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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애플의 아이폰 보안 해제 갈등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애플의 아이폰 보안 해제 갈등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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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의 아이폰 보안 해제를 놓고 미국 정부와 애플의 법적 공방이 예상치 못한 결말로 끝났다. 그러나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애플의 도움 없이도 아이폰 보안 체계를 뚫어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각) 미국 법무부는 성명을 통해 "테러 용의자의 아이폰에 담긴 정보에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라며 애플의 강제 협조를 요청하는 소송을 전격 취하했다.

앞서 FBI는 작년 12월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에서 총기를 난사해 14명을 살해하고 사살된 사예드 파룩의 정확한 범행 동기와 공범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그의 아이폰 보안을 해제하려다가 실패했다. 애플이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냈지만, 애플은 거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의 보안을 우회하는 '백도어' 기술은 개인 정보 침해의 위험이 있다"며 법원의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맞붙을 놓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선 미국 정부는 공공 안전을 내세우며 애플을 압박했고, 애플은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IT 기업들과 연대해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했다.

애플의 입장을 지지해온 클라우드 업체 '박스'의 애런 레비 최고경영자(CEO)는 <워싱턴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싸움의 승리자가 누구인지 말하기 어렵다"라며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공공 안전 vs 개인정보'... 싸움은 이제부터

미국 여론을 양분시킨 이번 논란은 FBI가 아이폰 보안을 해제하면서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멜라니 뉴먼 법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수사 당국이 관계자의 협조나 법원의 명령을 통해 국가 안보와 공공 안전을 위한 디지털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애플과의 공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 테러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공공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애플이 법 위에 서려고 한다"는 등의 여론이 힘을 얻는 것도 애플에 부담을 주고 있다. 샌버너디노 테러 희생자 유족들은 "애플이 보호하려는 것은 개인정보가 아니라 살인자"라고 비난했다.

FBI는 아이폰 보안을 뚫은 방식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이 소유한 이스라엘 모바일 포렌식 전문업체 '셀레브라이트'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2013년 FBI와 독점 서비스 계약을 맺은 이 업체는 아이폰의 암호 없이도 복구 모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셀레브라이트는 성명을 통해 "FBI와 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2007년 이 업체를 인수한 일본의 '썬 전자'는 이날 하루 만에 주가가 14.32% 포인트나 폭등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의회는 테러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기업을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도 테러 예방을 위해 정보기관의 권한을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칼자루 쥔 미국 의회, 누구를 벨까?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애플의 법정 공방을 분석한 <시카고트리뷴> 기사 갈무리.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애플의 법정 공방을 분석한 <시카고트리뷴> 기사 갈무리.
ⓒ 시카고트리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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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쿡 CEO는 지난달 애플 본사에서 개최한 연례 주주총회에서 "애플은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옹호한다"라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올바른 일이며, 전혀 두렵지 않다"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은 "만약 FBI의 요구대로 애플이 백도어 기술을 제공한다면, 내가 카펫이나 화분 아래 숨겨놓은 현관문 열쇠를 누군가 알고 있다는 것"이라며 애플의 입장을 지지했다.

오히려 아이폰의 보안이 뚫리며 명성에 상처를 입은 애플이 더욱 강화된 보안 기술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애플이 미국 정부에 아이폰 보안을 해제한 방식을 제공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공방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법원의 결정도 갈팡질팡한다. 앞서 캘리포니아 주 연방법원은 애플이 아이폰 보안 해제 방법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FBI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렸지만, 얼마 후 뉴욕 주 연방법원은 마약 거래상의 아이폰 보안을 해제하라는 FBI의 요청을 애플이 수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공은 의회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여론이다. 의회가 명확한 법 해석을 내리거나 새로운 법을 제정해서 수사 당국의 정당한 디지털 수색을 보장할지, 아니면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할지 결정해달라는 것이다.

애플의 손을 들어줬던 뉴욕 주 연방법원의 제임스 오렌스타인 판사는 재판에서 "여러 이해관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이전 세대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기술과 문화적 현상을 의회가 논의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태그:#애플, #아이폰, #F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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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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