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경기에서 서울은 3-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3-4로 역전패를 당하며 리그 1위 탈환에 실패했다.

이번 역전패는 단순히 1위를 탈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으로 그치지 않는다. 제주와의 경기에서 서울이 안고 있는 스리백 전술의 근본적인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이 오히려 더 뼈아프다.

최용수 감독은 조광래, 안익수, 윤성효 전 감독들이 모두 K리그 일선에서 물러난 후 끊길 뻔했던 스리백 전술을 부활시켜 매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 및 FA컵 우승을 이끌어 냈다.

서울 스리백의 전략 포인트

 25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서울 대 우라와 레즈 경기.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후반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16.5.25

최용수 FC서울 감독. ⓒ 연합뉴스


최용수 감독이 구사하는 서울의 스리백을 보고 있으면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승리하고자 하는 노림수가 드러난다. 최 감독 본인은 스리백이라는 말 앞에 '공격적'이라는 단어를 덧붙이지만 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미 전문 수비수인 센터백을 3명이나 두고 있으면서 수비형 미드필더 1명을 따로 두는 서울의 포메이션은 공격적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올 시즌 초에 서울은 스리백으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현재도 12경기 25득점으로 경기당 2.08 득점이라는 좋은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제주(득점 26)에 이어 리그 다득점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격력이 '공격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서울은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합쳐 4명이 수비 자리에 위치한다. 그리고 최전방에는 2명의 공격수가 배치된다. 수비와 공격을 이어주는 역할은 좌우 측면의 윙백 2명과 중앙 미드필더 2명이 맡는다. 즉, 최전방의 공격수들을 지원하기 위한 2선이 없으므로 윙백과 중앙 미드필더가 오버래핑을 해서 지원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이 다득점할 수 있었던 것은 공격수인 데얀과 아드리아노의 뛰어난 능력 덕분이다. 데얀과 아드리아노가 부진하면 박주영이 나오고, 박주영 외에도 득점력이 있는 윤주태도 있다.

종합해 보면 최용수 감독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포메이션 전체적으로는 수비에 중심을 두어서 실점을 최소화하고, 공격 시에는 오버래핑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최전방의 뛰어난 공격수를 지원하여 득점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즌 초반에는 이러한 노림수가 잘 먹혀들었다.

힘들어진 서울 수비수들의 오버래핑, 뒷공간을 노리는 상대팀

그러나 서울이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부터 상황은 점차 바뀌어 갔다. 서울을 상대하는 상대팀도 수비적인 스리백으로 맞대응하면서 진화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수비적으로 변하자 포메이션 구조상 공격에 결함이 있는 서울은 공격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서울은 센터백인 오스마르까지 오버래핑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측면에서 지원만 하던 좌우 윙백들도 페널티 박스 앞까지 침투하며 점점 더 위로 올라갔다. 이러한 전략이 효과를 거두자 최근에는 센터백인 김동우까지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고육지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서울의 오버래핑은 공격이라는 관점에서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상대팀 입장에서 보면 서울의 뒷문이 허술해졌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김주영, 이웅희가 팀을 떠난 서울의 센터백들은 김원식을 제외하고 모두 발이 느리다. 이를 제대로 노린 건 지난 라운드에서 무승부를 거둔 전남과 이번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둔 제주였다.

전남과 제주는 모두 3-4-1-2를 들고 나왔다. 서울과 같은 스리백이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없이 1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2명의 공격수로 공격진을 구성한 점이 흥미롭다. 전남은 유고비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우고 조석재와 오르샤를 최전방에 위치하게 했는데 테크닉이 좋은 유고비치를 거쳐 서울의 뒷공간으로 패스가 들어가면 조석재와 오르샤의 스피드로 서울의 느린 수비진을 무너뜨릴 계획이었다. 전남은 이 전략으로 많은 찬스를 잡았지만 아쉽게 모두 놓치면서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제주는 달랐다. 우선 공격형 미드필더에 원톱을 볼 수 있는 마르셀로를 배치한 점도 흥미로웠다. 최전방에 서울의 수비진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한 스피드를 갖춘 이근호와 정영총을 배치한 노림수도 분명했다.

전반전부터 서울은 제주의 역습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전반 41분에 터진 제주의 첫 번째 골 장면이 대표적이다. 제주의 역습상황에서 서울 수비수들은 공격수들을 따라가는 데 바빠 모두 마르셀로에 몰렸다. 그러자 마르셀로는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이근호와 정영총 모두 마크맨이 없는 상태에서 정영총이 쉽게 헤더 골을 기록할 수 있었다.

서울 역시 고요한과 윤주태가 골을 기록하며 3-1로 역전하기는 했다. 그러나 3-2 상황에서 센터백을 보던 오스마르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리기 위해 이상협을 빼고 김남춘을 투입하면서 경기 분위기는 서울에 불리하게 흘러갔다.

승점 3점을 획득하기 위해 오스마르를 전진 배치한 결과, 제주의 세 번째 골인 크로스에 의한 헤더 골 장면에서 정작 수비진에 있어야 할 오스마르는 보이지 않았다. 제주의 네 번째 득점에서도 3명의 센터백과 오스마르만이 최후방에 남아 제주의 최전방 공격수들과 대치하고 있던 사이, 2선에서 침투한 제주 권순형이 중거리 슛을 성공시켰다. 권순형의 슈팅도 좋았지만 서울의 수비가 중앙 미드필더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게 문제였다.

진화하는 상대팀에 대응할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한 시점

종합해 보면 서울은 수비에 선수 숫자를 많이 두어 기본적으로 수비를 탄탄히 하면서도 최전방 공격수의 개인 능력을 바탕으로 득점하여 승리를 거두는 계획을 짜고 있다.

하지만 상대팀은 숫자가 부족한 서울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서울은 수비에서도 선수를 빼내 앞으로 보냈다. 서울의 상대팀은 그 때를 노리고 스피드를 이용해 서울에 역습을 날린다. 원래 서울의 계획대로라면 서울이 무실점하는 가운데 먼저 득점을 하고 여유롭게 지키면서 추가 득점을 노려야 하겠지만, 최근에는 먼저 실점하고 추격하기에 급급한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입장에서는 어차피 수비수가 오버래핑을 할 바에는 아예 전남과 제주처럼 전문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고 2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상황에 따라 공격과 수비를 오가게 하며 세 명의 센터백을 수비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원래 계획에 부합할 수도 있다. 제주에 마르셀로, 이근호, 정영총이 있다면 서울 역시 박주영, 데얀, 아드리아노가 있다. 박주영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최상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음을 그동안의 경기에서 증명하였다.

최용수 감독은 제주전이 끝난 후 수비를 좀 더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감독이 과연 어떤 수를 쓸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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