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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새누리당 김석기 후보가 권영국 후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있다.
 새누리당 김석기 후보가 권영국 후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있다.
ⓒ 경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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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후보가 악수를 거절한 채 스쳐 지나고 있다.
 권영국 후보가 악수를 거절한 채 스쳐 지나고 있다.
ⓒ 경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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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등록을 마친 4명의 후보들이 선관위에 모였다. 각종 행사가 진행됐지만, 그 중 여당 후보와 한 무소속 후보는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눈길 한 번 마주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여당 후보가 건넨 악수를 무소속 후보는 목례만 하고는 거절했다. 그 무소속 후보의 변은 이랬다. 

"경주시 선관위에서 김석기를 만났습니다. 악수를 하러 손을 내밀더군요. 당연히 그냥 지나쳤습니다. 얼마 전 황성성당 앞에서 봤을 때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또... 그 땐 자기도 무안했는지 돌아서서 등을 보이고 섰습니다. 등을 보이면 지는 건데요. 김석기 그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입니다. 지난 1월 8일에도 김석기는 용산참사에 대해 '정당한 법집행이었다'고 뻔뻔한 말을 했었습니다."

지난 26일 오후, 4.16 총선 경주시 후보로 등록을 마친 권영국 무소속 후보의 SNS 글이다. 그렇다. 이날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후보와 변호사 권영국 후보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 이뤄졌다. 아니 '용산참사'의 책임자와 용산참사 진상조사단 조사팀장이자 '변호인'이었던 두 남자의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경주 지역언론인 <경주포커스>에 따르면, "김석기 후보는 무소속 권영국 후보에게 악수를 건넸지만 권영국 후보는 가벼운 목례만 하고 악수는 거절하며 스쳐 지나갔다"고 한다. 권영국 후보의 '악수 거절' 사진은 이날 SNS 상에서 화제가 됐다. 굳이 김석기 후보가 출마한 경주시에 제 발로 찾아 간 이 '거리의 변호사'에게 응원이 답지하고 있다. 그가 경주시에 '셀프 전략 공천'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권영국 후보가 김석기 후보의 악수를 거절한 이유

경주시의회 권영길 의장이 새누리당 김석기 후보(왼쪽)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경주시의회 권영길 의장이 새누리당 김석기 후보(왼쪽)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 김석기 후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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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 예비후보는 용산참사 살인진압과 일왕 축하연 참석, 여론조사 조작 및 타후보 지지 호도, 석사학위 논문 표절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인 결격사유가 차고도 넘쳐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저버린 경찰 수장을 국회의원 후보로 낙점한다면 집권여당과 대한민국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문제투성이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한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자격이 없다. 경주 유권자들을 우롱한 결과를 보면서 착잡한 심경으로 김석기 예비후보 공천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유권자인 경주시민들이 낡고 음습한 구태정치를 심판해줄 것으로 믿는다."

지난 19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경북 경주시 후보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확정한 직후 권영국 변호사가 예비후보 신분으로 낸 보도자료 중 일부다. 어디 김석기 후보 한 명 뿐이랴. "결격사유가 차고도 넘치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리스트 말이다.

그럼에도 김석기 후보는 아주 특별한 존재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MB 정부에서 벌어졌던 용산참사 이후 경찰청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석기 후보의 이력이 그 누구보다 화려(?)하기 때문이다. 김 후보의 전력을 좀 더 들여다보자.

용산참사 이후 승승장구

"김석기를 국회가 아닌 감옥으로."

지난 9일,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경주시내 김석기 새누리당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석기는 용산참사 책임을 아랫사람에게만 떠넘기면서 국민적 지탄 속에 공직에서 쫓겨나듯 내려온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경주시민에게도 모욕적인 일"이라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김석기 당시 예비후보의 공천을 반대하는 시민 2061명이 서명한 의견서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3일,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는 김석기 후보가 포함된 1차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물론, 새누리당은 공천을 강행했다.

2009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그해 2월, 용산참사의 책임을 두고 비난이 쏟아지자 당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 내정과 서울경찰청장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면서도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원성을 산 바 있다.

