공항의 좌우에 면하는 지역에는 엄청난 개발호재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항로와 면하는 활주로와 수평으로 접하는 지역은 황폐화 된다는 것이다. 이미 밀양공항 예정지의 인근 주민들은 공항을 반대하는 운동에 돌입했다고 한다.

⑤ 성공한 공항을 만들려면...

한국공항공사가 밝힌 2015년 공항별 경영수지. 공사가 운영하는 14개 지방공항 중 11개가 적자를 기록했다. 11개 지방공항의 적자를 모두 합하면 617억 원에 이른다.
 한국공항공사가 밝힌 2015년 공항별 경영수지. 공사가 운영하는 14개 지방공항 중 11개가 적자를 기록했다. 11개 지방공항의 적자를 모두 합하면 617억 원에 이른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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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을 건설할 때에는 주변과의 접근성, 그리고 공항의 수요 파악이 중요하다. 게임 '심시티'의 AI 자문요원들도 아는 사실임에도, 각 지방 공항 유치에 정신이 팔린 지역단체들은 공항의 수요파악, 주변과의 접근성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항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공항 인근의 넓은 토지를 어떻게 개발하고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공항까지 접근하는 교통시설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공항은 컨벤션과 무역, MICE 산업을 증진시키는 파워소스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공항이 아무리 적절한 위치에 들어온들, 그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 즉 거위의 '먹이'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황금알을 낳기도 전에 거위는 말라죽는다. 지금까지 말라죽은 거위, 즉 쓸데없이 세워 고사한 공항만 여러 곳이다.

공항 산업은 교통산업의 꽃이다. 공항이 형성된 지역은 그 인근 권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김포공항처럼 공항이 대중교통의 중심지, 집결지가 되기도 하지만, 몇몇 공항처럼 제대로 피지 못한 채 세금만 축내는 공항도 허다하다. 이번 동남권 신공항이 세금도둑이 될지, 동남권 산업을 키우는 촉매제가 될 지는 '정치인'의 손 대신, '교통 전문가'들의 손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지역논리에 무시되어왔던 교통전문가들이 내놓는 의견을, 정치인들이, 지역주민이, 나아가 공동체 전체가 수용해야 하지 않을까. 몇조의 세금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태그:#교통, #공항, #동남권 신공항, #영남권 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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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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