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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9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모 기독교단체의 '3당 대표 초청 기도회' 행사에 참여해 성소수자 인권 투쟁의 역사에 길이 남을 혐오 발언을 남깁니다.

김무성 대표는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 관련법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당에서도 방침을 정하겠다"고 말했고, 박영선 의원은 한 술 더 떠 "여러분이 우려하시는 동성애, 이슬람, 인권 관련 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지난 3일, 인권시민단체들이 국회 앞에서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성소수자 혐오, 차별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지난 3일, 인권시민단체들이 국회 앞에서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성소수자 혐오, 차별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 박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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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치인들이 공식 석상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내뱉는 것 자체는 새삼스런 일은 아닙니다. 이미 저는 지난 연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 혐오는 가장 정치적이어야 할 영역에서조차 이뤄지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관련된 여러 사례도 함께 보여드렸죠.

그러나 이 날의 발언은 비중이 좀 달랐습니다. 국회의원회관 안에서 이뤄진 발언이고, 거대여당의 대표와 선거를 고작 두 달여 앞둔 제 1야당 정치인의 발언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성소수자에 대한 비하나 조롱이 아닌, 그들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적극 약속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후의 대응 또한 놀랍습니다. 박영선 의원은 쏟아지는 일각의 비난에 대해 '야당 흠집내기'라며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박 의원이 발언이 더민주를 대표하는 것인지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당의 공식 입장은 없다"는 말만 내놓았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당의 공식 입장이며 성소수자 차별에 힘쓸 것임을 아예 처음부터 분명히 해서 도리어 따질 거리도 없는 상황입니다.

 정당법에 의해 설치된 기독당의 현수막. 이슬람, 동성애 차별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있고, ‘차별금지법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정당법에 의해 설치된 기독당의 현수막. 이슬람, 동성애 차별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있고, ‘차별금지법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 강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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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대체 무엇이기에?

자, 그렇다면 양당 대표가 동성애 혐오 성향의 보수 기독교 단체들에게 '원하시는 대로 (저지)하겠다'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 차별금지법은 대체 무엇일까요. 애타게 막으려는 이들은 누구이고, 그들은 이 법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또 누구일까요.

차별금지법은 말 그대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입니다. '법'인 만큼 강제성이 있고, 어기면 처벌이 돼죠. 그리고 이 합리적 이유엔 흔히 성별, 장애, 출신국가, 인종, 피부색 등과 함께 '성적 지향'이 포함됩니다. 즉,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발언을 하거나, 기업에서 성소수자로 알려진 이들의 승진 등에 차별을 가하는 것 모두 도덕적 비난의 대상을 넘어 아예 '범죄'가 되는 것이죠.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신념에 따라 동성애가 잘못됐다고 믿는다면 그렇게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들은 차별금지법을 '게이 욕하면 잡아 가두는 법' 정도로 이해하고, 또 집단 내부에서 해당 법안을 그렇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혐오 발언을 안 하시면 될 텐데요"

저는 여기에 두 가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함께 생각해봅시다.

먼저, '차별을 금지하는 법으로 인해 처벌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마치 사람을 때리는 이에게, 때리지 말라는 법을 만들겠다고 하니 '그럼 앞으로 못 때리니 안 돼'라고 하는 격이죠. 차별금지법의 시행으로 게이나 레즈비언,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이 처벌의 대상이 된다면, 차별을 안 하면 됩니다. 아니, 그런 법이 없더라도 차별은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죠.

두 번째 질문은, '게이를 모욕하면 잡아간다'는 '전제와 결과의 과격한 결합'이 과연 참인지에 대한 물음표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선 화폐를 위조하면 사형 선고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가장 경미한 위법과, 차별금지법으로 집행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벌을 엮어 그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선동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혐오는 '소신'일 수 있는가

논의가 여기에 이르면 돌아오는 대답은 결국 '소신', '취향'같은 것들입니다. 즉,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것은 '취향'의 문제로,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동성애가 잘못됐다고 믿는 것이 내 '소신'이니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저는 이런 제안을 하곤 합니다. '성소수자가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의 자리에, '장애인'이나 '흑인'을 넣어보시라고 말입니다. '그게 그거랑 어떻게 같냐'고 물으신다면, 제 지난 연재를 다시 한번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은 피부색이나 혈액형처럼 '당연한' 개인의 형질이죠. 옳고 그름의 대상일 수 없는, 그냥 어느 한 사람의 특징인 겁니다.

'성소수자 혐오자의 권리'를 굳이 꼽자면 '싫어하는 것'까지일 겁니다. 싫은 거야 뭘 어쩌겠습니까. 동성애자 역시 이성애자들에게 동성애자들을 '좋아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거나, 군대에서 성추행을 당하거나, 해고를 당하거나, 황산을 뒤집어쓰거나, 면전에서 모욕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죠. 아, 나열한 이 내용들 모두 실제로 있었던, 그리고 지금도 발생되고 있는 일들이란 점을 함께 적어둡니다.

아울러, 한 개인이 어떤 대상에 혐오를 느끼는 것과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는 점 또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자는 그냥 개인의 감정이고 후자는 폭력이죠. 그리고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이미 정신의학적, 임상심리학적, 생물학적, 사회학적으로 지극히 정상임이 밝혀진 특정 성적 지향들에 대한 혐오가 아닌, 인권과 평등에 대한 감수성입니다. '소신'이라는 단어는 이 때 사용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정리해 봅시다.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차별받는 것'보다 '보호받을 법이 없어 차별 당하는 이들'의 권리가 우선돼야 합니다. 차별금지법의 정체가 '게이라고 조롱하면 잡아가두는 법'이라는 주장은 그냥 사실이 아닙니다. 아울러, 차별은 소신이 될 수 없고,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세상은 '성소수자들을 차별하는 법을 만들지 말자는 세상'이 아닌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트랜스젠더이든 누구나 평등한 기회를 얻고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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