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이하늬, 그녀의 냉장고에는 온갖 진귀한 재료들이 가득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이하늬, 그녀의 냉장고에는 온갖 진귀한 재료들이 가득했다. ⓒ JTBC


스타들은 인기를 얻는 만큼 큰 부를 쌓을 수 있는 직업이다. 그래서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스타들의 냉장고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그 예상대로 들어맞을 때도 잦다. 이번 이하늬의 냉장고가 그랬다.

지난 14일, <냉장고를 부탁해>에 무려 '화이트 트뤼프'가 등장했다(방송에는 '트러플'이라고 나왔지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트뤼프'라고 써야 한다). 트뤼프는 우리말로 서양 송로버섯을 뜻한다. 국내 재배는 되지 않는다. 그 중 화이트 트뤼프는 1kg에 600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값이 나가는 고급 음식재료다. 이하늬의 냉장고에는 셰프들도 놀란 화이트 트뤼프뿐 아니라 성게 알과 장어, 전복 등 초호화 식자재들이 가득했다. 이하늬는 "요즘 이탈리아에서 트뤼프가 제철이라고 하더라, 최상급의 재료를 드리면 뭔가 해주시지 않겠느냐"라며 <냉장고를 부탁해>의 출연을 위해 특별히 공수했음을 은연중에 밝혔다.

시청자가 진정으로 <냉부>에서 보고 싶어하는 것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그 이름도 생소한 트뤼프가 등장한 것만 벌써 수차례이다. 처음은 백종원과 결혼한 소유진의 냉장고였다. 트뤼프가 들어간 머스타드 소스가 등장하자, 셰프들이 앞다투어 그 맛을 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후에는 빅뱅의 지드래곤의 냉장고에서 발견됐다. 지드래곤은 냉동 트뤼프를 선보이며 프랑스에서 직접 공수해 왔다고 밝혔다. 트뤼프뿐 아니라 세계 3대 진미 재료로 알려진 푸아그라와 캐비어까지 갖춘 지드래곤의 냉장고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어 양희은의 냉장고에서 처음으로 생트뤼프가 등장하며 화제를 끌었다.

1kg에 수백만 원을 웃도는 트뤼프가 기본 재료인 양 등장하는 것은 역시 스타의 냉장고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3대 진미로 꼽힐 정도로 맛이 뛰어난 트뤼프는, 일반인들에게 보기 드문 재료이다. 스타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재료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트뤼프가 점차 경쟁하듯 방송에 출연하는 게 의아하다. 특히나 이하늬의 '화이트 트뤼프'는 그동안 등장해 온 트뤼프보다 훨씬 더 고가의 트뤼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혀를 내두르게 했다.

 초호화 재료에 감탄은 있어도 감동은 없다.

초호화 재료에 감탄은 있어도 감동은 없다. ⓒ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원래 취지는 냉장고 속에 들어있는 '평범한 재료'들이 셰프의 손을 거쳐 어떻게 재탄생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최고급 재료를 가지고 뛰어난 맛을 선보이는 것은 셰프들에게 이미 익숙한 일이다. 그들이 과연 우리 집 냉장고에도 있을 법한 일반적인 재료를 가지고도 훌륭한 요리를 선보일 수 있느냐 하는 지점이 <냉장고를 부탁해>의 큰 재미이다.

셰프들이 곤란해 할 정도로 빈약한 냉장고, 이를테면 인피니트의 성규나 케이윌, 서장훈 같은 스타들의 냉장고로 셰프들이 대결을 펼칠 때 그 긴장감과 흥미가 훨씬 증가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스타들의 훌륭한 '식재료 자랑'은 아니다.

마치 '내가 더 고급 재료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 같은 냉장고, 설정의 향기가 깊게 배어 있는 냉장고. '대단하다'는 감탄사는 나올지언정, 깊게 공감을 하게 만들 수 없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15분이라는 시간제한을 두고 스타들이 직접 재료를 결정하지 못한다는 핸디캡까지 두는 이유는, 그만큼 그들이 곤란한 상황 속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모습을 잡아내기 위해서다. 평범한 냉장고 속 재료로도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고급요리에 버금가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희열이 <냉장고를 부탁해>를 성공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고급 재료를 가지고 고급 요리를 만드는 것에 그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화이트 트뤼프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대다수의 시청자에겐 그런 재료가 들어있는 스타의 냉장고는 공감이 가질 않는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진정으로 보고 싶은 것은 바로 우리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재료들이 셰프들의 개성으로 어떻게 탈바꿈되느냐 하는 것이다. 대중이 주목하는 것은 최고의 요리재료가 아닌, 최고의 요리 실력이기 때문이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냉장고를 부탁해 이하늬 최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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