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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네 번째 인사를 드리게 되네요. 앞선 세 편의 연재를 통해 저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즉각 중단해야 함을 말씀드렸습니다. 아울러 많은 이들이 '차별의 필요성'으로 제시하는 특정 종교, 에이즈, 동성간 성범죄 등의 '근거' 역시 성소수자 혐오적 발상일 뿐 그 논리가 지극히 미약하단 사실도 설명드렸죠.

그러나 성소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죠. 아직 갈 길이 먼 우리에겐, 모든 성적 지향간의 평등을 사회적, 제도적으로 실천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배우고, 우리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동성 결혼 법제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미국의 동성 결혼 법제화에 전세계가 열광한 이유

​지난 한 해 미국을 뒤흔든 이슈 몇 가지를 꼽는다면 단연 동성 결혼 법제화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겁니다(이전에도 '불법'은 아니었으므로, 이 기사에서는 흔히 사용하는 '합법화'대신 '법제화'란 용어를 사용합니다). 미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죠.

​미국의 동성결혼 법제화가 유난히 부각된 탓에 동성결혼을 최초로 제도화한 나라가 미국인 것으로 잘못 알고 계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동성결혼 법제화는 흔히 알려진 것보다 그 역사가 훨씬 깊습니다. 1989년 덴마크가 '동반자 등록제'를 통해 사실혼 관계의 동성 연인을 가족의 형태로 인정한 것이 그 출발이죠. 이후 2000년대 들어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 등 수많은 선진국들이 동성부부를 법으로 인정하기 시작합니다.

​주목할 점은, 상기에 나열된 그 어느 나라도 진통 없이 해당 법안이 통과된 나라는 없다는 점입니다. 성소수자들은 '이성 간 연인과 동일한 사회적 권리를 달라'는 지극히 타당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한 엄청난 반대와 사회적 혐오에 맞서야 했습니다. 동성혼 법제화는 바로 이 오랜 투쟁에서 승리한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뜻깊은 것이고요.

​이는 성소수자들만의 승리는 아닙니다. 스스로 혐오를 극복하고 성소수자 인권을 함께 주장한 일반인 역시 자신의 편견을 이겨낸 승리자들이죠. 오바마 미 대통령이 동성혼 법제화를 '성소수자의 승리'가 아닌 '미국의 승리'라 말한 데엔 그런 이유도 있을 겁니다.

​동성결혼 법제화의 진짜 의미

그렇다면 동성결혼 법제화란 성소수자들에게 어떤 의미인 걸까요. 물론 가장 큰 의의는 '동성간 부부에게 이성애자와 동일한 권리를 준다'는 사실 그 자체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것의 '상징성'입니다. 이 부분을 잠시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성소수자 인권 투쟁의 역사는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이라는 성적 지향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자신의 성을 스스로 선택한 트랜스젠더의 선택 역시 지극히 타당한 선택임을 주장하는 역사로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정 성적지향은 검은 피부색이나 B형 혈액형처럼 '그냥 존재하며', 사회는 그것을 인정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외치는 과정이었던 것이죠. 실제로 의학계는 오랜 연구 끝에 동성에 대한 성적 이끌림 또한 '정신질환'이 아님을 확인했고, 세계보건기구는 1990년 5월 17일 동성애를 질병부문에서 공식 삭제합니다.

​간혹 세계보건기구와 미정신의학회 등에 성소수자들이 로비를 했다는 음모론도 눈에 띄이나 이는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애초에 로비를 통해 과학적 연구가 달라질 수 있다면 진화론은 보수 기독교 세력에 의해 진작에 폐기됐을 겁니다. 또한, 1990년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이 발표되기 전, 그러니까 성소수자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었던 70,80년대는 지금보다 성소수자 혐오가 훨씬 노골적이고 광범위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들에게 전세계 정신의학계의 합의와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을 움직일 만한 조직적 힘이 있었을 리 만무합니다.

​동성결혼 법제화가 성소수자 인권의 역사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사실, 즉 성소수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철저히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성 간의 사랑의 감정, 태어난 성별이 아닌 다른 성별을 선택하겠다는 결심, 모두 엄연히 존재하는 성적 지향의 결과이며 이는 그저 개인의 특질일 뿐 옳고 그름의 영역이 될 수 없다는 그 사실을, '법'의 영역에서 인정하고 있는 것이죠.

아놀드 슈왈제네거 페이스북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미국의 동성결혼 법제화를 지지하는 의미로 자신의 사진에 무지개색을 입혔다.
▲ 아놀드 슈왈제네거 페이스북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미국의 동성결혼 법제화를 지지하는 의미로 자신의 사진에 무지개색을 입혔다.
ⓒ arnold_schwarzeneg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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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들도 미국의 용단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자신의 페이스북 사진에 무지개색을 입혔고, 팝스타 비욘세는 인스타그램에 동성 결혼을 축하하는 짧은 비디오를 직접 제작해 올렸습니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습니다. 마초 액션 배우로 시대를 풍미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자신의 sns를 통해 동성결혼 법제화 축하 대열에 함께하자, 그의 한 팬이 '당신까지 왜 이러냐, 당신이 싫어지려 한다'는 댓글을 남겼고, 이에 그가 직접 'hasta la vista(잘 가게나)'라고 응수한 것이죠.

동성결혼, 대한민국의 현주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연예인 등 유명인은커녕 정치인들조차 동성 결혼 합법화에 대해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닫았습니다. '이 정도 화제가 된 사안이면 무슨 말이라도 있어야 정상 아니냐'며 '신기할 정도'라는 말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오갈 정도였죠.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에 대해 얼마나 입을 다물고 있는 사회인지를 다시한 번 느끼게 해 주는 대목입니다.

​물론 이렇게 성소수자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깨려는 용기있는 이들 또한 적지 않습니다. 김조광수, 김승현 씨 부부의 이야기를 다시 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이들 부부는 결혼식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들의 결혼할 권리를 위해서는 저희가 요란을 떨며 결혼할 수밖에 없다'며 공개 결혼을 택한 이유를 재치있게 설명했습니다. 식 중간에 보수단체의 시위자가 오물 테러를 시도하는 일이 있었으나, 많은 이들의 합심으로 결국 이들은 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김조 씨 부부의 결혼식은 동성 간 결혼이 무려 '투쟁'이 되어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예식에 난입해 난동을 피운 보수론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의 혼인신고서를 불수리처분한 서대문구청의 결정, 나아가 이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여전히 성소수자 결혼권이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은 사회 분위기까지, 너무나 전형적이라 우화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더욱 개탄스러운 일은, 동성혼 법제화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나오지 않은 현 시점에서 동성 결혼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는 이미 조직화, 거대화돼있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동성혼 법제화는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을 법률적 영역에서 지극히 타당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논하기는커녕,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의 제도적 평등권을 위해 걸어야 할 길

하지만 이는 비극이 아닙니다. 그냥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일 뿐이죠. 운 좋게도 우리는 우리보다 먼저 결혼제도 등 성소수자에 대한 제도적 평등을 정착시킨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모두가 함께한다면 말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결혼 제도에 대해 알아본 오늘의 내용에 이어, '차별금지법'등 성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내의 시도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도 성소수자의 평등권을 제도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거든요. 어떤 노력들이 있었고, 그것이 어떻게 좌절됐는지, 정부가 수년째 추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함께 따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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