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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유아무개씨에 대한 2차 공판이 2일 열렸다. 유씨는 이날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국정원 직원 유아무개씨에 대한 2차 공판이 2일 열렸다. 유씨는 이날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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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효수'라는 아이디로 지난 대선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호남, 여성, 좌파 등을 비하하고 야당 정치인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댓글 활동을 벌였던 디시인사이드 '좌익효수' 즉 국가정보원 직원 유 아무개씨가 뒤늦게 반성문을 제출하고 피해자와 합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는 강경하다.

관련 피해자가 유씨를 모욕죄로 고소한 지 2년 3개월 만에 등장한 반성문이었다.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 정용석 판사는 이날 유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심리하면서 해당 반성문의 요지를 공개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이 반성문 열 쪽 정도를 제출했다"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저속한 표현을 한 것, 인터넷을 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었다는 식으로 반성문을 냈다"고 밝혔다.

'좌익효수'의 반성문 "저속한 표현, 반성한다"

정 판사는 "피고인이 반성문에서 모욕죄와 관련한 피해자들에게 별도의 노력을 하겠다는 취지로 기재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덧붙여 피해자와 합의 시 공소 기각이 되는 친고죄인 모욕죄도 함께 받고 있는 만큼, 유씨에게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모욕죄 관련 피해자에게 어떤 별도의 노력을 하고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유씨의 변호인도 "피해자와 최대한의 합의를 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바람과 달리, 피해자중 한 사람인 '망치부인' 이경선씨의 경우 유씨와의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여태까지 그런 (반성하고 합의를 노력하겠다는) 말이 온 게 없다"면서 "합의해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날 공판을 방청한 이씨는 "딸이 ('좌익효수' 사건) 재판이 시작된 뒤부터 불면증에 시달린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자신은 처벌을 못 받겠다고 합의네, 위헌심판이네 하고, 비슷한 일을 한 다른 국정원 직원들은 기소도 안 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유씨는 2012년 대선 당시 악성 정치적 게시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3년 7월부터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했다. 2013년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기소 당시 공개된 범죄 일람표에서 그의 악성 댓글 또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홍어·전라디언들 죽여버려야" 국정원 요원, 하는 짓은 '일베충'). 당시 유씨뿐 아니라 다른 국정원 직원 3명도 검찰에 소환돼 참고인 조사를 받다가 유씨와 비슷한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검찰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반성문은 제출했지만...

국가정보원법 위반 및 형법상 명예훼손죄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 '좌익효수' 유모씨에 대한 1차 공판이 열린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아프리카 TV 시사토론 진행자 '망치부인' 이경선씨가 생중계 방송을 진행하며 재판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 국정원 직원 '좌익효수' 1차 공판 지켜본 망치부인 국가정보원법 위반 및 형법상 명예훼손죄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 '좌익효수' 유모씨에 대한 1차 공판이 열린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아프리카 TV 시사토론 진행자 '망치부인' 이경선씨가 생중계 방송을 진행하며 재판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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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해 11월 16일 유씨를 국정원법 위반과 특정인을 모욕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1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등 10차례의 게시글로 선거 운동을 벌인 데는 국정원법에 있는 선거운동금지 조항이 적용됐다(관련 기사 : '호남·여성 비하' 좌익효수 마침내 기소됐지만).

하지만 유씨는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1차 공판에서 자신이 올린 게시글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맞섰다. 국정원 직원으로서가 아닌, 개인적 차원에서 벌인 일탈 행위라는 주장이었다. 모욕죄 혐의 또한 고소 기간이 공소 제기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유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적용한 '정치 관여 금지' 등의 국정원법을 헌법재판소에 올려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관련 기사 : 얼굴 가린 '좌익효수', 끝내 한마디도 안 했다).

2차 공판 기일에서 반성문을 제출하긴 했지만, 유씨의 주장은 1차 공판 때와 다르지 않았다. 국정원법 위반 여부에 관해서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기다리는 한편, 모욕죄의 고소 기한이 지났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기존 의견서를 보완하기로 했다. 결국 자신도 모르게 인터넷에 빠져 저속한 표현을 한 것은 반성하지만, 법리적으로 봤을 때 무죄라는 주장엔 변함이 없는 것이다.

한편, 이날 재판은 지난 1차 공판 때와 같이 국정원 직원인 유씨의 신변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석에 차단막을 설치된 채로 진행됐다. 유씨에 대한 다음 공판 기일은 오는 3월 29일 열릴 예정이다.


태그:#좌익효수, #국정원,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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