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란 꿈이 연극배우 유정한 씨의 심장을 두드렸다.

'연극배우'란 꿈이 연극배우 유정한 씨의 심장을 두드렸다. ⓒ 남유진


청춘(靑春)이란 말 그대로 푸른 봄.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란 뜻이다. 하지만 대개 청춘은 미래에 저당 잡혀 현재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내려놓기 급급하다. 푸른 봄에 새싹이 아닌, 마른 지푸라기가 땅 위로 솟아오른 느낌이다.

연극배우 유정한씨는 고등학교 때까지 뚜렷한 꿈이 없었다. 그러다 고3 때 학교에서 단체로 연극을 보러 갔는데 거기서 자기 안에 숨겨졌던 '꿈'을 발견하게 된다. '연극배우'란 꿈이 심장을 두드렸다. 그날 이후로 그의 인생은 늘 어릴 때부터 가까이하던 운동에서 예술로 급선회한다.

배우의 이력으로 말하자면, 사실 그는 할 말이 많지 않다. 2011년 어린이 뮤지컬 <피터팬>에 처음 출연하고, 군 제대 후 신영복 역으로 출연한 <사춘기 메들리>가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배우 이력서에 빼곡히 나열할 말은 없더라도, 대신 여백에는 꿈과 열정, 가능성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관객의 호응, 눈빛이 저를 움직여요 

그는 현재 공연 <사춘기 메들리>에서 감초 역할인 신영복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사춘기 메들리>는 웹툰이 원작이고, KBS 드라마 스페셜로도 방영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다. 같은 무대에 선지 1년이 다 돼가지만, 그는 여전히 무대가 새롭다. "사람들이 가끔 물어요. 왜 적은 보수를 받으면서 배우가 하고 싶냐고…. 제 대답은 '관객'이에요. 관객의 호응, 눈빛, 반응이 저를 움직여요."

무대에 섰던 첫 순간. 그는 그 한순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고생했다. "커튼콜할 때 저는 관객분들이 손뼉 치고 호응해주시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살면서 그때만큼 전율을 느꼈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관객으로 꼽은 사람은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이 사춘기 메들리 처음 보러 오셨을 때였어요. 잘 보고 계시나 무대 뒤에서 몰래 봤는데 웃고 계시더라고요. 부모님 웃는 모습을 보는데 이상하게 전 눈물이 나더라고요." 유정한의 부모님은 공연을 보고 나서 후기에 '저 정도 능글능글함이면 그는 앞으로 진정 더 멋진 연기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글을 남겼다. 부모님은 묵묵히 그가 선택하는 길을 바라보고 응원해주셨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의 개성 강한 연기 뒤에 숨겨진 비밀. 그는 눈물이 남들보다 조금 많다. 얼마 전, <정글북>이란 연극을 보면서도 엉엉 울었다고 한다. 내용이 슬퍼서가 아닌, 배우들의 열연 뒤에 숨겨진 땀과 눈물, 고생의 흔적을 느꼈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완성된 무대만 바라보지만, 배우는 배우들의 숨겨진 노력의 순간들을 공유한다. 또한, 배우는 무대에서만이 아닌, 일상에서도 연습을 계속한다.

그는 지하철에서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를 조용히 연습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 자신의 눈앞에 <사춘기 메들리> 티켓을 내밀었다. 깜짝 놀라 바라보니 한 여자가 며칠 전 <사춘기 메들리> 공연을 봤는데 주인공을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게 돼 반가운 마음에 알은 체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스마트폰에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감사한 기억이다.

"청춘 페스티벌에서 김어준씨가 이런 말을 하셨어요. '인생 졸라(?) 짧다'고…. 한 번뿐인 짧은 인생 남들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이 그 어떤 것이든지 간에요."

 "한 번뿐인 짧은 인생 남들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한 번뿐인 짧은 인생 남들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 남유진



덧붙이는 글 글_남유진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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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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