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방영한 MBC <라디오스타> 한 장면. 박나래의 원맨쇼가 아닌 모든 게스트들이 고루 활약한 특집이었다.

지난 10일 방영한 MBC <라디오스타> 한 장면. 박나래의 원맨쇼가 아닌 모든 게스트들이 고루 활약한 특집이었다. ⓒ MBC


지난 10일, MBC <라디오스타>는 이례적으로 하나의 특집을 2회 분량으로 방영했다. <라디오스타>에서 2회 편성은 특급 게스트가 출연하지 않는 한, 흔하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이날 출연한 게스트가 박나래라면,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한다. 박나래뿐만 아니라, 그녀의 개그 콤비이자 절친한 동료인 장도연, 양세형, 양세찬 형제도 함께했다. 애초 2회 편성을 염두에 둔 기획이었지만, 정말로 2회 분량이 나올까 하는 반신반의 분위기 속에서 녹화가 진행됐다고 한다. 그들은 '2회'로 나누어 방영할 수밖에 없도록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뽐냈고, 2주 연속 그들의 개그를 보기 위해 TV,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 앞에 모인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였다.

<라스>로 금의환향한 박나래

<라디오스타>가 배출한 예능 유망주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그 중 대표적인 케이스는 단연 박나래다. 이제 박나래는 가능성 있는 유망주를 넘어, 이국주와 함께 개그우먼 양대 산맥을 형성하는 대세다. 박나래가 tvN <코미디 빅리그> 녹화를 위해 행하는 '인물 분장'은 매주 새로운 것을 보여줄 때마다,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CF까지 섭렵했다. 그러므로 박나래의 <라디오스타>는 그녀가 최근 모습을 드러냈던 예능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관심이 가게 된다. 오늘날 박나래를 있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준 프로그램으로 금의환향한 셈이다.

 지난 10일 방영한 MBC <라디오스타> 한 장면. <코빅> 이외의 무대에서는 잘 보기 어려웠던 두 형제의 입담도 이날 방송에서 폭발했다.

지난 10일 방영한 MBC <라디오스타> 한 장면. <코빅> 이외의 무대에서는 잘 보기 어려웠던 두 형제의 입담도 이날 방송에서 폭발했다. ⓒ MBC


자칫 '박나래 특집' 혹은 '박나래와 아이들'로 비칠 수 있었던 이 날 방송은 이미 확 뜬 박나래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기 전 박나래가 그랬듯이, 언젠가 뜰 것 같은 개그맨에 머물렀던 양세형, 양세찬까지 주목하게 한다. 박나래가 스타가 되기 이전부터 각종 예능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장도연은 박나래, 이국주와 더불어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개그우먼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양세형, 양세찬 형제는 tvN <코미디 빅리그>를 챙겨 보지 않는다면, 그들의 끼를 알 방법이 많지 않았다.

한 예능에 출연한 모든 게스트들이 골고루 주목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중 뛰어난 활약을 앞세워, 집중 주목을 받는 이도 있는가 하면, 별다른 눈에 띄는 활약 없이 자리만 지키다 가는 안타까운 케이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는 병풍이 없었다. 박나래, 장도연, 양세형, 양세찬 모두 주연이었고, 고른 활약을 펼쳤다. 물론 아직은 공중파 예능에서 개인기를 펼치는 것이 낯선 이들의 개그를 조율하고, 이를 진두지휘하는 박나래의 힘도 컸지만, 이들의 개그의 합 자체가 좋았다.

지난 3일 이들이 출연한 '라스클리닉-사랑과 전쟁'(아래 '사랑과 전쟁') 첫 회에서, 4명의 개그 친구들은 박나래의 남다른 주사에 얽힌 에피소드, 한때 양세찬을 짝사랑했다던 박나래 이야기 그리고 박나래 못지않게 사건·사고 많은 장도연, 양세형, 양세찬 형제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웃음을 선사했다. 도무지 끝을 알 수 없었던 이들의 폭로전은 2회 분량으로 넘어갈 정도로 '대박'이었다.

개그 위해 몸 바치는 진정한 프로들

 지난 10일 방영한 MBC <라디오스타> 한 장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박나래와 장도연의 개그는 기대 이상이다.

지난 10일 방영한 MBC <라디오스타> 한 장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박나래와 장도연의 개그는 기대 이상이다. ⓒ MBC


웃음을 위해 숨기고 싶은 굴욕담을 계속 꺼내 보이는 이들의 개그 열정은 감탄을 자아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방송 수위가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방영한 2회는 달랐다. 박나래의 주사 대신, 4명의 게스트들이 개그맨으로 가지고 있는 역량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사랑과 전쟁' 2회는 박나래와 그녀의 친구들이 개그맨으로 잘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수긍하게 한다.

지난해 9월 <라디오스타>에서 '나래빠', 주사 등 박나래의 놀라운 술버릇 때문에 방영 직후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그 덕분에 그녀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고 하나, 박나래는 주사 이전에 올해 데뷔 10년 차 개그우먼으로서 철저한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는 엔터테이너이다. 그리고 박나래의 친구들 또한, 코미디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개 코미디 무대에 오르는 프로들이다. 개그맨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적어도 10년 가까이 코미디 한우물만 판 이들의 개그는 당연히 절정에 오를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놀라운 사생활을 스스럼없이 공개하고, 때로는 '엽기적'으로 느껴지는 그들의 사는 방법은 보통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개그를 위해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사를 부리는 박나래 얼굴에 김치를 따귀를 때렸다는 양세형의 기막힌 사연도, 한 여자와 얽힌 장도연의 굴욕담도 이들에게는 모두 자신이 서는 무대에서 쓸 수 있는 유용한 개그 소재다.

개그를 위해서 기어이 그 한 몸 하얗게 불태우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개그 4총사의 남다른 직업 정신. 돈을 주고 봐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뭘 해도 밉지 않은 개그 악동 4중주가 탄생한 순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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