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건강하게 복귀하는 시나리오를 지역 언론도 간절히 기다리는 모양새다. 피츠버그의 지역 언론 <피츠버그 포스트 가젯>에서는 22일(이하 한국 시각) 구단의 내야 구성에 관한 특집 보도를 통해 강정호가 복귀할 경우의 시나리오를 언급했다.

KBO리그 최초로 유격수 40홈런을 달성(2014 넥센 히어로즈)했던 강정호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피츠버그에 입단한 뒤 선발 출전 명단에 따라 유격수와 3루수를 번갈아 맡았다. 기존에 주전으로 자리 잡은 수비형 유격수 조디 머서가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머서와 강정호가 동시 출전했을 때 유격수로만 출전하던 머서는 유격수를, 강정호는 3루수를 맡았다. 머서가 경기 후반에 교체된 뒤 강정호가 유격수로 이동하여 남은 경기를 소화했고, 머서가 경기 후반 대타로 투입될 경우 유격수를 맡던 강정호가 3루로 이동하여 남은 경기를 소화했다.

비록 강정호가 시즌 후반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인하여 시즌을 일찍 접었지만, 피츠버그의 클린트 허들 감독은 수비력이 좋은 머서와 공격력이 좋은 강정호를 모두 활용할 계획임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2016년에는 머서가 유격수를 맡고 강정호가 3루수를 맡는 주전 라인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월드시리즈 MVP 출신 프리즈, 짧았던 전성기

그러나 강정호는 개막전부터 선발로 출전하는 데에는 약간의 제한이 따른다. 수술 후 재활을 거쳤고, 스프링 캠프에 참가는 했지만 시범경기에서 실전 감각을 익히기 시작한 시점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늦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피츠버그는 4월까지 예상되는 강정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3루수 데이비드 프리즈를 영입했다. 시범경기 타율은 1할 대에 머물고 있지만 수비에 있어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일시적으로 강정호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가젯>은 프리즈에 대하여 핫 코너(1루 및 3루를 일컬음)에서 글러브를 빛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호평을 내렸다. 허들 감독 역시 프리즈가 견고한 수비수라고 밝혔다.

2006년 드래프트 9라운드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 지명되었던 프리즈는 텍사스 주 출신이지만 주로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근처에서 성장했다. 파드레스에서 체이스 헤들리(현 뉴욕 양키스)와 케빈 쿠즈마노프 등 기존 3루수들이 자리 잡고 있어 프리즈는 메이저리그에 승격되기 어려웠다.

2007년 시즌 종료 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는 알버트 푸홀스(현 LA 에인절스) 등과 함께 살인 타선을 구성했던 베테랑 유격수 짐 에드먼즈를 파드레스로 보내고 프리즈를 데려왔다. 이렇게 프리즈는 사실상 고향 팀이나 다름 없는 카디널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게 됐다.

2009년부터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프리즈는 불운의 부상으로 인하여 풀 타임을 소화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이 유명해지게 된 2011년에도 몸에 맞는 공으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정규 시즌 출전은 97경기에 그쳤다.

카디널스는 2011년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 자격(당시는 리그 당 와일드 카드 1장)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그리고 프리즈는 2011년 포스트 시즌 라인업에 포함되며 가을 야구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4차전에서 당시 선발투수 로이 오스왈트를 상대로 4타점을 작렬하며 방망이를 서서히 예열했다.

이어진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에서 프리즈의 방망이는 폭발했다. 6차전까지 이어진 NLCS에서 프리즈는 홈런 3개를 포함하여 무려 9타점을 뽑아냈다. 타율 0.545에 OPS 1.691이나 되는 기록에서 말하듯 프리즈는 포스트 시즌이 되면서 소위 말하는 '크레이지' 모드가 발동된 것이다.

프리즈의 활약으로 카디널스는 2006년(월드 챔피언) 이후 5년 만에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다. 시리즈가 끝날 때 선정하는 NLCS MVP는 이견 없이 프리즈의 차지였다. 하지만 프리즈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카디널스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월드 시리즈를 치렀다. 시리즈 4차전까지 서로 2승 2패를 기록하고 있던 시리즈는 5차전에서 애드리안 벨트레가 무릎을 땅에 대고 타격하면서 크리스 카펜터(은퇴)의 커브를 홈런으로 만들며 레인저스가 먼저 3승을 거뒀다.

부시 스타디움에서 비로 인해 하루 늦게 열렸던 월드 시리즈 6차전에서도 레인저스가 9회까지 2점 차로 앞서 있었다. 9회말 2사에 주자가 2명이 있던 상황에서 프리즈가 타석에 들어섰다. 프리즈는 볼 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마무리 네프탈리 펠리스의 공을 밀어쳐 우익수(당시 레인저스 우익수는 넬슨 크루즈) 키를 넘기는 2타점 3루타로 팀을 구했다.

