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째 들어올리는 우승 트로피의 맛은 달콤했다. 프리메라 리가와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를 모두 라이벌 FC 바르셀로나가 가져갔기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 CF 선수들은 이 결승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전반전에 넣은 세르히오 라모스의 선제골 순간이 오프사이드 반칙에 의한 골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이끌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29일 오전 3시 45분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산 시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연고 도시 맞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를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명승부 끝에 5-3으로 이겨 2년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치켜들었다.

라모스의 찜찜한 오프 사이드 득점

경기 시작 후 15분만에 레알 마드리드의 선제골이 터졌다. 왼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토니 크로스가 짧은 킥을 올렸고 그 공은 가레스 베일의 머리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어 골문 바로 앞 세르히오 라모스에게 날아갔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는 이 공을 왼발로 살짝 돌려차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러나 가레스 베일의 머리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세르히오 라모스는 오프사이드 포지션이었다. 워낙 숨가쁘게 전개되는 공 흐름 과정에서 마크 클라텐버그(잉글랜드) 주심이나 시몬 벡(잉글랜드) 제1부심이 이를 잡아내지 못한 것이었다. 골문 바로 옆 끝줄 밖에도 추가 부심이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제1부심이 가장 먼저 깃발을 올렸어야 하는 위치였던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이 선제골에 대해 메트로(영국), 마르카(스페인) 등 다수의 언론에서도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리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보도할 정도였다. 마침 6월 1일부터 바뀌게 되는 축구 규칙 중에서 비디오 판정이 도입된다고 하지만 오프 사이드는 빠져 있어 오프 사이드 관련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심도 축구 경기의 일부이기 때문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이나 벤치에서는 억울해도 어쩔 수 없었다. 따라잡을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끈질기게 따라붙은 AT 마드리드, 승부차기 눈물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1분도 안 되어 그리즈만의 찔러주기를 받은 페르난도 토레스가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페페가 뒤에서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고 판정한 것이다.

이 기회에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앙투안 그리즈만이었다. 그러나 그의 왼발 킥이 크로스바를 때리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축구장의 신은 레알 마드리드를 향해 미소짓는 듯 보였다.

그래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79분에 귀중한 동점골을 끝내 뽑아낸 것이다. 주장 완장을 찬 미드필더 가비가 오른쪽 측면으로 넘겨준 공을 후안 프란이 반 박자 빠른 크로스를 보냈고 후반전 교체 선수 야니크 카라스코가 골문 앞으로 달려들며 오른발 인사이드킥으로 마무리지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이 마지막 대결은 연장전이 끝날 때까지 더이상 골이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축구장의 가장 잔인한 순간이라 할 수 있는 11미터 승부차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후반전 교체 선수 루카스 바스케스가 먼저 성공시키며 출발한 승부차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후반전 초반 실축을 만회하는 골을 성공시켜 강심장임을 입증했다.

그런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네 번째 키커로 나온 후안프란이 주저앉고 말았다. 그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이 왼쪽 기둥 아래쪽을 강하게 때리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마지막 기회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주어졌다. 그의 오른발 킥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골키퍼 얀 오블락이 예상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오른쪽 구석으로 날아가 꽂혔다. 끝이었다.

흰색 유니폼 상의를 훌러덩 벗어던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년만에 다시 누리는 희열의 순간을 동료들과 나눴다. 이로써 레알 마드리드 CF는 이 대회 초창기 5연패를 포함하여 11번째 우승 역사를 만들어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지네딘 지단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선수 시절 지네진 지단이 2002년 5월 16일 글래스고에 있는 햄든 파크에서 레알 마드리드 CF의 흰 유니폼을 입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때 레버쿠젠(독일)을 상대로 귀중한 2-1 결승골을 터뜨린 바 있기 때문이다. 선수와 감독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결코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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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5-2016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과(29일 오전 3시 45분, 산 시로 - 밀라노)

★ 레알 마드리드 1-1(PSO 5-3)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득점 : 세르히오 라모스(15분,도움-가레스 베일) / 야니크 카라스코(79분,도움-후안프란)]

◇ 레알 마드리드 CF의 챔피언스리그 11회 우승 기록
1955-1956년, 1956-1957년, 1957-1958년, 1958-1959년, 1959-1960년 (5연패)
1965-1966년, 1997-1998년, 1999-2000년, 2001-2002년, 2013-2014년, 2015-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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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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