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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정말 덥다. 마지 못해 일을 나서지만 하기 싫다. 쉬고 싶다. 그런 나를 바짝 정신차리게 하는 건 뜻밖에도 아들이다. 이는 즐거움이다.

"오늘은 몇시에 끝나니?"
"오늘 풀타임이어서 저녁 8시쯤 끝나요."
"쉬엄쉬엄 하지 그러니, 날씨도 더운데…."
"할만해요. 남들도 다하는 데요, 뭘…."

방학을 맞은 대학생 아들은 요새 무척 바쁘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레스토랑에서, 주말(토·일)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금요일 하루만 쉰다. 그날 집에서 쉬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하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오롯이 보낸다.

대견하다, 고백하건대 나는 그러지 못했다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모든 것이 어려웠지만 나는 남 앞에 나서는 것도, 힘든 노동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사회성이 형편 없었다. 그렇다고 공부를 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방학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아들은 다르다. 늘 힘들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면서도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오히려 매니저가 더 할 수 없느냐고 할 정도로 맡은 일을 잘하나 보다. 힘든데 왜 하느냐고 물어보면 이런 답이 돌아온다.

"제 용돈은 제가 벌어 쓸려고요, 저도 군대까지 다녀왔는데."
"방학 때 돈 벌어서 겨울방학 때 해외여행 좀 다녀오려고요."

지난해 11월 3일 군에서 전역한 아들은 이날 이후로 용돈을 받지 않았따. 학기 중에는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한다.

사실 처음엔 걱정도 있었다. 그래도 학생이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러나 지금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때가 되면 할 것이고 그때까지 기다려 주는 게 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백하건대 지금껏 아들을 키우면서 단 한 번도 매를 들지 않을 정도로 나는 아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쪽을 선택해왔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으로는 이게 맞는건가, 의구심을 완벽히 떨쳐낼 수 없었다. 특히, 재수까지 했음에도 기대보다 훨씬 낮은 대학을 갈 수밖에 없었을 때의 실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없다. 그래도 난 혼자 삭힐 뿐 드러내놓고 표현하진 않았다.

기대와 절망사이에 고민하고 갈등하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장점을 바라보며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시작은 그렇다. 순수하다.
"우리 아이는 천재인가봐." 기대감이 하늘을 찌른다. 뭐든 해주고 싶고 자랑하고 싶다.
"더 잘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시작이 맞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때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아이는 천재가 아니다. 아이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단순한 진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지금처럼 사회성 좋은 아이로 자라는 것이다. 이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 정도면 족하다. 그래서 아직 그 어느것도 절망하기엔 이르다. 무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아들, 그래도 쉬엄쉬엄 하렴. 덥 잖아, 쉴 때는 쉬어야지."

이런 말을 하면서도 입가엔 미소가 머문다. 난 '아들 바보'가 맞다. 영원한 짝사랑이다.


태그:#봉봉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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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즐거움도 좋지만 보여주는 즐거움도 좋을 것 같아서 시작합니다. 재주가 없으니 그냥 느낀대로 생각나는대로 쓸 겁니다. 언제까지 써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무모하지만 덤벼들기로 했습니다. 첫글을 기다리는 설레임. 쓰릴있어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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