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미세스캅2>

SBS <미세스캅2> ⓒ SBS


얼마 전 TV에서 '신체자본'이라는 말을 들었다. JTBC <썰전> 유시민 작가가 "4·13 총선에 나가는 예비후보들이 '잘 나가는' 성형외과에 줄을 선다"는 이야기를 했다. 머리도 심고, 시술도 받는다. 그게 힘들다면 포토샵의 힘을 빌린다. 자신의 외모를 조금이라도 젊고 참신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꼭 2030 젊은이들에게만 통용되지 않는다는 거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외모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연령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예컨대 이전에는 결혼식을 앞두고 당사자가 아름다운 자신을 찾기 위해 상담을 받았다면, 지금은 장년층 또한 결혼 후 자녀들의 '기'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학부모들 사이의 미묘한 기싸움에서 이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일까. 늦은 결혼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일까. 이유야 어쨌든 이 힘든 세상에 각박하다면 각박한 현상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나이듦이 두렵다. 추해지는 것이 무섭다. '20살까지만 살고 싶다'던 시한부 삶을 다룬 소설 속 문구는 이제 자신이 품고 있는 젊음을 최대한 오래 끌고 싶은 변형된 욕심처럼 들린다. 실제로 로버트 저메키스의 1992년작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의 골 때리는(?) 블랙 코미디가 실제 우리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할 때면 영화의 내러티브는 어쩌면 호러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 스틸컷. <죽어야 사는 여자>는 '불로불사'의 능력을 가진 여자의 삶을 그려냈다.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 스틸컷. <죽어야 사는 여자>는 '불로불사'의 능력을 가진 여자의 삶을 그려냈다. ⓒ 유니버설픽쳐스


하지만 알고 있다. 우리는 모두 나이를 먹고 외모는 변한다. '벤자민 버튼'처럼 시간을 거스르며 살 수는 없지만, 그것이 그렇게 무서운 일은 아니라며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을 통해 위로하는 이들도 있다.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 저렇게 변하고 싶다. 이것은 내 얼굴에 박힌 깊은 주름살이나 쳐진 뱃살을 없애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얘기다.

'자신'을 지키는 자는 결코 늙지 않는다

 <뉴스룸>의 이미연

<뉴스룸>의 이미연 ⓒ JTBC


지난 2월 18일 JTBC <뉴스룸>에 나온 배우 이미연은 '여배우의 나이듦'에 대해 언급했다. "많은 대중들이나 관계자들이 연기도 잘하면서 늙지도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라는 한 명배우의 발언은, "여배우들은 남자배우보다 인간으로서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는 앵커에 질문 뒤에 나왔다.

배우를 성별로 구분 짓는 것도 어색했고 스트레스를 강요하는 것 같아 불편한 찰나, 그녀는 당당히 자신의 나이를 밝혔다. 이어 예의 밝은 미소로 불편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에게 화답했다. 그 순간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 답변했을 것이다. 그녀의 나이는 그녀와 상관이 없다고 말이다.

실제로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고 앞으로도 아름다울 것이다. 자신만의 철학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모든 이들이 그렇다. '자신'을 지키는 자는 결코 늙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늙지 않는' 수준이 아닌 경우도 물론 있다. 그들은 '지키는 수준'을 넘어 외려 시간이 지날수록 멋있어진다. SBS <미세스캅2>의 김성령은 흔히 말하는 '아줌마'다. 드라마가 아닌 사회에서 '아줌마'는, 때론 나약하고 때론 세월을 정면으로 받아낸 여성이지만 그 누구도 김성령의 연기에 이질감을 갖지 않는다. 몸을 날리는 그녀의 액션에 그 누가 세월을 말할 것인가.

얼마 전 MBC <무한도전 : 못친소 페스티벌>도 마찬가지다. '외모가 떨어지는' 사람들만 초대받을 수 있다던 이 파티에 모인 이들은 결코 못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이 방송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못친소 페스티벌>에 참여한 하상욱 시인이 말한 것처럼 지운 화장도 좋다는 사람들이 모인 정다운 현장이다. 처음에는 서로의 외모에 웃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는 서로를 그리워하는 일. 단순히 외모가 주는 사람의 매력과는 다른 것이다.

<무한도전>의 수장인 유재석의 40대가 20대의 그가 가진 젊음을 상회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가끔 자료화면에 등장하는 MBC <아름다운 TV : 얼굴> 속 과거 모습이나 KBS <대학 개그제>에서 장려상을 받던 그의 외모나 태도가 지금의 근사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나이듦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인생을 살면서 쌓아올린 시간이 풍기는 아름다움이다. 시술이나 수술로 커버되는 문제는 아니리라.

'루키즘'에 맞서는 그들과 우리의 자세

 MBC <무한도전: 못친소 페스티벌2>

MBC <무한도전: 못친소 페스티벌2> ⓒ MBC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 새파이어(William Safire)가 제창한 '루키즘'은 성별, 국가와 같이 개인이 선택하기 힘든 종류의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개인이 극복해야 할 하나의 벽 같다. 외모는 '금수저'가 대세인 이 시대에 우리를 괴롭히는 또 하나의 타고난 능력이다. '미'에 대한 열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대중들이 연예인에게 열광하는 이유도 나이에 비해 매력적인 외모를 갖고 있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당신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구르는 돌처럼 자신을 놓지 않고 진지하게 자신의 인생을 대할 때 이루어진다는, 조금은 고루한 진실은 중요하다. 나이듦이 무섭고 추해지는 것이 두렵다면 지금 당신 앞의 인생에 더욱 충실하라. 그것이 없다면 겨우 지켜내는 외모는 한 순간에 무너지리라. 항상 '미형(아름다운 모양)'에 대해 고민하는 의사의 말이니, 조금은 믿어도 괜찮을 듯싶다.

루키즘 무한도전 미세스 캅2 이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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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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