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프로야구 출범 원년 당시의 슬로건이다. 당시 부모님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아 야구라는 신세계에 빠졌던 어린이 팬들은 어느덧 35년이 흘러 이제는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다시 그라운드를 찾는다. 프로야구는 결국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고, 어린이 야구팬들은 프로야구의 또 다른 꿈이 된다.

어린이날은 어느덧 프로야구 한해 일정을 짤 때도 가장 중요한 이벤트중 하나가 됐다. 올해 프로야구에도 어린이날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전국 5개 구장에서 어린이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은 가족 단위 관중들로 넘실댔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한 경기력으로, 구단은 다채로운 이벤트를 통하여 어린이팬들 앞에서 야구장의 즐거움을 보여주기 위하여 노력했다.

2016 어린이날 대전은 대체로 화끈한 '타격쇼'가 지배했다. 전국 5개 구장에서 총 82득점이나 나왔고 홈런만 무려 14개가 터졌다.

대구에서 열린 삼성-넥센(5-2)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4개 구장에서는 모두 경기당 두 자릿수 득점을 넘기는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졌다. SK-한화(19-6), 기아-롯데(17-1), NC-KT(15-2) 등은 대량득점이 속출했으나 한편으로 한 편으로는 승부가 일찍 갈리며 후반은 지루한 경기가 되어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짜릿했던 명승부는 역시 잠실 라이벌 LG와 두산의 맞대결이었다. 유독 어린이날 때마다 명승부를 연출했던 두 팀답게 이날도 물고물리는 접전이 막판까지 이어졌다. 7-7로 맞선 연장 10회말. 1사 3루에서 히메네스가 땅볼로 3루 주자 채은성을 불러들이며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LG는 어린이날 두산에 승리한 것은 무려 4년만이었다.

어린이날의 영웅들도 잇달아 탄생했다. SK 정의윤은 현재 타점 선두답게 한화전에서 3안타 1홈런 4타점의 맹타를 터뜨리며 팀의 위닝 시리즈를 이끌었다. LG 박용택은 이날 2안타를 추가하며 어린이날에 KBO 통산8번째 1900안타의 대업을 수립했다.

기아 나지완과 오준혁은 롯데 전에서 나란히 5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나지완은 2루타, 오준혁은 3루타 하나가 모자라 아쉽게 KBO 통산 20번째이자 어린이날 사이클링 히트의 대기록은 놓쳤다.

NC 나성범은 KT전에서 이틀 연속 결승 3점 홈런을 때려내는 진기록을 세웠다. 전날 4일에서도 3-3으로 맞선 5회초 KT 구원 투수 홍성용을 공략해 결승 3점 홈런을 뽑아냈던 나성범은 이날도 1회초 선제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밖에도 NC는 이호준이 3안타3타점, 지석훈이 2안타 1홈런 4타점을 뽑아냈다. NC는 5경기에서 홈런만 10개를 쓸어 담은 타선의 화력쇼에 힘입어 팀 5연승을 질주했다.

투수들에게는 다소 고달팠던 올해 어린이날이지만 드물게 가장 빛난 투수는 삼성 장원삼이었다. 직전 4번의 등판에서 승리 없이 2패만 기록했던 장원삼은 대구 넥센 전에서 6.2이닝 3피안타(1홈런) 3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마침내 시즌 첫 승리투수가 됐다. 특이하게도 장원삼은 2010, 2012, 2014년에 이어 2년에 한 번씩 어린이날 홈경기마다 선발 등판해 4연승을 챙기며 '어린이날 최고 에이스'로 자리매김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안타까운 장면들도 있었다. 기아와 롯데의 광주 경기에서는 어린이날에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기아가 8-0으로 앞서던 4회말 2사 롯데 선발투수 이성민의 초구가 타석에 있는 서동욱의 발목을 강타했다.

서동욱은 이를 빈볼로 판단하여 화를 냈고 이성민도 지지 않고 다가가며 응수했다. 이에 양팀 선수들이 모두 뛰쳐나왔고 서로를 밀치는 과정에서 몇몇 선수들이 감정이 상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양팀 선수들 각각 대패와 빈볼 사이에서 흥분할 수도 있었지만 어린이날을 맞아 많은 가족 단위 팬들이 경기장을 찾은 것을 의식했다면, 좀 더 신중하게 행동했어야했다.

최악의 어린이날을 보낸 팀은 역시 롯데와 한화다. 롯데는 이날 패배로 기아와의 3연전을 모두 내줬을 뿐 아니라 최근6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9위로 내려앉았다. 선발 이성민은 이날 5이닝 11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한데 이어 벤치클리어링 논란의 중심에 서며 누구보다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롯데는 연패기간 동안 6경기에서 고작 11점을 뽑는데 그치는 심각한 득점력 난조를 드러냈다.

최하위 한화는 김성근 감독이 허리디스크 증세로 긴급 수술을 받으며 이날 SK전에 결장했다. 김 감독이 자리를 비운 것은 4월 14일 두산 전 이후 두 번째다. 한화는 이날 선발 복귀 전을 치른 안영명이  2이닝 동안 7피안타 3볼넷 1탈삼진 8실점(5자책)으로 무너졌고 21피안타 5피홈런 5실책을 허용하는 졸전 끝에 다시 연패 수렁에 빠졌다. 당분간 김 감독의 복귀가 어려워지게 됨에 따라 김광수 코치 대행 체제로 시즌을 운용하는 등 팀 운영도 파행을 피할 수 없게 되어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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