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톨로지 영화 포스터

▲ 사이언톨로지 영화 포스터 ⓒ HBO


사이언톨로지는 미국의 신흥 종교다.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였던 론 하버드(일명 LRH)가 1954년 창시했다. 우리나라에는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가입해 왕성하게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할리우드 교'라고 불릴 만큼 유명 인사들이 많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 말고는 드러난 것이 없다. 하지만 종교라는 속성 때문에 이름 자체에서 신비감을 준다. 과연 이곳은 무엇을 하는 집단일까?

미국에서 2015년 3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정화하기: 사이언톨로지와 신앙의 감옥>은 초기 큰 화제가 됐다. 이 다큐에 맞서 사이언톨로지 측은 즉각 8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 맞불을 놓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식 소개된 바 없다. 다큐가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영화는 몇몇 사람들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어떤 사건의 처음으로 돌아가 기억을 짚어보는 것이다. 인터뷰 대상은 사이언톨로지라는 종교의 핵심부에 있다가 탈퇴, 또는 탈출한 사람들이다. 해설자는 이들의 말과 상황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의 편에 섰다. 초반부에는 이들의 증언과 함께 존 트라볼타, 톰 크루즈의 활동 영상이 나타난다. 말로만 들었던 배우들의 종교 활동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영상이 조악하기 짝이 없고 누가 봐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달랐다. 창시자 LRH의 사진에 강하게 경례를 하고, 핵심 지도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열광했다.

이들을 그렇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다큐는 이 종교의 창시자의 생애에서부터 시작한다. LRH로 불리는 론 하버드, 그는 대 공황기에 싸구려 소설을 쓰던 작가였다. 타자치는 것과 글짓기에 탁월한 능력을 가졌던 그는 공상과학 소설을 쓰는 데에 타고난 재능을 발견한다. 그가 쓴 수많은 공상과학 이야기들이 이후 사이언톨로지의 신앙적 기반이 된다.

돈이 중심이 된 종교

돈을 벌고 싶었던 그는 일찍부터 종교를 구상한다.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종교를 만들어 부를 축적하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일종의 교리서인 <다이어네틱스>라는 책을 발간하고 종교의 기초를 다지기 시작한다. 마음에 담긴 안 좋은 기억들을 털어놓고 해소하는 행위를 통해 영혼을 정화한다는 것이 중심 내용이었다. 그는 거짓말 탐지기보다 전류를 약하게 잡는 'E-미터'라는 생각 감지기를 만들고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놀랍게도 정신의학과 심리학의 일종일 수 있는 그의 논리를 믿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LRH는 자신의 목표를 빠르게 추진했다. 교리의 단계를 만들었고, 돈을 지불하게 했다. 'Sea project'라는 일종의 보물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을 사이언톨로지 배 안으로 끌어들였다. '감사자(Auditor)'라는 직책을 만들고 조직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 하나로 이 종교에 모든 것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때 LRH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돈이었다.

하지만 LRH는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었다. 종교는 엄청나게 커졌지만 그는 후계자를 지목하는 일 없이 1986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발표한 미스캐비지라는 이가 자연스럽게 사이언톨로지의 두 번째 리더가 되었다. 이때부터 사이언톨로지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감사(Audit)라고 불리는 마음 정화 행위에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등 단계로 올라갈수록 논리의 한계가 드러났다. 사람들이 이것을 알고 빠져나가기 전에 막아야 했다. 그래서 이들은 감사 행위를 더욱 교묘하게 이용한다. 마음을 정화하는 일이라며 신자의 사적인 행동까지 모두 털어놓게끔 만든 것이었다.

한 가지 더, 이들은 교세 안정을 위해 적을 만든다. 바로 국세청이었다. 사이언톨로지를 종교로 인정해주지 않는 국세청과 전면전을 펼치면서 이들은 단합한다. 어떻게든 틈을 찾아내 고소고발을 남발한 결과, 사이언톨로지는 국세청과 협상에 들어가고 결국 종교로 인정받아 세금을 면제 받는다. LRH 때부터 추진되던 면세를 이룬 미스캐비지는 이 기회를 황금 같이 이용한다. 신자들에게 헌금을 강요한 것이었다. 종교 명목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수많은 건물들을 사들였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할리우드 배우들이 동원됐다. 특히 톰 크루즈라는 걸출한 배우에게 더 가까이 접근했다. 감사를 통해 그의 삶을 파악했고, 그가 계속 사이언톨로지의 사람으로 활발히 활동하게 만들었다. 톰 크루즈도 미스캐비지의 최측근으로 대중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할리우드 교'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 때였을 것이다.

신흥 종교의 민낯

이 모든 장면들이 지나가고 사이언톨로지의 민낯은 그 다음부터 드러난다. 바로 신자 학대와 착취 및 폭력이었다. 지도부는 '구멍'이라는 건물을 만들어 문제 되는 신자들을 이곳에 보낸다. 때리고 협박하며 시급 40센트를 주면서 착취한다. 때로는 '의자 뺏기 놀이'라는 걸 시켜 수감된 사람들끼리 서로 죽을 만큼 경쟁하게 만든다. 가족들과의 관계도 끊어지게 만든다. 이 모든 이야기를 과거 사이언톨로지의 신자였다 탈퇴한 사람들이 폭로했다. 이들의 입을 통해 처음에 응용철학이라며 밝게 다가오던 종교의 어두운 면이 드러난 것이다.

다큐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인터뷰 대상자(interviewee)들의 말로 끝을 맺는다.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는 사이언톨로지는 여전히 교세를 과시하고 있다. 영화가 개봉된 이후 바로 반박 동영상을 만들 만큼 말이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면세를 받고 있지만 영국, 독일, 캐나다 등에서는 사이언톨로지를 종교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톰 크루즈 역시 최근 딸 수리 크루즈와의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워 종교를 탈퇴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절대 폭로하지 않는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어느 한 쪽 편의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달한 다큐멘터리다.

아직 우리나라에 공식 사이언톨로지 신도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어딘가 모르게 우리네 종교의 어두운 면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 종교의 문제를 제기하자면 이 글의 처음부터 다시 얘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 종교의 문제점을 근본부터 파헤치기는 쉽지 않다. 극단주의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폭로, 탐사에 충실한 <정화하기 : 사이언톨로지와 신앙의 감옥>은 제 역할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건희 시민기자가 속한 팀블로그(byulnight.tistory.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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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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