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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는 아이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참혹한 소식에 참담해 하면서도 우리 사회는 시간이 지나면 잊기를 반복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아이들이 죽어간다' 기획기사를 통해 곳곳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벌어지는 학대를 고발하고 이런 끔찍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방법을 찾아봅니다. [편집자말]
'부천 초등학생 시신 훼손사건' 피의자인 부모 중 아버지가 포승줄에 묶이고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지난달 21일 오전 전 거주지인 부천시 원미구 한 빌라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부천 초등학생 시신 훼손사건' 피의자인 부모 중 아버지가 포승줄에 묶이고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지난달 21일 오전 전 거주지인 부천시 원미구 한 빌라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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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날(8일) 오후 경남 창녕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생인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아버지가 긴급체포 됐다. 집을 나간 어머니를 보고 싶다던 아들을 죽인 아버지가 경찰에서 밝힌 살해 이유는 아들이 자신이 앓는 "정신질환을 물려받을까 봐서" 였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2일에는 경기도 광주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던 가장이 부인과 두 자녀 등 일가족을 살해하고 투신해 숨진 사건도 발생했다. 13살 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하고 그 시신을 11개월 가까이 집안에 내버려둔 목사 아버지와 계모가 구속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이처럼 자녀를 살해하는 부모들의 이야기는 어느덧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를 찾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2014년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정성국 검시관 등이 발표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보고서가 비교적 최근의 연구 자료로 꼽힌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3년 3월까지 7년 3개월간 발생한 자녀 살해 사건은 경찰청 전산망 (SCAS) 기준으로 모두 230건이다. 이를 한 달을 기준으로 나누면 매달 2.64건이 발생한 셈이다.

살해 자녀 59%가 9세 미만 어린이...'가정 불화'가 주요 원인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의 한 주택에서 경찰들이 사망한 지 1년가량 된 백골 상태의 여중생 시신을 옮기고 있다. 부천 소사경찰서는 이날 폭행치사 혐의로 여중생의 아버지인 목사 A(47)씨와 계모 B(40)씨를 긴급체포했다. <저작권자 ⓒ 1980-201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의 한 주택에서 경찰들이 사망한 지 1년가량 된 백골 상태의 여중생 시신을 옮기고 있다. 부천 소사경찰서는 이날 폭행치사 혐의로 여중생의 아버지인 목사 A(47)씨와 계모 B(40)씨를 긴급체포했다. <저작권자 ⓒ 1980-201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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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을 할 수 없는 어린 자녀들일수록 희생이 컸다. 9살 이하 어린이 123명이 부모 손에 숨졌다. 전체 희생 자녀의 59.1%에 해당한다. 범위를 9살 이하에서 20세 미만으로 넓히면 전체 희생 자녀의 87%가 이 나잇대에 집중되어 있다. 어린 자녀들이 많이 살해된 만큼 가해 부모들의 나이도 30대가 전체의 42.8%를 차지했다. 40대는 35.1%(78명)로 뒤를 이었다. 

자녀를 살해한 이유는 뭐였을까. 살해 동기는 가정 불화가 102건(44.6%)으로 가장 많았다. 62건이 발생한 경제 문제 (27%)와 정신질환(55건·23.9%)이 뒤를 이었다. 사회 통념상 계부나 계모에 의한 살해가 많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정작 친부모의 손에 희생된 아이들이 더 많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한 경우가 68건으로 전체의 29.57%를 차지했다. 아버지가 딸을 살해한 경우는 47건(20.46%)이었다. 어머니가 아들을 살해한 경우는 47건이 발생했고, 26.09%인 60건은 어머니가 딸을 죽인 경우였다. 계부와 계모에 의한 자녀 살해는 각각 1~2건 정도였다.

이들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이한 점은 피해자를 살해한 후 가해자(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46%로 다른 살인 사건에 비해 많다는 것과 정신 질환에 의한 살인이 많다는 점이다.

자녀를 살해한 가해 부모 중 28.7%가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었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지닌 30대 젊은 어머니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보건의료정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가정 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국가적 관리"를 촉구하고 있다. 

자녀 학대에 관대한 사회, 피해 아동보다 부모 상황 우선 고려 탓

지난해 1월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아동폭력·아동학대 추방과 보육환경 개선 촉구 집회 모습.
▲ "아동학대 추방!" 지난해 1월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아동폭력·아동학대 추방과 보육환경 개선 촉구 집회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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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까지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아동 학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밝힌 2014년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모두 1만7791건이다. 이 중 81.8%의 가해자가 부모로 나타났다.

이러한 학대가 아동이 청소년이 되었을 때 자살을 떠올리게 되는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인간발달학회지인 '인간발달연구'에 소개된 '아동기 정서적 학대경험과 청소년기 자살생각 간의 관계' 논문에는 아동기 정서적 학대가 자존감 손상으로 이어져 청소년기에 자살을 생각하게 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하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한국의 처벌은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인'은 형법상 일반 살인보다 가중 처벌을 받게끔 되어있다. 반면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살인'에는 별도의 가중 처벌 조항은 없다. 

법원도 부모가 아동을 학대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 더 초점을 두는 듯한 판결을 해왔다. 이경은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아동학대 가해 부모의 법적 조치 분석' 논문을 통해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아동학대 사건 판결문 16건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법원은 11건에서 부모가 초범이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쳐있었다는 점을 판결문에서 언급했다. 같은 기간 피해 아동의 의사를 담은 것은 4건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존 아동학대 판결에서는 학대피해 아동보다는 피고인(부모)의 상황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그:#자녀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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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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