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분히 한류를 겨냥해 엽기적인 그녀2가 제작되었지만 흥행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다분히 한류를 겨냥해 엽기적인 그녀2가 제작되었지만 흥행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 엽기적인그녀2


김성령이 주연을 맡은 <미세스 캅2>가 방영중이지만 이 드라마는 '한국형 시즌제'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시즌1격인 <미세스 캅>에 출연한 주요 배우들은 대부분 출연하지 않았고, 이야기 전개 역시 시즌1에 비해서 확실한 재미 요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 역시 저조한 까닭에 여러모로 아쉬운 드라마가 되고 있다. 시즌1이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평가를 얻었기에 이런 결과는 뼈아프다.

기존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후속편을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류 붐을 타고 중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은 작품에 대한 수요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전세계 시장을 노리고 작품을 만드는 미국에서는 아예 시즌제나 후속편을 염두에 두고 드라마나 히어로 무비를 제작한다. 후속편을 염두해두지 않았더라도 큰 성공을 거둔 영화의 후속편도 줄줄이 등장한다. 그러나 한국의 시즌제와 미국의 시즌제는 그 기본 출발선부터 다르다.

미국의 드라마나 영화의 다음시즌이나 후속작에는 같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성공의 가능성을 높인다. 최고의 각본가와 감독이 투입되어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드라마의 경우 반응이 저조하면 더이상 다음 시즌이 제작되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의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높은 인기를 얻은 작품이라 할지라도 지나친 시즌의 연장 탓에 지나치게 늘어지는 스토리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시즌제가 무조건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배우들과 배경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팬들을 관심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한다. 그 정도의 기본만큼은 지키는 것이 시청자에 대한 예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시즌제는, 아직 정착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대부분 전작의 흥행에 지나치게 기댄 모양새다. <미세스 캅2>가 김희애를 캐스팅하지 못한 것을 비롯해 <엽기적인 그녀 2>에는 전지현이 없고 <대장금2>도 이영애가 출연을 고사했다. <별에서 온 그대 2>도 제작이 가시화 될 경우 김수현과 전지현이 그대로 출연할 가능성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엽기적인 그녀>는 전지현이 가장 키포인트가 되는 영화였다. 전지현의 생기발랄한 연기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뛰어다니는 청순한 외모는 <엽기적인 그녀>의 정체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지현조차 한동안 <엽기적인 그녀>를 뛰어넘지 못했고,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처럼 <엽기적인 그녀>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해 후속편의 느낌에 가까운 영화도 만들어졌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전지현이 주인공으로 나섰고 <엽기적인 그녀>의 감독인 곽재용까지 메가폰을 잡았지만 관객과 평단의 외면을 받았다. 전지현의 이미지가 식상하다는 평조차 이어졌다.

이영애가 고사한 <대장금2> 역시 원작자인 김영현 작가조차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다. 이미 종결된 이야기를 다시 꺼내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겨우 김영현 작가를 설득했으나 이영애는 <대장금2>대신 <신사임당>을 선택했다. 이영애가 출연할 경우 이영애와 이영애가 낳은 딸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 계획이었던 <대장금2>는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야기에 연계성이 없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시작해야 하는 <대장금2>가 과연 <대장금>의 뒤를 이어 확실한 흥행을 보장할 수 있을까. 단순히 <대장금>이라는 거대한 이름에 기대어 콘텐츠를 억지로 늘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한 연예 관계자는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는 대장금이라는 캐릭터에 연기 욕심이 많은 이영애가 출연할 리 없다"며 "우려먹기 논란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고 이야기 했다.

 전지현과 김수현이 출연해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별그대>

전지현과 김수현이 출연해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별그대> ⓒ sbs


그 말처럼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는 대부분 그 안에서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모두 마무리 된다. 시즌2 제작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별에서 온 그대> 역시 초반의 촘촘한 스토리에 비해 후반부의 이야기 전개가 다소 늘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주인공의 로맨스를 활용해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 그만큼 한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가 발전될 여지가 있다면 시즌2 제작 역시 기대해 볼만하지만 더 이상 <별에서 온 그대>에서 할 이야기가 있을지가 의문이다. 더군다나 배우들을 바꿔서 제작이 된다면 기존 배우들의 연기와 개성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뛰어넘지 못할 경우 기존의 캐릭터와 콘텐츠를 차용하기만 한 식상하고 진부한 작품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시즌제를 만들 생각이라면 애초에 시즌제를 염두해 두고 콘텐츠를 제작해 배우들은 물론 제작진과 시즌제에 대한 계약까지 완료하는 수완이 필요하다. 그러나 '성공'했을 경우에만 그 이름을 빌어서 다시 만들고자 하는 시즌제는 오히려 성공한 명작을 망치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시즌제를 만들 때, 단순한 인기가 아닌 그 안에서 더 할 이야기가 있나 없나를 고민하지 않고는 대중의 반응은 싸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영애는 자신을 한류스타로 만들어준 대장금의 후속편 출연을 끝내 고사했다.

이영애는 자신을 한류스타로 만들어준 대장금의 후속편 출연을 끝내 고사했다. ⓒ mbc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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