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가 이번에도 축구장에 통했다. 감독들이 본격적으로 교체 카드 세 장을 들고 무엇을 먼저 내밀까 고민하는 바로 그 시간대였다. 먼저 승부수를 내민 것은 마법사 히딩크 감독이었지만 실제로 웃은 것은 홈팀 감독 로랑 블랑이었다.

로랑 블랑 감독이 이끌고 있는 파리 생 제르망(프랑스)이 한국 시각으로 17일 오전 4시 45분 프랑스 파리에 있는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벌어진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첼시 FC(잉글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에딘손 카바니가 터뜨린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전반전, 세트 피스 장군멍군

빠르고 거친 압박 축구가 거듭되는 전반전에 홈팀 파리 생 제르망이 공 점유율에서 59%-41% 정도로 앞섰지만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세트 피스로 예측하기 힘든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전반전에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양팀의 간판 골잡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나 디에고 코스타가 아니었다. 그는 바로 첼시 FC의 수비형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이었다.

39분에 홈팀 파리 생 제르망의 선취골이 터질 때 위험 지역에서 고의적인 반칙으로 카를로스 벨라스코 카르바요(스페인) 주심으로부터 노란 딱지까지 받으며 프리킥을 내준 것이 존 오비 미켈이었다.

더구나 미켈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오른발 인스텝 킥으로 강하게 처리한 직접 프리킥을 막기 위해 수비벽에 서 있다가 몸을 돌렸다. 그 바람에 미켈의 오른쪽 다리에 맞은 공은 진행 방향이 살짝 바뀌어 실점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득점 기록이 이브라히모비치로 남았지만 미켈의 마음 속에는 자책골이나 다름없는 찜찜함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전반전이 끝난다면 선취골을 넣은 파리 생 제르망이 유리한 경기 흐름을 후반전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존 오비 미켈에게 단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추가 시간에 얻은 오른쪽 코너킥을 윌리안이 감아올렸고 디에고 코스타의 머리에 스친 공이 자기 앞에 떨어진 것이다. 이 공을 허벅지로 가볍게 떨어뜨린 존 오비 미켈은 오른발 인스텝 킥을 강하게 차 넣었다. 극적인 동점골이 하프 타임을 알렸다.

신의 한 수, '에딘손 카바니'

후반전에는 홈팀 파리 생 제르망의 왼발잡이 미드필더 앙헬 디 마리아가 먼저 눈에 띄었다. 51분에 과감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첼시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고 67분에도 페널티 지역 밖 직접 프리킥을 왼발 감아차기로 첼시의 골문을 노린 것이다. 이번에도 쿠르투아의 슈퍼 세이브가 빛났다.

그래도 추가골 혹은 역전골이 터지지 않자 첼시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먼저 교체 카드를 내밀었다. 에당 아자르 대신 오스카를 들여보낸 것이다. 골잡이 디에고 코스타가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면 바로 그곳을 오스카가 빠져들어가 결정타를 날리겠다는 뜻이었다.

히딩크 감독의 의도대로 그 전술이 바로 성공을 거두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절묘한 로빙 패스를 향해 오스카가 달려들어 갔지만 홈팀 골키퍼 트랍 바로 앞에서 마지막 슛을 처리하지 못했다.

반면에 오스카보다 3분 뒤에 교체로 들어간 파리 생 제르망의 에딘손 카바니는 거짓말처럼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었다. 간발의 차로 '신의 한 수' 주인공이 결정된 셈이다. 카바니가 그라운드에 들어간지 딱 4분 만에 이브라히모비치에서 앙헬 디 마리아로 연결된 공이 기막히게 넘어왔다. 카바니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 슛으로 첼시 골키퍼 쿠르투아의 다리 사이를 노렸다. 아랫 입술을 꾹 다문 카바니의 표정에서 승리에 대한 결의가 느껴졌다.

상대 팀 교체 선수에게 골을 내준 첼시는 교체 카드 두 장이 남아있었지만 더이상 쓰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 이 패배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쐐기골을 내주지 않기 위해 뒷문을 단속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었다.

이제 두 팀은 다음 달 10일(목) 장소를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로 옮겨서 8강 진출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맞대결을 펼친다. 거기서 첼시는 1-0으로 이겨도 원정 골 우대 규정에 의해 뜻을 이룰 수 있게 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2015-2016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결과(17일 오전 4시 45분, 파르크 데 프랭스)

★ 파리 생 제르망 2-1 첼시 [득점 :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9분), 에딘손 카바니(78분,도움-앙헬 디 마리아) / 존 오비 미켈(45+1분,도움-디에고 코스타)]

◎ 파리 생 제르망 선수들
FW : 루카스 모우라(74분↔에딘손 카바니),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앙헬 디 마리아
MF : 블레즈 마튀이디(81분↔하비에르 파스토레), 티아고 모타, 마르코 베라티(81분↔아드리앙 라비오)
DF : 막스웰, 다비드 루이스, 티아구 시우바, 마르퀴뇨스
GK : 트랍

◎ 첼시 선수들
FW : 에당 아자르(71분↔오스카), 디에고 코스타, 윌리안
MF : 페드로 로드리게스, 존 오비 미켈, 세스크 파브레가스
DF : 아스필리쿠에타, 바바 라만, 개리 케이힐, 이바노비치
GK : 쿠르투아

★ SL 벤피카(포르투갈) 1-0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축구 챔피언스리그 파리 생 제르망 첼시 에딘손 카바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