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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의 나이를 지나면서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는 느낌도 달라졌다. 마냥 좋기만 했던 어릴 적 기억은,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청소년기를 지나, 취업·결혼·출산·육아 등 격동의 시기를 지나면서 20~30대를 정신없이 보냈다. 직장에서 버티고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포기한 채 살기 위해 발버둥 친 40대를 지나니, 공허함 속에서 50대의 봄을 맞는다. 하루하루가 달라진 느낌이다.

지금 내게 남아있는 것은 예전 같지 않은 몸과 선뜻 단어가 튀어나오지 않고,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답답한 기억들, 은행 빚을 얻어 겨우 장만한 아파트 한 채 그리고 대학 2학년의 아들. 그래도 나는 그만하면 다행인 편이다. 아직은 꾸역꾸역 버틸 만 한 직장이 있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내에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가난한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물려받은 것 없이 전세 1300만 원짜리 단칸방에서 소꿉장난처럼 시작해 아등바등 25년을 살아오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은 물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을 텐데, 큰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견뎌준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밖에...

가진 것 없이 시작해 뻔한 월급으로 살아가기엔 버거운 일상, 그래서 아낸 아이를 보는 틈틈이 대학공부(방송통신대 유아교육학과)를 시작했고 졸업과 동시에 정교사자격증을 취득, 유치원 교사로 맞벌이를 시작했다. 육아와 공부 그리고 직장생활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스스로의 계획 하에 노력으로 이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지와 응원뿐이었다.

그렇게 맞벌이를 하면서 열심히 살아왔지만, 현실은 답답하고 미래는 불안하다. 이것이  현재를 사는 대한민국 가정의 보통의 모습이라는데 위안을 삼아보지만…. 집을 장만하면서 남은 집은 부담이더라도 서서히 갚으면 그만이지만, 노후준비는 어찌 할 것인가. 더욱 암울한 현실은 요즈음 청년 취업난으로 현재 대학에 다니고 있는 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또한 고스란히 부모가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해서 결혼하기까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막연한 기다림으로 뒷바라지를 하다 보면 남아있는 게 뭘까. 답답할 따름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그래도 그나마 나은데 뭘"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굳이 부인하고 싶지 않다. 맞벌이를 하고 있고 애도 하나뿐이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이니 나보다 여건이 더욱 좋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사는 걸까? 생각하면 대단함에 박수를 보낸다.

이 글은 어쩌면 넋두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다만, 일부라도 "나와 다르지 않구나" "나도 그런데" 공감하고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공감과 위로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을 담는다.

삶은 바로 옆에 와 있는 봄의 향기가 주는 설레임마저 희망으로 여겨  살만한 세상이라고 믿고 견뎌내는 것이리라.     

덧붙이는 글 | 50대의 나이는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답답하고 미래는 불안합니다. 그러나 어찌합니까. 스스로 헤쳐나가는 수밖에.



태그:#봉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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