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다큐페스티발,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포스터

인디다큐페스티발,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포스터 ⓒ 인디다큐페스티발, 사회복지영화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인디다큐페스티발과 대구사회복지영화제가 23일과 24일 각각 개막한다. 계절은 봄이지만 아직 찬바람이 불어 봄을 느끼기 어려운 때, 두 영화제는 '영화의 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흔들림 없는 걸음을 내디딘다.

봄을 여는 영화제인 인디다큐페스티벌은 독립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하는 영화제다. 한 해 영화제 시즌의 개막을 알린다는 특징도 있지만, 특히 한국영화의 시계가 독재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면서 그 의미가 커졌다. 독립다큐의 매서운 카메라가 정치·사회적 문제에 앵글을 맞추는 데 부담을 느꼈을까. 정치권력은 지원을 축소하는 등 영화제를 막아서려는 듯한 태도마저 보인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다이빙벨> 상영 논란이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것은 상징적인 사례다. 영진위의 독립영화 관련 정책이 지원보다는 제한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현재 독립다큐가 처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독립다큐진영은 굴하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세상과 맞서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23일 대구에서 개막한 7회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빈곤·주거·의료·노동·교육 등 복지를 주제로 하고 있어 성격은 다르게 보여도 방향은 같다. 총선을 앞두고 '복지는 정치다'라는 화두로 문제의식 있는 작품을 상영한다. 보수성향이 강한 대구에서 일제하 독립운동을 벌이던 것과 비슷하게, 지역 시민단체와 독립영화인들이 함께 발전시키고 있는 영화제다. 보수의 아성에서 복지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영화 한 편 한 편의 의미가 크다.

[인디다큐페스티발] 여성인권, 성소수자, 청소년, 세월호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상영되는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상영되는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24일 개막하는 인디다큐페스티벌은 모두 55편의 국내외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된다. 독립다큐멘터리를 전문으로 하는 영화제답게 국내와 해외의 독립 다큐멘터리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가장 비중 있는 '올해의 초점'에는 작품성과 함께 사회적 중요성과 무게를 가진 작품들이 선보인다. 여성인권과 성 소수자, 청소년과 교육, 세월호 등이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도드라지는 주제들이다. 주요 상영작은 경순 감독의 <레드마리아2>, 이영 감독의 <불온한 당신>, 강석필 감독의 <소년, 달리다>, 최우영 감독과 스티븐 두트가 공동 연출한 <공부의 나라>, 세월호 다큐멘터리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등이다.

성노동자 문제를 다룬 <레드마리아2>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저서로 논란이 되는 박유하 세종대학교 교수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작품이다. 보수진영의 대표학자인 안병직 서울대학교 교수도 등장하는 등 여러모로 흥미 있는 다큐멘터리다. 최근 논란에 대해 이 사안을 오래 켜본 경순 감독이 다른 시선을 제공한다는 파문이 생길 수도 있는 영화다.

성미산마을에서 자란 학생들을 수년간 관찰한 강석필 감독의 <소년, 달리다>는 지난해 부산영화제 다큐멘터리 대상 수상작이었고, 이영 감독의 <불온한 당신>은 나이 든 성 소수자들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의 성 소수자 문제를 풀어낸다. 이영 감독은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성 소수자 반대 활동 인사에게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은 이번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첫 공개되는 세월호 다큐멘터리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망각과 기억 사이를 이으며 참사에 대한 퍼즐을 맞춰 나간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독립다큐 감독들이 만들어낸 작품으로 잊지 말자는 각오를 드러낸다.

개막작은 '벗어날 수 없는 빈곤의 굴레'가 돼버린 부양의무제 문제를 짚어낸 <사람이 다>가 상영된다. 송윤혁 감독이 쪽방촌에 1년간 거주하며 끈끈한 삶의 모습들 진솔이 담아낸 작품이다. 이밖에 3.11 동일본대지진 5년을 맞아 사고 이후 일본사회의 변화상과 다큐멘터리의 기록성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작품 5편도 상영된다. 신인 감독의 작품들도 주목되는데, 권진경 감독의 < 1968년, 눈물의 영화 >는 고전 영화를 추억하는 실험다큐고, <김수영, 불온한 시절>은 5명의 감독이 함께 만들었다.

인디다큐페스티발 관계자는 "지원이 계속 줄어들면서 어려운 환경이지만 최대한 버티기 위해 애쓰는 중"이라며, "영진위가 예산 지원을 줄인 영향으로 상영관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인디다큐페스티발은 3월 24~31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 입구점에서 개최된다.

[대구사회복지영화제] 보수의 중심에서 복지를 외친다

 켄 로치 감독 <1945년의 시대정신> 한 장면

켄 로치 감독 <1945년의 시대정신> 한 장면 ⓒ 대구사회복지영화제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보수진영이지만, 복지 문제는 선거를 앞두고 항상 민감한 이슈로 부각돼 왔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복지문제의 중요성에 더욱 주목하는 모습이다. 개막작 <1945년의 시대정신>과 폐막작 <아고라-민주주의에서 시장으로>는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 준다.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이 만든 <1945년의 시대정신>은 영국 복지국가의 건설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전쟁과 기아, 질병으로 얼룩진 1945년 이전의 영국 사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처참했으나 이런 사회적 불만이 1945년 선거에서 노동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표출됐다. 노동당 정부는 국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가 기간산업을 국유화하고, 공공주택, 무상의료 등의 파격적인 복지정책을 시행한다.

영화는 1945년을 기억하는 노장들의 생생한 증언과 풍부한 기록 영상들을 통해 당시의 감격을 전한다. 복지가 관료나 정치권에 의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수 노동자 시민의 정치적 결단과 힘을 통해 일궈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대구복지영화제 측은 "우리가 꿈꾸는 복지를 일구기 위해서 어떤 '정치'가 필요한지에 대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폐막작 <아고라-민주주의에서 시장으로>는 그리스 구제금융안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광장 민주주의로 표출됐는지를 그렸다. 요르고스 아브게로포울로스 감독 작품이다. 핵 문제를 다룬 <핵의 나라>와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훌리시아 파트리시아 페레스 감독의 <가스톤의 부엌>, 프레드릭 게르텐 감독의 <자전거vs자동차>도 주요 상영작이다.
모두 11편이 상영되는 대구사회복지영화제는 23~27일까지 대구 독립예술영화관인 동성아트홀에서 열린다.

인디다큐 대구사회복지영화제 복지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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