그 이후의 행보는 더욱 가관이다. 정확히 다섯 달 만인 2009년 7월,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로 선임됐다. 자숙도 모자랄 판에 우익단체의 간판으로 얼굴을 내민 것이다. 이후 2011년 3월, 이명박 정부는 김석기 전 청장을 일본 오사카총영사관 총영사로 임명했다. 용산참사를 진두지휘한 책임자에게 이명박 정부가 내린 일종의 전리품에 가까운 낙하산 인사였다.

그러나 김석기 후보의 야망은 그칠 줄 몰랐다. 임기 3년짜리 총영사 자리를 내팽개친 그는 고작 8달도 채우지 못하고 귀국해 19대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다. 그것이 2011년 11월의 일이다. 새누리당도 김석기 후보의 행보가 못마땅했는지, 공천을 주진 않았다. 공천에서 탈락한 김 후보는 19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물론 고향인 경주에서였다.

이후 영남대 객원교수를 역임하던 그를 이번엔 박근혜 정부가 발탁했다. 2013년 10월 김석기 후보는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일본경찰대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공안행정학과 석사 출신인 그가 어떤 전문성을 인정받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됐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김석기 후보는 이번에도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20대 총선에 출마했다. 공직의 임기는 무시하고 오로지 국회의원 자리만 바라본다고 비판받을 만하다.

경주는 '기회주의' 대 '민주주의'의 대결

권영국 VS 김석기의 싸움을 강조하는 권영국 무소속 예비후보
 권영국 VS 김석기의 싸움을 강조하는 권영국 무소속 예비후보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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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주시의 민심은 사뭇 다른 것 같다. 지난 26일, 권영길 경주시 시의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소속 경주시의원 20명 전원은 김석기 후보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공식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다.

"중앙정부와 소통이 되는 사람, 30여 년의 공직생활로 쌓은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로 경주의 발전을 이룰 사람"이 김석기 후보라는 것이다. '용산참사' 책임 소지 외에도 총선을 앞두고 김 후보의 논문 표절과 당내 경선 여론조사를 앞두고 경쟁 후보가 자신을 지지하는 듯한 사진을 올리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논란으로 검찰 수사 요구까지 나오고 있지만, 새누리당과 경주시 시의원들은 눈과 귀를 막은 것처럼 보인다.  

반면, 권영국 후보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김석기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출마했다"라는 의혹을 살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권영국 후보 역시 출발은 "경주에 출마한 이유는 사실 김석기라는, 국민을 대표할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 분이 출마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밝히면서도 이렇게 덧붙인다.  

"그보다는 사실 대구 경북 지역의 정치 현실은 매우 어둡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정치 현실이 바뀌기 위해서는 대구 경북에서의 정치가 새롭게 복원이 돼야 한다, 특히 민주 진보 정치가 복원이 돼야만 대한민국 전체의 정치 현실이 바뀐다 생각합니다." (관련기사 : "김석기만 잡으러 경주에 오지 않았다")

지난 21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지난 2월 5일 방영된 CBS 라디오 <주말이야기쇼>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며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인 '의견제시'를 의견을 내렸다. 출연자 중 한 명인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김석기 예비후보는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권영국 예비후보는 긍정적으로 설명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앞서 소개한 김석기 후보의 이력을 두고 과연 '긍정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기계적 중립의 함정이란 바로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만큼 공직과 권력에 가까웠던 이들에 대한 비호가 여전히 선거판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김석기 후보와의 악수를 짐짓 거부한 권영국 후보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권 후보는 지난 주말, 노동 현장을 둘러보는 등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석기 VS. 권영국'의 대결은 분명 용산참사의 아픔을 넘어 '권력 VS. 서민', '기회주의 VS. 민주주의'의 대결이란 상징성을 띠고 있다. 권영국 후보의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경주시에서 이뤄지는지 지켜보도록 하자.

"세상을 바꾸지 않는 한, 정리 해고된 노동자들과 그 가족의 고통을 멈출 수 없다. 세상을 바꾸지 않는 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숨을 멈출 수 없다. 세상을 바꾸지 않는 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유가족들의 진실에 대한 갈망을 풀 수 없다."


태그:#김석기, #권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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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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