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강도현 <뉴스앤조이> 발행인
 강도현 <뉴스앤조이> 발행인
ⓒ 이영광

관련사진보기


기독교 내의 진보적 언론으로 꼽히는 <뉴스앤조이>가 새해를 맞아 발행인을 영입했다. 그는 지난해 <골목사장 분투기>의 저자 강도현씨다. 대부분 그를 작은 커피숍 사장 정도로 알겠지만 그는 <뉴스앤조이> 발행인으로 오기 전 여의도에 있는 금융회사에서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트레이더로 활동했다.

강 발행인은 금융회사에서 적지 않은 연봉을 받았다. 그런 그가 왜 연봉의 절반이나 깎으면서 대형 언론도 아닌 기독교 인터넷 언론을 택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지난 19일 <뉴스앤조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강 발행인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저널리즘에 대한 물음 많아서 대표직 수락했다"

- <뉴스앤조이> 대표가 되신 지 20일 정도 지났는데 어떠세요?
"<뉴스앤조이>를 독자로 오랫동안 읽었고 제가 발행인으로 공식적인 일을 한 건 20일 정도 지났습니다. 전반적으로 같이 일하는 분들이 좋고 김종희 대표님도 오랫동안 알고 있던 선배라서 마음은 편합니다. 하지만 16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자리다 보니 부담스럽긴 하죠.

지금은 부담보다는 뭔가 새롭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기대감이 좀 더 많습니다. 20일 더 지나면 기대감이 꺾일지도 몰라요(웃음). 지금은 아주 신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 억대 연봉에서 골목의 카페 사장, 그리고 언론사 대표까지. 늘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이는 것 같은데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의 내적으로는 어려운 변화들은 아니었어요. '억대 연봉'이라는 것도 제가 잘나서라기보다 우연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니고요. 많은 경우 그렇습니다.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억대 연봉이 마치 사람을 평가하는 타이틀처럼 생각되기도 하지만 개인이 잘나서 그렇게 되기보다는 우연적인 요소가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 스스로 평가를 높게 하진 않아요.

돈을 좇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되잖아요. 정말로 하고 싶은 일들이 뭔지 고민 끝에서 나온 결정들이기 때문에 저 스스로는 그냥 하나의 길을 가는 거로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변화가 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하나님 나라라고 하는 차원에서 하나의 길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 대표님에게 '하나님 나라'는 무엇인가요?
"하나님 나라를 한두 마디로 축약하기는 어렵지만, 성경 말씀을 비춰 볼 때 '인애'와 '공의'죠. 이 양 날개가 동시에 구현되는 제도가 하나님 나라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 생각이 조금 더 깊어지면 바뀔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금은 그렇게 이해합니다."

- 김종희 대표가 쓴 글을 보면 "'고작' 카페 주인보다는 언론사 사장을 해 보지 않겠느냐고 미끼를 던졌는데, 예상보다 쉽게 덥석 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던데. 단지 언론사 사장이라는 지위 때문에 제의를 수락하지 않았을 거란 말이죠.
"김종희 대표님이 저에게 언론사로 오지 않겠느냐고 하셨을 때는 제가 직장이 있는 걸 모르셨을 거예요. 여의도에서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트레이더로 일하고 있었거든요. 그뿐만 아니고 '스타트 업'(신생기업)을 찾아서 투자하는 업무도 하고 있었고요. 그런 일들을 하는지 모르고 저에게 대표 제안을 하셨던 것 같아요.

언론사 사장이라고 하니까 거창하게 들리는데요. 경제적으로 상당히 고민이 됐어요. 연봉의 절반 이상을 낮춰야 했거든요. 제 개인 경제 측면만 보면 수락해선 안 되는 거죠. 그런데 제가 언론에 대해 상당히 관심이 많았어요. '저널리즘이 뭘까'란 궁금증을 많이 갖고 있었어요. 그리고 리영희 선생님 책을 하필이면 그쯤에 읽어서요. 저널리즘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할 때 그 제의를 받은 거예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도 제대로 된 그림을 보여 주지 않기 때문이죠. 저널리즘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요즘 들어 많이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널리즘이 살아 있어야 한국 사회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되고 그런 객관적인 그림을 토대로 사람들이 선택할 수가 있잖아요. 저널리즘이 부족하니까 개인 차원에서도, 우리 사회도 계속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을 때 제의를 받았어요."

"언론은 사회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줘야"

- 연봉이 많이 줄었다고 하셨는데 아깝지 않으세요?
"연봉을 절반 이상 깎고 오긴 했어요. 저는 돈을 적게 벌면 적게 쓰면 된다고 생각해요. 차량 유지가 어려우면 전철 타면 됩니다. 걷는 것 좋아하고요. 특히 자전거를 좋아해서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면 재미도 있잖아요. 일이 재미있으니까 금전적으로 그렇게 아깝단 생각은 안 들어요."

- 아무래도 이 일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 같아요.
"하나님 나라는 영원하고 우리는 길게 살아봐야 백 년 사는 건데요. 제 자식 대에 가서는 조금 더 한국 사회가 하나님 나라에 가까운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저희 세대보단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하면 좋겠어요."

- 김종희 대표에게 제의가 왔을 때 어땠나요?
"일단 되게 황당했어요. 하지만 '나에게 쓸모를 발견하셨구나'라는 생각에 감사하기도 했고요. 처음엔 너무 뜬금없고 이건 아니란 생각이 강했죠. 근데 그때 당시에 제가 언론에 대해서 고민을 하던 때였고 시민사회 성장에 대해 고민을 하던 때였어요. 기도하면서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하겠다고 했죠."

