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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뒤로 돌아 보세요. 머리 감은 지 며칠 됐나요?"

40대의 직장인 K씨는 아침 출근길 종종 아내로부터 '불심검문'을 당한다. 다름 아닌 비듬 때문이다.

"거울을 보고 잘 턴다고 털었는데도, 등 쪽으로 떨어진 비듬들은 잘 안 보이니까 털어내기 쉽지 않은 거 같아요."

비듬 탓에 평소 사람들을 대할 때면 적잖게 위축되곤 하는 그에게 비듬은 말 그대로 '병 아닌 병'이다. 특별한 병증 때문에 발생하는 비듬이 아니라면, 비듬은 일반적으로 신체 건강의 적신호나 이상 징후는 아니다. 그러나 남들에게 불결하다는 인상을 지워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유달리 비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만저만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비듬이 많다면 십중팔구는 체질을 원인으로 간주해도 틀리지 않다. 비듬은 사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에게나 생긴다. 두피는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재생된다. 피부학자들에 따르면, 두피 전체가 새로운 세포로 바뀌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4주 이내다. 바꿔 말해, 두피 전체가 한달 이내에 죽은 세포로 변하고 이들이 바로 두피에서 떨어져 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비듬인 것이다.

그러나 유달리 눈에 띄게 비듬이 많다면, 남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피지선이 발달된 사람들이다. 같은 맥락에서 평균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의 피지선이 잘 발달돼 있으므로 비듬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남자가 더 많게 마련이다. 남성들이 단순히 여성보다 피부 관리에 신경을 덜 쓰기 때문에 비듬이 많은 게 아닌 것이다.

피지는 사춘기 이후 또 노령기 이전에 많이 분비된다. 성별 가릴 것 없이 어린아이들이나 노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비듬 발생이 적거나 드문 이유이다. "어렸을 때는 비듬이 별로 없었는데…"하며 "무슨 병이 생긴 건 아닌가"하고 지레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물론 비듬이 단순한 피부 재생으로만 발생하는 건 아니다. 정확히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머리 속에 흔히 기생하는 곰팡이에 의해서도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곰팡이 유발 형 비듬이라면 요즘처럼 기온이 높아지는 계절에도 그다지 줄어들지 않는다.

겨울에 빈발하는 비듬은 그 낱낱의 조각 혹은 부스러기들이 잔 편이다. 겨울철에는 다리나 팔 부위에서도 '사실상의 비듬'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데 이와 기본적으로 다를 게 없는 셈이다. 하지만 곰팡이에 의해 발생이 촉진되는 비듬은 계절을 가리지 않을 뿐더러,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름철에 더 많이 생길 수도 있다.

곰팡이 유발 형 비듬은 비듬 개개의 크기가 큰 편이다. 크게는 새끼 손톱만한 '왕 비듬'도 있다. 색깔 또한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겨울철에 주로 눈에 띄는 비듬은 흰색에 가까운 반면 곰팡이 형 비듬은 약간 노릇한 기운이 있다. 직관적으로도 곰팡이 형 비듬이 좀더 불결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곰팡이 형 비듬의 경우 샴푸로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피에 기생하는 곰팡이의 번식을 억제하는 샴푸는 종류가 한둘이 아니다. 따라서 특정한 성분이 함유된 샴푸로 비듬이 잘 잡히지 않는다면, 다른 종류의 비듬 샴푸를 사용하는 게 좋다. 또 비듬이 아주 심하지 않은 편이라면, 일반 샴푸와 비듬 샴푸를 번갈아 가며 사용해도 관계 없다. 반면 심각할 정도로 비듬이 많이 생긴다면, 서로 성분이 다른 2개 비듬 샴푸를 섞어서 머리를 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 입니다.



태그:#비듬, #곰팡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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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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