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무리뉴 감독이 초조한 표정으로 리버풀전을 지켜보고있다. - 사진제공 첼시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게 된 조제 모리뉴 감독. 그는 위기의 맨유를 구할 수 있을까. ⓒ 첼시FC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래 맨유)가 또 사령탑을 바꾼다.

영국 BBC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23일 맨유가 루이 판 할 감독을 해임하고, 조제 모리뉴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올 시즌 내내 성적 부진으로 경질설에 시달렸던 판 할 감독은 결국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2014 남아공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결승으로 이끈 능력을 앞세워 맨유의 사령탑으로 화려하게 부임한 판할 감독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으며 맨유를 다시 유럽의 강호로 되살릴 것이라는 믿음을 받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맨유는 판할 감독이 이끌던 지난 2년간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무엇보다 수비 위주의 지루한 축구는 팬들마저 등 돌리게 했다. 올 시즌 맨유는 두 자릿수 골을 기록한 선수가 만 20세의 신예 공격수 안토니 마샬(11골)이 유일할 정도로 빈곤한 득점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구나 첼시, 레알 마드리드, 인터 밀란 등을 이끌며 '우승 청부사'로 불리는 모리뉴 감독이 올 시즌 첼시와 결별한 이후 맨유 사령탑 자리를 노린다는 소문이 돌자 가뜩이나 입지가 좁아진 판할 감독의 경질설은 더욱 힘을 얻었다.

'퍼거슨 황금기' 끝나자 방황하는 맨유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을 앞세워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호령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퍼거슨은 1986년부터 2013년까지 27년간 맨유를 이끌며 13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2번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 덕분에 유럽 최고의 명문 반열에 올랐지만, 그의 장기집권은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데이비드 베컴도 꼼짝 못 할 정도로 선수단을 완전히 장악한 퍼거슨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대체할 인물을 찾지 못한 것이다.

2013년 퍼거슨 감독이 완전히 은퇴한 맨유는 당시 에버턴을 이끌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을 후임으로 내세웠다. 화려한 스타 선수 없이도 에버턴을 내실 있는 팀으로 성장시킨 모예스 감독이 퍼거슨처럼 오랜 기간 지휘봉을 잡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맨유와 모예스 감독의 인연은 1년도 채 안되어 깨졌다. 맨유는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챔피언에서 7위로 추락했다. 아무리 모예스 감독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더라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조차 주어지지 않은 7위는 '우승이 아니면 실패'로 간주하는 맨유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성적표였다.

맨유의 다음 선택은 판할 감독이었다. 모예스 감독보다 월드컵, 챔피언스리그 등 큰 무대에서의 경험이 많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 안데르 에레라, 멤피스 데파이,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등을 영입하며 선수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판할 감독도 무거운 짐을 견뎌내지 못했다. 첫 시즌인 지난해 우승은 아니지만 4위를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 올 시즌 두 번째 기회를 얻었지만 더 올라가기는커녕 챔피언스리그에서 조기 탈락하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한 계단 내려가 5위로 떨어지며 해고의 칼날을 맞고 말았다.

'모리뉴호' 맨유, 명문 부활 성공할까 

모예스, 판할 감독과 '새드 엔딩'으로 끝난 맨유의 세 번째 선택은 모리뉴 감독이다. 첼시를 이끌던 시절 맨유의 퍼거슨 감독과 불꽃 튀는 라이벌 관계로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했던 그였기에 맨유와의 만남은 더욱 흥미롭다.

맨유가 모리뉴 감독에게 원하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우승이다. 지난 3년간 거액을 들여 수많은 선수를 영입했으나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하며 구단 재정에 적신호가 켜진 맨유는 우승을 통한 수입 극대화가 급선무다.

유럽 무대에서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검증을 마친 지도력과 정상급 선수 못지않은 스타성까지 겸비한 모리뉴 감독이야말로 맨유의 전성기를 다시 열어줄 적임자라고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모리뉴 감독이 가는 팀마다 우승을 차지한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슬럼프가 빨리 찾아와 한 팀에서 3년 이상 버티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워 퍼거슨 감독처럼 맨유를 장기간 이끌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맨유는 3~4년 후를 내다볼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불과 3년 만에 유럽은 물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종이 호랑이'가 된 맨유로서는 당장이라도 우승 트로피를 되찾아 땅에 떨어진 자신감과 구단 재정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거대 자본이 지배하며 전 세계 스타 선수들은 물론이고 모리뉴,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아르센 벵거(아스널), 안토니오 콘테(첼시), 위르겐 클롭(리버풀) 등 내노라하는 명장들의 각축장이 된 프리미어리그에서 모리뉴 감독이 과연 맨유의 황금기를 되찾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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