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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수단면이란 하천의 횡단면으로 물의 흐름이 이루어지고 있는 면적을 의미한다. 홍수 시에 배수능력을 입증하는 단위이기도 하다. 통수단면이 클수록 물을 많이 흘려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전시의 하천관리사업소나 생태하천과에서는 통수단면을 확보하기 위해 하천 바닥을 정비하거나 제방을 높이는 공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천에 다양한 공사들은 통수단면과 홍수빈도 등을 고려하여 진행된다. 이런 고려를 통해서 홍수 발생 시에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줄일 수 있다는 게 일반이다.

통수단면에 나무가 자라거나 시설물이 들어오면 흐름이 저해되는 것이다.
▲ 빗금친 부분이 통수단면이다. 통수단면에 나무가 자라거나 시설물이 들어오면 흐름이 저해되는 것이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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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대전시는 하천의 아름드리 버드나무를 베어내기 일쑤이다. 지난 12일 유등천을 찾았을 때 수십 그루의 나무가 베어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 대전시하천관리사업소에서 2015년 유등천의 버드나무 군락지의 상당부분을 벌목한 것이다. 버드나무가 자라면서, 통수단면이 줄어 홍수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논리이다.

나무에 이물질이 걸리거나 물의 흐름을 저해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고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말했다. 홍수의 위험이 있다면 나무를 벌목하는 것을 일정 부분은 이해할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런 홍수를 핑계 삼아 벌목하는 것에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것이다. 통수단면이 실제 얼마가 줄어서 어느 정도의 공간을 필요한지 조사하지 않는다. 담당공무원의 임의적인 판단으로 나무를 베어내는 것이 현재상황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하천기본계획에 의한 단면대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계획된 하천단면대로 관리할 것이라면, 강우나 물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하천지형의 측량이라도 해야 하지만, 나무만 베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홍수 막으려고 나무들 베는 거라고요?

전체 나무가 베어진 현장
▲ 유등천 버드나무 군락지에 한그루만 덩그러니 서있다. 전체 나무가 베어진 현장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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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수단면으로 인한 홍수위험을 판단하는 대전시의 이중적 잣대 또한 심각한 문제다. 하천의 통수단면을 줄이는 시설 설치에는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홍수 예방에 피해가 된다며 나무는 무참하게 베어내면서, 시설물을 설치할 때는 통수단면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이다.

이런 이중적 잣대의 대표적인 사례가 둔치 나무 식재이다. 유등천에는 이미 다양한 나무들이 인공적으로 식재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 통수단면이나 홍수에 영향을 주는 나무인데 한쪽에서는 베어내면서, 한쪽에서는 식재한 나무를 관리하고 있다. 하천흐름에 문제가 있다면 자연적으로 자라기 식재된 나무를 베어내는 게 우선이다. 하천에 자연적으로 자라기 어려운 나무이기 때문이다.

주변 나무에 잎이 무성한 것에 비해 잎이 거의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하천에 식재된 나무 주변 나무에 잎이 무성한 것에 비해 잎이 거의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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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하천에 식재된 나무는 대부분 건강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천환경에 잘 적응할 수 없는 나무들이 식재되면서, 매년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부나무는 식재된 이후 하천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죽어 벌목했다고 하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대답했다.

일부러 나무까지 심으면서, 자연스럽게 자라는 나무를 베는 것은 대전시 행정의 일관성에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둔치에 식재된 나무와 더불어 갑천의 자전거도로 일부 구간에는 가로등도 설치가 되어 있다. 가로등은 설치해 놓고 버드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한, 유등천은 통수단면에 심각한 저해가 되는 시설인 은제를 2011년에 시공했다. 은제는 제방과 호안에 콘크리트와 블록을 흙으로 덮는 재료를 의미한다. 하천에 은제를 시공하면서 대전시는 식물들도 자랄 수 있어 매우 좋은 시공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은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실제 은제가 시공된 이후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붉은 색 점선구간에 콘크리트를 흙으로 덮은 모습.
▲ 천변에 은제가 시공된 모습 붉은 색 점선구간에 콘크리트를 흙으로 덮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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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덮었던 은제가 노출되어 호안콘크리트 블럭이 보인다. 은제 위에는 풀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은제 노출구간 흙으로 덮었던 은제가 노출되어 호안콘크리트 블럭이 보인다. 은제 위에는 풀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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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의 흐름을 방해하는 시설물인 징검다리 역시 통수단면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시설이다. 유등천만해도 500~1000m마다 징검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징검다리 설치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징검다리는 설치하면서, 버느나무는 왜 베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대전시의 주장처럼 하천기본계획대로라면 징검다리와 가로등은 통수단면에 문제가 되고, 물의 흐름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철수해야 할 시설물이다. 복개된 구간 역시 물의 흐름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철거해야 한다.

인공 시설물은 되고 나무는 안 된다니...

대전의 하천에는 다양한 징검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 하천에 설치된 징검다리 대전의 하천에는 다양한 징검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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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둘레가 100cm 정도 되는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베어진 모습.
▲ 잘려진 버드나무 나무둘레가 100cm 정도 되는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베어진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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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시에는 버드나무보다 징검다리나 교각 보, 낙차공 주변에 훨씬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 딱딱한 재질로 이루어진 인공적인 시설물의 경우 물의 충격을 완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버드나무 등 하천에 자라는 식물의 경우 탄력이 있기 때문에 물의 충격을 완화시켜 오히려 홍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관련 기사 : 목척교 1년 만에 수해...인공적인 복원이 문제)

인공적인 시설물들이 대규모로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나무를 베는 것은 훨씬 더 정교한 자료가 요구된다. 가로등과 징검다리, 복개구간 등에 비해 더 심각한 물의 흐름 저해요소라는 입증이 있어야 한다. 하천의 통수단면에 문제가 있어 하천 벌목을 진행한 것이라면, 징검다리와 가로등, 수목식재를 등의 사업은 아예 진행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하천기본계획에 맞는 통수단면 유지를 하겠다면, 인공적인 시설물부터 철거해야 한다. 홍수 위험시설을 대전시가 대규모로 설치한 것은 향후 하천의 홍수발생시 대전시가 책임질 일을 스스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하천의 벌목은 일관성도 없고, 근거도 부족하다. 더욱이 통수단면에 어느 정도 문제가 생기는지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하천 벌목작업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

대전시는 하천관리에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하천의 나무 벌목에 대한 기초조사부터 다시 해야 한다.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나무를 베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할 구태이다.


태그:#3대하천, #버드나무, #유등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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