- 가족들 반응은 어땠어요?
"제 아내는 신앙이 굉장히 순수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기도하는 가운데 영감을 받았다'고 하니 허락하더라고요. 물론 아내는 힘들어 하죠. 그런 부분에서 아내에게 감사하고 미안하기도 한데요. 하지만 몇 년 열심히 하면 재정적으로도 우리 기자들 연봉도 올리고 제 연봉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내에겐 큰소리 빵빵 쳐놨죠(웃음)."

- 언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한국에서는 중학교밖에 다니지 않았어요. 고등학교와 대학을 미국에서 나왔는데 글쓰기 연습이 안 되어 있었어요. 제가 대학을 다닐 당시는 주요 언론사들이 토론 게시판을 운영하던 때였거든요. 그때 토론방에서 글을 아주 많이 썼어요. 자연스럽게 신문도 많이 읽게 되었고요. 기독교 언론은 <복음과 상황>을 고등학생 때부터 읽었어요. 그래서 언론이라고 하는 테마 자체는 조금 어릴 때부터 접했던 편이죠."

- 현재 언론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론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직하게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의 언론은 특정한 관점 위에서 글을 써요. 물론 언론사마다 관점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언론사마다 있는 관점에 대해 문제 삼는 거는 아니고요.

그런 관점이 정치적 당파성을 지니면 문제가 되죠. 특정 세력을 비호하거나 힘을 실어주기 위해 글을 쓰는 건 언론이 할 일은 아니라는 거죠. 당파적 입장을 가지고 기사를 쓰니까 정직한 글이 나오지 않는 거죠."

- 그럼 기독교 언론은 어떻게 보세요?
"제 생각에는 기독교 언론이 교단 지원을 많이 받잖아요. 솔직히 기독교 언론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긴 해요. 그다지 관심이 없었거든요. 전반적으로 '저널리즘이라고 할만한 고민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그것은 <뉴스앤조이>는 잘하는데 다른 언론은 못한다는 게 아니라 <뉴스앤조이>에 대한 자아비판이기도 합니다. 아마 재정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이기도 할 거 같아요. 어쨌든 전반적으로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우리가 모두 약간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기독교 언론을 보면 대부분 특정 교단에서 운영하거나 지원을 받아요. 그래서 언론의 비판기능을 하기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중요한 지적인 것 같아요. 기독교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 언론도 거기서 크게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는 거 같고요. 특정 기업에서 광고를 많이 수주하다 보면 기업에 대한 기사를 잘 쓰지 못하는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졌죠. 기독교 언론 역시 말씀하신 대로 교단에 소위 돈줄이 있다 보니까 비판 기능이 아무래도 약해지는 측면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뉴스앤조이>는 좀 더 자유롭죠. 왜냐면 소액 후원을 받아 운영하거든요."

"특정 교단 지원 안 받아, 객관적 언론 고민하겠다"

강도현 <뉴스앤조이> 발행인
 강도현 <뉴스앤조이> 발행인
ⓒ 이영광

관련사진보기


- <뉴스앤조이>는 기독교계 인터넷 언론이잖아요. 기독교계 내 다른 언론들도 있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생각하시는 <뉴스앤조이>만의 색깔이나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뉴스앤조이>에서 '저널리즘과 기독교가 만났을 때 어떤 글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깊게 해 보고 싶습니다.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이고 기독교는 기독교인데 많은 분이 <뉴스앤조이>에 대한 비판을 하시면서 '왜 교회가 욕먹을 일을 알리느냐'는 말씀을 하시거든요, 그것도 일면 일리가 있는 비판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분들도 교회를 사랑하시는 분들이고 저희도 교회를 사랑하거든요.

그래서 저널리즘이 신앙과 만났을 때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저희가 좀 더 깊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고요. 말씀드렸듯이 특정한 교단이나 교회 등 소위 말하는 큰 손의 지원을 받는 게 아니므로 훨씬 객관적이면서 저널리즘에 입각한 글들을 쓸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합니다. 더 많이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 수익 구조도 중요할 것 같아요. 상황이 열악한 것으로 아는데 수익 구조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어요.
"네, 맞습니다. 수익구조가 중요하죠. 저희 이사회도 '수익을 내라'는 게 저에 대한 요구사항이거든요. 저도 그걸 위해 온 거고요. 우선은 저희 캠페인 역량을 극대화해서 소액 후원자를 더 많이 찾는 것에 중점을 두려고 하고요.

두 번째는 <뉴스앤조이>라는 언론도 있지만 동시에 '목회 멘토링 사역원'이라고 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단체도 동시에 운영하고 있거든요. 거기에서 콘텐츠가 많이 나와요. 출판도 하고 여러 강의도 하고요. 그런 콘텐츠를 이용해서 수익사업도 활발하게 전개할 생각입니다. 목사님들과 성도님들께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냄으로써 후원도 더 받고 수익사업을 해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 <뉴스앤조이>는 <오마이뉴스>처럼 일반인들도 기사를 기고할 수 있잖아요. 일반인의 참여를 어떻게 더 늘릴 생각이세요?
"솔직히 아직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어요. 저희는 기자회원이라고 부르는데 그분들의 글쓰기 수준을 높이고 더 많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건을 취재하는 데 많이 에너지를 소비하다 보니까 사건을 해석하는 기사들이 다소 부족하다는 말씀을 하세요. 그런 차원에서 기자회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싶어요. 그분들이 더 높은 수준의 글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저널리즘의 수준이 지금보다는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 비영리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임금 수준이 영리 기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비슷한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우리 시민사회가 더 성장하고 자본과 정치권력의 결탁을 견제하면서 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거든요.

<뉴스앤조이>에서 저널리즘과 시민사회의 성장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작은 일이라도 해내는 조직이 되도록 만들어 보겠습니다."


태그:#강도현, #뉴스앤조이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