바로 10회초 조시 해밀턴이 다시 2점 홈런을 뽑아내면서 카디널스는 다시 2점 차 패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카디널스는 이번에도 10회말 2사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랜스 버크먼의 동점 적시타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11회말 프리즈의 끝내기 홈런이 터졌다.

프리즈는 카디널스 역사상 최초로 포스트 시즌 연장전 끝내기 홈런을 기록했다. 카디널스는 여세를 몰아 다음 날인 7차전에서 3일 휴식 후 등판한 5차전 선발 카펜터의 투혼에 힘입어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6차전에서 벼랑 끝에 선 팀을 구해 낸 프리즈는 7차전에서도 1회말 2타점 2루타로 결승 타점을 올렸다. 2011년 포스트 시즌에서만 무려 21타점을 작렬한 프리즈는 이 부문에서 포스트 시즌 단일 시즌로는 역대 최고 기록을 수립하며 월드 시리즈에서도 MVP에 선정되었다.

왕년의 스타 프리즈, 강정호 복귀하면 1루 플래툰

프리즈는 2012년에 144경기에 출전하며 올스타 게임에도 출전하는 등 커리어 하이 시즌(20홈런 79타점)을 보냈다. 그러나 프리즈의 전성기는 거기까지였다. 2013년 프리즈는 부상으로 인해 138경기에 출전, 타율 0.262에 9홈런 60타점으로 부진했다.

2011년 가을부터 2012년까지 1년 남짓한 짧은 전성기를 보냈던 프리즈는 2013년 겨울 에인절스로 트레이드되었다. 전성기 시절 3할에 약간 모자란 타율과 8할 대 OPS를 기록했던 프리즈는 이후 그러한 성적을 다시 내지 못했다.

2015년 시즌이 끝난 뒤 프리즈는 FA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기량이 절정에 이르렀던 기간이 너무 짧은 탓에 에인절스에서는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지 않고 그냥 FA로 풀어줬다. 이에 피츠버그에서는 드래프트 지명권 희생 없이 강정호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내야수를 영입하게 된 것이다.

프리즈는 피츠버그와 인센티브 없는 300만 달러의 단기 계약을 맺었다. 피츠버그의 닐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가 복귀할 때까지는 일단 프리즈가 3루를 맡을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강정호가 복귀하게 되면 프리즈를 왼손 타자인 존 제이소와 함께 플래툰 1루수로 기용할 계획임도 밝혔다. 프리즈가 영입되면서 왼손 투수 제시 비들이 지명 할당(Designed for Assignment)되면서 40인 로스터에서 빠졌다.

프리즈는 포스트 시즌에서 뜨거운 활약을 펼치며 시리즈 MVP도 받았던 베테랑이다. 하지만 그 절정의 기량을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했다. 프리즈가 피츠버그에서 3루수로 출전하는 경우는 강정호가 체력 안배 차원에서 휴식을 취할 경우에 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전 강정호, 백업 프리즈의 처지 교훈 삼아야

그만큼 피츠버그에서 강정호의 입지는 굳건하다. 현재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그랬듯이 강정호도 시범경기에서 타격감은 다소 늦게 불타올랐다. 하지만 강정호는 이내 유격수 또는 3루수로 출전하며 주전 자리를 굳혔고, 어느 사이 팀의 중심 타선 자리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강정호의 공백을 메우는 프리즈의 현 처지는 강정호가 잊지 말아야 할 모습이기도 하다. 기량을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할 경우 프리즈와 같이 백업 멤버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리즈는 커리어 하이를 찍은 뒤 연봉 조정 자격을 갖췄는데, 이후 성적이 하락했다. 2015년 프리즈의 연봉은 642만 5천 달러였으나 FA 시장에서 받은 금액은 백업 수준으로 직전 연봉의 절반도 받지 못했다.

그만큼 메이저리그는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부상 후유증으로 기량이 떨어지게 될 경우 다른 선수에게 주전 자리를 넘기게 되는 건 한 순간이다. 재정이 넉넉한 팀에서는 다른 선수를 영입하면 되고, 재정이 적은 팀에서는 마이너리그 유망주를 콜업하면 된다.

결국 4월 이후 피츠버그의 핫 코너가 어떻게 될지는 강정호의 복귀 후 활약에 달려 있다. 팀은 물론 지역 언론에서도 강정호에게 기대가 걸려 있는 이상 강정호가 지난 시즌에서 보여줬던 임팩트를 다시 보여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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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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