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상대 선수들이 후반전에 흔들리며 발걸음이 느려질 것을 너무나 잘 알고 기다렸다. 필드 플레이어들이 90분 내내 전력을 다해 상대를 압박하며 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세비야 FC 선수들이 그동안 어떤 클럽도 이루지 못한 유로파리그의 역사를 새로 쓴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이끄는 세비야 FC(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19일 오전 3시 45분 스위스 바젤에 있는 세인트 야콥 파크에서 벌어진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결승전 리버풀 FC(잉글랜드)와의 맞대결에서 후반전 세 골을 몰아넣으며 대역전승을 거두고 3년 연속 우승과 통산 5회 우승이라는 위업을 이뤘다.

후반전 시작 후 16초만에 터진 동점골부터

이 결승전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 티켓 보너스가 걸려 있는 맞대결이기 때문에도 더욱 흥미로웠다. 특히, 리버풀 FC는 다시 챔피언스리그로 돌아가서 2005년에 만든 이스탄불의 기적 우승을 다시 한 번 누리고 싶었다.

리버풀 선수들의 꿈은 35분에 이루어지는 듯 보였다. 피르미누와 필리페 쿠티뉴로 이어진 패스를 받은 골잡이 다니엘 스터리지가 왼쪽 대각선 위치에서 절묘한 왼발 아웃프런트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세비야 골키퍼 다비드 소리아가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이 휘어 날아온 골이었다.

리버풀은 그로부터 4분 뒤에 추가 골까지 터뜨리며 완승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 보였다.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데얀 로브렌의 헤더가 세비야 골문 왼쪽 구석에 꽂힌 것이다. 하지만 제1부심의 깃발이 올라가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졌다. 골문 바로 앞에서 선취골 주인공 스터리지가 왼발을 높이 치켜들었기 때문이었다.

결과론이지만 스터리지가 옆으로 살짝 비켜나며 공의 진행 방향과 무관한 행동을 했다면 이 결승전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은 순간이었다.

후반전 시작 후 16초 만에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세비야의 벼락같은 동점 골이 터진 것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세비야의 풀백 마리아누 페레이라가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날카롭게 찔러준 공을 골잡이 케빈 가메이로가 왼발로 빈 골문에 밀어 넣은 것이다. 그 순간 리버풀 선수들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주장 코케가 터뜨린 아름다운 역전 결승골까지

전반전에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하며 세비야의 빌드 업 과정 자체를 무력화시킨 리버풀 선수들은 후반전에 눈에 띄게 발걸음이 느려졌다. 동점 골을 내준 뒤에도 케빈 가메이로를 잡지 못해 곧바로 역전 골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센터백 콜로 투레가 마지막 순간에 내민 태클로 아찔한 역전 골 위기를 모면했지만, 리버풀은 분명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세비야의 아름다운 역전 결승 골이 만들어졌다. 64분, 비톨로가 밀어놓은 공을 향해 왼쪽에서 달려온 주장 코케가 오른발 감아 차기로 리버풀 골문 오른쪽 구석을 제대로 꿰뚫어버린 것이다. 전반전에 스터리지에게 허용한 선취골 궤적과 흡사했다.

세비야 선수들은 이 역전 골도 모자라 70분에 쐐기 골까지 성공시켰다. 세비야의 공격 과정에서 리버풀 선수들이 공을 잘못 걷어내는 바람에 몸에 맞고 옆으로 흐른 공을 코케가 잡아서 침착하게 오른발로 성공시켰다. 이 순간 주심과 제1부심의 판정이 엇갈리는 바람에 리버풀 벤치에서 거세게 항의했지만, 코케에게 굴러온 공은 분명히 리버풀의 두 선수 몸에 맞은 것이어서 골을 무효로 처리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

이에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82분에 센터백 콜로 투레를 빼고 골잡이 크리스티안 벤테케를 들여보내는 초강수를 내밀었지만 2004-2005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만들어진 이스탄불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로써 세비야 FC는 이 대회(UEFA컵 대회 기록 포함) 역사 최초로 3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물론, 통산 5회 우승이라는 위업을 이룬 유럽 최초의 클럽이 되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2015-2016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 결과(19일 오전 3시 45분, 세인트 야콥 파크-바젤)

★ 세비야 FC 3-1 리버풀 FC [득점 : 케빈 가메이로(46분,도움-마리아누 페레이라). 코케(64분,도움-비톨로), 코케(70분) / 다니엘 스터리지(35분,도움-필리페 쿠티뉴)]

◎ 세비야 선수들
FW : 케빈 가메이로(89분↔비센테 이보라)
AMF : 비톨로, 에베르 바네가(90+2분↔크리스토포로), 코케
DMF : 스테벤 은존지, 크리호비악
DF : 에스쿠데로, 다니엘 카리코, 아딜 라미(77분↔콜로지에차크), 마리아누 페레이라
GK : 다비드 소리아

◎ 리버풀 선수들
FW : 다니엘 스터리지
AMF : 필리페 쿠티뉴, 피르미누(69분↔디보크 오리기), 애덤 랠러나(73분↔조 알렌)
DMF : 엠레 찬, 제임스 밀너
DF : 알베르토 모레노, 콜로 투레(82분↔크리스티안 벤테케), 데얀 로브렌, 나다니엘 클라인
GK : 시몽 미뇰레

◇ 2000년 이후 유로파리그 우승 팀 일람
2015-2016 세비야 FC(스페인)
2014-2015 세비야 FC(스페인)
2013-2014 세비야 FC(스페인)
2012-2013 첼시 FC(잉글랜드)
2011-2012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2010-2011 FC 포르투(포르투갈)
2009-2010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2008-2009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
2007-2008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2006-2007 세비야 FC(스페인)
2005-2006 세비야 FC(스페인)
2004-2005 CSKA 모스크바(러시아)
2003-2004 발렌시아(스페인)
2002-2003 FC 포르투(포르투갈)
2001-2002 페예노르트(네덜란드)
2000-2001 리버풀 FC(잉글랜드)
축구 유로파리그 리버풀 FC 세비야 FC 코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