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은반 위에 그려진 꿈은 크고 원대했다. 세계 피겨계를 주름잡고 있는 피겨 정상급 선수들과 한국 피겨의 희망들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올댓스케이트 2016아이스쇼에 출연해 자신들의 끼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비록 한국 피겨를 상징하는 김연아가 이번 공연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3000여명의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이들의 공연에 화답했다.

 박소연의 올댓스케이트 아이스쇼에서 공연 모습

박소연의 올댓스케이트 아이스쇼에서 공연 모습 ⓒ 박영진


한국 피겨의 희망들, 평창-베이징의 꿈을 약속하다

이번 아이스쇼에 출연한 여자싱글의 박소연(단국대), 유영(문원초), 임은수(한강중), 안소현(목일중)과 남자싱글의 김진서(한국체대), 이준형(단국대), 그리고 아이스댄스의 김 레베카-키릴 미놉프는 모두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베이징 올림픽을 향해 전진해 가고 있는 기대주들이다.

현재 맏언니로서 세계선수권 톱10진입, 그랑프리 두 시즌 연속 두 개 대회 출전 등을 일궈낸 박소연은 1부 마지막에 등장해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에 맞춰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감성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반면 임은수와 안소현, 유영은 비교적 빠른 비트의 선율이 돋보이는 음악으로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2부에 등장한 임은수는 '렛스 해브 어 키키'(Let's Have a kik)에 맞춰 발랄하면서도 신나는 리듬으로 거침없이 빙판을 누볐고, 안소현은 1부 맨 처음에 등장해 자신의 새로운 쇼트프로그램인 '스톤 골드'(Stone Gold)를 선보였다. 지난 1월 국내 종합선수권에서 김연아 보다 어린 나이에 최연소 챔피언이 된 유영은 2부 공연에서 '푸틴 온 더 리츠'(Puttin On the Ritz)의 선율에 맞춰 의자와 함께 깜찍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유영의 아이스쇼 연기 모습

유영의 아이스쇼 연기 모습 ⓒ 박영진


그리고 이들은 2부 중반부에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특별한 무대를 선보였다. 동경하는 우상인 김연아를 본받고 싶어 하는 이들은 걸그룹 트와이스의 '치어럽'(Cheer up) 음악에 맞춰 빙판을 누볐다. 대회에선 선후배이자 경쟁자로 만나야 하지만, 아이스쇼에서 만큼은 각자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선수이자 소녀로 손을 맞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김진서는 평소 은반 위에서 보여준 끼를 이번에도 유감없이 보여줬다. 파워풀한 스케이팅으로 항상 주목을 받은 그는 이번에도 팬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반면 이준형은 평소 존경하는 피겨스케이터 제프리 버틀과 같은 부드러우면서도 마음을 흠뻑 적시는 공연으로 대조를 이뤘다.

세계 피겨의 주역들, 자신들의 명성을 증명하다

이번 아이스쇼에 참가한 세계 피겨 선수들은 모두 자신들의 이름에 걸 맞는 명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1·2부 중간에 등장한 미샤 지(우즈베키스탄)는 두 프로그램을 모두 케이 팝(K-pop)을 배경 음악으로 선정했다. 특히 2부에 등장한 빅뱅의 '뱅뱅뱅'(Bang Bang Bang)에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 속에 절도 있는 몸짓과 퍼포먼스를 유감없이 뽐내며 독무대를 완벽하게 연출해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애슐리와그너의 아이스쇼 연기 모습

애슐리와그너의 아이스쇼 연기 모습 ⓒ 박영진


2014 소치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구한말 민긍호 의병장의 후손으로 알려진 데니스 텐(카자흐스탄)은 1부에선 감성적인 연기를, 2부에선 빠른 비트의 퍼포먼스를 선보여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10년 만에 미국에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안겨준 애슐리 와그너는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새로운 갈라 프로그램 '데인저러스 위민'(Dangerous Women)과 지난 시즌 쇼트프로그램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은 '힙힙 친친'(Hip Hip Chin Chin)을 선보여 그 때의 감동을 재연하면서 2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러시아 피겨 돌풍의 중심에 서있는 엘레나 라디오노바는 와그너와는 반대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1부에선 '워스 잇'(Worth it)에 맞춰 귀여운 소녀로 변신했다가 2부에선 유명 팝송인 '이매진'(Imagnine)에 맞춰 감성적이면서도 차분한 몸짓으로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새로운 세계 페어-아이스댄스 "우리도 있어요"

 안나카펠리니-루카마노테 조의 연기모습

안나카펠리니-루카마노테 조의 연기모습 ⓒ 박영진


한국엔 아직 피겨의 아이스댄스와 페어 종목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종목이다. 남녀 선수가 짝을 이뤄 화려한 스케이팅 스킬과 기술을 선보이는 두 종목은 척박한 한국 피겨의 현실에선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이런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목표를 향해 걸어 나가고 있는 김 레베카-키릴 미놉프는 다가오는 평창에서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출전할 것을 다짐하며 또 다른 변신을 보여줬다.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알리오나 사브첸코는 대회 직후 새로운 파트너 브루노 마소와 함께 팀을 결성한 이후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들은 이번 아이스쇼에선 익살스런 퍼포먼스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1부에선 모차르트의 '모차르트 세레나데'(Mozart Serenade)를 재밌게 재해석하는가 하면, 2부에선 '댓 맨'(That man) 음악에 맞춰 고난이도의 쓰로우 점프와, 커브 리프트, 그리고 콤비네이션 점프 등 페어 스케이팅의 주요 기술들을 유감없이 뽐내며 관중들의 놀라움을 선사했다. 이탈리아에서 넘어온 새로운 아이스댄스의 주역 안나 카펠리니-루카 라노테는 탱고 음악 '라 쿰파르시타'(La Cumparsita)에 맞춰 다채로우면서 공연에 걸맞는 흥겨운 안무를 선보였다,

국내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번 공연은 1년 6개월 후 평창의 은반 위에서 볼 선수들을 미리 만나보고, 동시에 밝은 미래를 다짐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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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아이스쇼 평창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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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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