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 임종은의 멋진 발리슛 동점골이 터졌다. 평일 저녁 시간이었지만 전주성을 찾아준 1만7312명 홈팬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 그 덕분에 K리그 클래식의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한국)가 4일 오후 7시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장수 쑤닝 FC(중국)와의 홈 경기에서 2-2로 비겨 1위 자격을 유지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전반전, 장군멍군 흥미진진

 4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6차전 전북현대와 장쑤의 경기.전북 레오나르도가 페널티킥을 차려하자 뒤에 있던 수비수들이 긴장하고 있다.

4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6차전 전북현대와 장쑤의 경기.전북 레오나르도가 페널티킥을 차려하자 뒤에 있던 수비수들이 긴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조의 경우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순위 경쟁이 치열한 흐름이었다. 전북이 승점 9점으로 1위에 올라 있었지만 이 경기에서 질 경우 3위로 추락하며 16강에 못 오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승점 8점으로 2위에 올라 있던 장수 쑤닝 FC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형편이었다. 3위 FC 도쿄(7점)가 최하위로 탈락이 확정된 빈 즈엉과의 마지막 원정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흐름이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전북의 선취골이 나왔다. 오른쪽 풀백 최철순이 특유의 돌파력을 자랑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양 샤오티안이 최철순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몸으로 걸어 넘어뜨린 것이다. 19분, 이 절호의 기회를 정확한 킥 실력을 자랑하는 레오나르도가 빈틈없이 오른발로 성공시켰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장수 쑤닝이 아니었다. 거금을 쏟아부어 유럽 축구 무대를 주름잡던 능력자 셋(알렉스 테이세이라, 하미레스, 주앙 아우베스)을 데리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전북으로서는 언제나 위기 상황을 견뎌야 했다.

24분에 장수 쑤닝의 동점골이 나왔다. 프리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뜬 공을 알렉스 테이세이라가 왼발 발리슛으로 꽂아 넣었다. 이 경기가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될 것인지를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전북은 5분을 넘기지 못하고 흔들렸다.

후반전, 임종은의 멋진 동점골

 4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6차전 전북현대와 장쑤의 경기.전북 임종은이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4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6차전 전북현대와 장쑤의 경기.전북 임종은이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전 초반에 극적인 상황이 전개되었다. 52분에 전북 미드필더 루이스의 발이 높아서 하미레스가 전북 페널티 지역 안에서 넘어졌다. 중립적으로 공을 다투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아메드 아부 바카르(오만) 주심은 냉정하게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 역전 기회를 골잡이 주앙 아우베스가 놓칠 리 없었다. 그의 왼발 페널티킥은 정확하게 오른쪽 구석으로 낮게 깔려 들어갔다. 이렇게 역전골까지 얻어맞은 전북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은 59분에 루이스를 빼고 세컨 볼 집중력이 뛰어난 서상민을 들여보내며 동점골을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68분에 코너킥 세트 피스로 멋진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훈련 과정에서 준비해 두었던 것이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했다.

오른쪽 코너킥을 이재성이 왼발로 짧게 감아올렸고 이 공을 수비수 최규백이 머리로 넘겨주었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또 다른 수비수 임종은이 반대쪽에서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슛으로 꽂아넣었다. '킥-패스-발리슛 마무리' 삼박자가 아름답게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이대로라면 장수 쑤닝을 3위로 밀어내고 전북이 1위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장수 쑤닝 선수들은 포기할 수 없었다. 86분에 역습으로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잡았다. 후반전 교체 선수 타오 유안이 전북 골문을 향해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권순태가 왼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냈다. 전북 팬들이 그를 왜 '순태 사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이렇게 극적인 승점 1점을 챙긴 전북이 끝내 1위 자리를 지키며 16강에 올랐고,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으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위해 유명 선수들을 영입한 장수 쑤닝 FC는 2위 자리마저도 FC 도쿄에게 빼앗기고 탈락했다.

이로써 16강에 오른 동아시아권 팀들의 분포가 절묘하게도 국가별 2팀씩 결정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K리그 클래식에서는 전북 현대와 FC 서울이 그 자존심을 지켰고 중국에서는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탈락하고 '샹하이 상강, 샨동 루넝 FC'만 남았다. '멜버른 빅토리, 시드니 FC(호주)'와 '우라와 레즈, FC 도쿄(일본)'가 남은 티켓의 주인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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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 AFC 챔피언스리그 E조 결과(4일 오후 7시 전주성)

★ 전북 현대 2-2 장수 쑤닝 [득점 : 레오나르도(19분,PK), 임종은(68분,도움-최규백) / 알렉스 테이세이라(24분), 주앙 아우베스(54분,PK)]

◇ E조 최종 순위표
1위 전북 현대(한국) 10점 3승 1무 2패 13득점 9실점 +4 ***** 16강 진출!
2위 FC 도쿄(일본) 10점 3승 1무 2패 8득점 8실점 0 ***** 16강 진출! (승점이 같을 경우, 해당 팀의 맞대결 2경기 기록으로 순위 결정)
3위 장수 쑤닝 FC(중국) 9점 2승 3무 1패 10득점 7실점 +3
4위 빈 즈엉(베트남) 4점 1승 1무 4패 6득점 13실점 -7

◇ 동아시아권 16강 진출 팀 목록
전북 현대, FC 서울(이상 한국)
샨동 루넝 FC, 샹하이 상강(이상 중국)
멜버른 빅토리, 시드니 FC(이상 호주)
우라와 레즈, FC 도쿄(이상 일본)
축구 전북 현대 K리그 클래식 챔피언스리그 임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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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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