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에게 하나에게 가르쳐주는 미소시루 레시피. 치에는 떠나지만, 된장국은 남는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의 삶도 이어진다.

치에게 하나에게 가르쳐주는 미소시루 레시피. 치에는 떠나지만, 된장국은 남는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의 삶도 이어진다. ⓒ 영화사 진진


"4살인 하나는 고사리손으로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를 만듭니다. 미소시루만큼은 제대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엄마의 가르침을 따라 즐거운 마음으로 미소시루를 만듭니다. 하나의 엄마(치에)는 암 환자입니다. 한때는 기적같이 종양이 모두 없어지고 보물과도 같은 딸 하나를 낳았지만, 금세 병은 다시 재발하여 온몸에 암이 전이되었습니다. 그러나 치에는 감사합니다. 자신은 '운이 좋다' 생각합니다. 참 따뜻한 남편과 천사 같은 딸을 만나서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행복합니다.

치에가 떠난 후, 아침이 되면 하나와 하나의 아빠(싱고)는 치에가 가르쳐 준 요리법대로 하나가 끓인 미소시루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치에가 가져다준 행복입니다."

어버이날이자 5월 연휴의 마지막 날. 극장을 찾아 영화 <하나와 미소시루>를 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갈 때까지 관객들은 모두 약속한 것처럼 자리를 일어나지 않았다. 쿠키 영상을 기다려야 하는 마블의 영화를 제외하고, 이날처럼 관객들이 빨리 자리를 떠나지 않은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누군가가 떠올라서였을까. 예전의 기억들이 생각나서였을까. 누군가가 그리워서였을까. 모두가 자리에 남아 각자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내 기준에서 <하나와 미소시루>는 작정하고 관객들의 눈물을 노리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조금은 어리바리한 캐릭터인 '싱고'와 똑 부러진 성격의 '치에'의 만남은 유쾌하게 그려진다.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딸 '하나'는 정말 귀여워서 보는 내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관객들의 눈물을 흘러내리게 하는 이유는 그 잔잔함과 단란함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각자의 기억들을 마법처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이별 치에는 스스로 "운이 좋다"고 한다. 어쨌든 그녀는 싱고를 만났고, 사랑했고, 하나를 낳았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하나와의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 다가오는 이별 치에는 스스로 "운이 좋다"고 한다. 어쨌든 그녀는 싱고를 만났고, 사랑했고, 하나를 낳았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하나와의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 영화사 진진


누구나 마음 깊은 한구석에 건드리면 슬프거나 아픈 조각 하나를 가둬놓는다. 그리고 <하나와 미소시루>는 그 조각의 크기를 줄여주는 데 한몫할 영화라고 자신한다. 당신의 그 슬프고 아픈 조각의 중심에 있는 누군가를 잠깐 꺼내서 그동안 잊고 있어서 미안했다고 또 감사하다고 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주는 영화다.

치에는 자신으로 인해 또래 친구들이 먹는 간식과 놀이 등을 포기해야 하는 하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치에는 알까. 치에와의 시간이 하나에게는 평생 보물로 남을 것이며, 바로 그 시간들이 하나를 특별한 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그렇기에 하나는 밝다. 오늘도 아빠를 위해 미소시루를 만들고 자신의 도시락을 싼다.

먼저 떠나야만 했던 그 누군가가 그립고 원망스러운 날도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본 날은 어버이날이었고, 영화 속 '하나'를 보며 잠시나마 행복했던 기억들이 떠올랐고, 그래서 그리움과 원망보다는 예쁜 기억들과 감사함이 선물처럼 다가온 날이다. 그리고 이 선물을 치에와 또 그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다. 어버이날이니까.

너무나 밝고 예쁘게 웃는 하나는 씩씩하게 자라서 늘 치에를 떠올리며 미소 지을 것이다. 그리고 바랄 것이다. 치에가 어디에서든 슬퍼하지 말고 끝까지 자신은 "운이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하루를 보내고 있기를. 그러면 시간이 지나 하나도 그런 하루를 보낼 것이다. "나 또한 운이 좋은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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