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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에 앞서, 좋은 소식 한 가지를 전하겠습니다. 지난 11일 미 국무부의 랜디 베리 성소수자 인권 특사가 한국을 방문, 관련 인사들을 만났다고 합니다. 미 정부가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해 특사를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덕분에 국내 성소수자 권익에 대한 관심도 다시 한 번 상기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국이 대사까지 보내 성소수자 인권을 전 세계에 주창하는 동안 한국에서는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로 성소수자 혐오를 외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민주당)의 종교특위 위원장이었던 김진표 전 의원은 '앞으로 동성애·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 말해 빈축을 샀고, 바로 올해 선거를 앞둔 새누리당의 서초갑 예비후보 이혜훈 전 의원은 올해 초 공식석상에서 "(성소수자 등 차별금지법안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교회에서 동성애가 잘못됐다고 가르칠 수 없게 된다"고 발언했습니다.

미 정부가 "잘못된 것으로 가르쳐야 하는" 사랑을 하는 이들을 위해 특사까지 보냈을 리 없고, UN사무총장이나 비욘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모든 노력을 들여 막아야하는" 성적지향을 가진 이들의 권익을 때마다 목놓아 외칠 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는 가장 정치적인 영역에서조차 성소수자들을 '비윤리적'이라 비난하고, 나아가 그들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옳은 걸까요.

지금부터 풀어갈 이야기는 앞서 인용한 국내 성소수자 혐오 정치인들의 발언에 대한 반론이며,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이들이 지겹도록 듣는, '동성애가 수간이나 아동성애 따위와 다를 바 무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아래부터는 용어 '성애'를 넓은 의미에서 '성행위'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함을 일러둡니다.

동성애는 '비윤리적 행위'가 아니다

 동성애
 동성애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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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비윤리적 성행위'가 무엇인지부터 재정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저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해 미국 <허핑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며, "예수는 만약 정직하고 신실하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어떤 사랑도 지지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저는 그의 이 발언이 사안의 핵심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성애는 그저 '사랑의 감정'일 뿐, 옳고 그름 등의 평가 자체가 불가하며, 나아가 동성간 성행위 역시 '타인에 피해를 주지 않는', 즉 비폭력적이고 합의된 성행위의 교환이라면 비난의 대상이 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많은 분들께서 앞서 언급한 '수간과 아동성애, 근친상간'등을 언급하며 물어오십니다. '동성애가 그러한 성관계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느냐'는 것이죠. 이에 저는, 즉답하는 대신 질문 자체를 고스란히 돌려드리곤 합니다. '흔하지 않다는 것 외에, 동성애가 수간이나 아동성애와 공통된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아직도 저는 대답다운 대답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저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을 뿐, 동성애의 비윤리성을 설명할 마땅한 말이 없음을 그들도 순간 깨달은 것이죠. 수간은 사실상 상대의 의사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성행위로 명백히 비윤리적인 동물학대 행위입니다. 아동성애는 '심신의 발육이 충분치 않아 판단능력이 부족한' 자와의 관계이며 특히 그 나이가 현저히 어릴 경우 그 자체로 심각한 성폭력입니다. 애초에 '동성간의 비폭력 성관계'와 비교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겁니다.

동성간 성폭력은 '동성애'의 문제가 아니다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6월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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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내용을 말씀드리면, 가장 많이 돌아오는 재반론은 바로 동성간의 성관계가 '비폭력적이지 않은 경우'입니다. 즉, 군대나 교도소 등에서 발생되는 동성간 강간 등을 근거로 '동성애의 비윤리성'을 주장하는 것이죠. 동성간 성관계가 비윤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비폭력적인 경우에 한한다'고 분명히 전제해도, 늘 돌아오는 반론은 같습니다.

그러나 군대, 교도소 등에서 발생되는 동성간 성폭행은 '동성애'의 문제가 아닌 '성폭력'의 문제입니다. 우린 수많은 이성애자 남성들의 여성 대상 성폭력을 목격하지만, 그것의 원인을 남성의 '이성애'에서 찾지는 않죠. 동성간 성폭력 역시 '성폭력 문제'로 접근해야 할 일입니다.

지난해 한 개그맨 출신 공연 연출자가 사우나에서 동성을 성추행해 불구속 기소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는 범행 사실은 대부분 시인하면서도 자신이 동성애자란 사실은 완강히 부인했다고 하죠.

물론 본인이 동성애자가 아니라면 아닌 겁니다. 그러나 그런 사실 여부를 떠나 자신이 게이로 알려지는 것에 성폭행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큼이나 민감하게 대응했던 그의 태도는 이 사회의 '성윤리'의 판단이 왜곡돼있음을 상당 부분 시사합니다. 게이라는 사실에 당당하고, 성폭력 사실에 수치심을 느끼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겐 '무엇이 성윤리의 문란이고, 아닌지'를 구분하는 연습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성경의 '죄'가 사회의 죄가 될 수는 없다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 열리자 이를 반대하는 집회참가자들이 북을 치며 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 열리자 이를 반대하는 집회참가자들이 북을 치며 공연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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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가 여기에 이르면, 결국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반론은 '성경'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몹시 안타까운 일이죠. 낮은 자와 소외된 자들에게 임하였던 예수를 따르는 이들이라면 도리어 누구보다 성소수자 인권에 앞서야 하는 데 말입니다.

그들의 주장대로, 성경은 동성간 성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이 '성경의 해석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합니다. 실제로 성경은 돼지고기를 먹는 것도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현대 대한민국'이라는 이유로 실천돼지 않고 있죠.

그러나 저는 성경에 적힌 내용을 굳이 달리 읽을 생각은 없습니다. 대신, '성경의 죄'가 '사회의 죄'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힌두교는 쇠고기를 먹는 것을 금지하죠. 그러나 이들은 이 계명을 종교 내에서 실천할 뿐 쇠고기를 먹는 이들을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동성애 역시, 성경에서 금지돼있다는 사실이 이들을 사회적으로 차별하고 혐오할 근거는 될 수 없습니다.

글을 맺으며, 앞서 제기한 질문에 대답합니다. 동성애는 비윤리적인 것이 아닙니다. 행위능력자간에 명확한 의사 확인을 통해 이루어진 성행위의 교환이라면 비난의 대상이 될 이유가 없고, 만약 그것이 아닌 '폭력'을 통해 이루어진 성행위라면 그것은 동성애가 아닌 '성폭력'의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종종 동성애를 금기하는 종교가 있으나 이는 해당 종교 안에서 지켜져야 하는 규율로, 성소수자들을 사회적으로 차별하고 혐오할 근거는 될 수 없습니다.

수많은 보수 단체들이 '성윤리'를 근거로 성소수자 인권을 지키려는 시도에 반대하지만, 그들이 정말 반대해야 할 것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성범죄이지 특정인의 성적 지향이 아닙니다. 무엇이 성폭력인지, 무엇이 아닌지를 구분할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며 이는 진보의 역할이기도 할 것입니다.

네 번째 시간에는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전세계의 흐름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와,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디인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다음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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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바로 지금, 성소수자 혐오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② 에이즈는 '항문성교'로 발병?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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