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여제' 이상화(스포츠토토빙상단)는 그야말로 경쟁자들이 뛰어넘기 힘든 난공불락이었다.

이상화는 13일 밤(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린, 2015-2016 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 대회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 시즌 새로운 경쟁자, 예상치 않았던 월드컵 출전 대회 좌절 등 여러 난관 속에서도 강한 의지로 결국 자신이 목표를 달성하며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이상화의 국내 월드컵대회에서 기자회견 모습

이상화의 국내 월드컵대회에서 기자회견 모습 ⓒ 박영진


출발 반응속도부터 압도한 이상화

이상화의 500m 레이스 특징은 무엇보다 스타트부터 초반 100m 구간의 기록이 상당히 빠른 것이 특징이다. 오랜 기간 선수로서의 경험과 연륜이 쌓인 그녀는 부정출발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매우 정확하면서도 빠른 반응속도를 보여준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상화의 강점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1차 레이스에서 24명의 선수가운데 가장 마지막 조였던 12조 인코스에서 올 시즌 새롭게 강자로 떠오른 장훙(중국)과 경쟁한 이상화는 첫 100m를 10초 29로 빠르게 통과했다. 그러면서 여기서만 장훙(10초 80)을 0.5초 가량 따돌리면서 시작부터 빠르게 위치를 선점했다. 그리고 남은 400m에서도 장훙을 시종일관 앞서며 37초 42의 기록으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상화는 2차 레이스에서도 장훙을 다시 만났다. 그러나 이상화의 페이스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다시 맨 마지막조였던 12조에서 만난 두사람 가운데 웃은 사람은 이상화였다. 첫 100m 구간에서 이상화는 1차 레이스와 동일한 10초 29를 기록했다. 남은 400m 구간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상화는 37초 43의 기록을 내며, 최종 1,2차 합계 74초 851을 기록하며 2년만에 다시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우여곡절 많았던 시간 딛고 일궈낸 정상자리

 이상화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 국제대회에서의 모습

이상화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 국제대회에서의 모습 ⓒ 박영진


이상화에게 이번 시즌은 경쟁자들의 추격, 예기치 않은 월드컵 출전 좌절 등 여러 사건들이 많았다.

우선 올 시즌 장훙이 기존 1000m에서 뿐만이 아니라 500m에서도 활약하면서 이상화를 바짝 뒤쫓았다. 장훙은 지난 2014 소치동계올림픽 1000m 금메달리스트로 중국에선 기존의 왕베이싱과 위징의 뒤를 이을 계보로 떠오른 스타 가운데 한 명이다. 중거리에서 강했던 장훙이 단거리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면서 일각에선 이상화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도 이상화를 여러차례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상화가 출전하지 않았던 5차 월드컵에서 결국 올 시즌 해당 종목 랭킹 1위까지 달성해 파죽지세로 달렸다.

국내에서도 예기지 못한 사건들이 연달아 있었다. 지난해 10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국내 종목별 선수권 대회에서, 이상화는 500m 경기 도중 암밴드가 흘러내린 탓에 레이스 도중 이를 벗어 던졌다. 그러나 이것이 규정위반 사유였고 결국 실격처리가 되고 말았다. 월드컵 출전권이 걸렸던 대회에서 처음부터 원치 않은 일이 터졌지만, 빙상연맹은 추천선수 자격으로 이상화를 올 시즌 국제대회 파견 대상자로 확정지었다.

이상화는 지난해 12월 국내 스프린트선수권 대회를 피로누적 등의 이유로 불참하면서, 이 대회에 참가해야만 이후에 출전할 수 있는 5차 월드컵에 결국 나서지 못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올 시즌부터 시즌 후반에 있는 5~6차 월드컵 대회의 출전 자격을 국내대회에 참가해만 주는 것으로 변경했고, 수개월 전 감독 및 코칭스태프들에게 모두 통보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상화는 당시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한 탓에 이를 제대로 확인을 하지 못했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대회에 불참으로 인해, 이후에 열리는 종목별 세계선수권 대회를 위한 실전감각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월드컵에 참가하길 희망했지만 연맹은 이상화만을 위해 규정을 어길 순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결국 이상화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국제대회에서 두 달여가량의 공백이 생겼다. 연맹은 이상화의 이런 점을 우려해 5차 월드컵이 열린 노르웨이로 참가선수단과 함께 파견을 보냈다. 하지만 컨디션 조절과 대회 참가를 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해 이상화는 결국 국내로 돌아와 동계체전에 출전했고 이 대회에선 대회 신기록을 작성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열린 종목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이상화는 제 갈길을 가며 꿋꿋하게 다시 정상 자리를 되찾아왔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이 대회에서 2연속으로 1위에 오르며, 이듬해 열렸던 소치올림픽에서도 올림픽 신기록으로 2연패를 달성한 바 있는 그녀에게 이 대회는 누구보다 특별했다.

지난 시즌 피로누적과 무릎부상 등으로 후반으로 갈수록 제 페이스를 잃으면서 이 대회에서 결국 5위로 처지며 정상자리를 내주는 아픔도 겪었다. 당시 이상화는 타 선수보다 빠르게 시즌을 마감하고 일찌감치 이번시즌을 전지훈련을 통해 준비했다. 이상화의 이런 전략은 주효했고, 몸상태를 끌어올린 이상화는 월드컵 시리즈에서 만족하는 성과를 냈다.

예기치 못한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이상화는 결국 그토록 바라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다시 한번 활짝 웃으며 또 한번 애국가를 울렸다. 많은 경쟁자들이 그녀를 이기고자 거듭해서 추격을 거듭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최종 합산 기록에서 2위인 브리트니 보(미국, 75초 653), 3위인 장훙(75초 682)를 무려 0.8초 가량의 차이로 제치고 홀로 74초대를 작성한 그녀는 여전한 세계최강의 여제라 불릴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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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스피드스케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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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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