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로야구 FA 시장이 고삐가 풀리자마자 폭주하고 있다. 각 구단의 우선협상기간이 마감된 지 이틀 만에 시장에 나온 대형 FA들의 거취가 속속 정해지고 있다. 우선협상기간동안 막판까지 지지부진한 눈치싸움이 벌어지며 원소속팀에 잔류한 선수들도 대부분 마감을 앞두고서야 거취가 결정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FA 시장의 대어로 분류된 선수들은 벌써 대부분 행선지가 결정됐다. 일단 소속팀 잔류를 선언한 선수들은 11명이다. 김태균이 한화와 4년간 총액 84억 원, 송승준이 롯데와 4년 총액 40억, 이범호와 이승엽은 각각 기아-삼성과 계약기간 4년 총 36억 원에 계약을 완료했다. 또한 이택근은 넥센과 계약 기간 4년 총액 35억, 박정권은 SK와 4년 총액 30억, 이동현은 LG와 3년 30억에 계약을 맺었다.

이밖에 준척급으로 꼽히던 김상현(KT, 4년 17억), 조인성(한화. 2년 10억), 마정길(넥센 2년 총액 6억 2천), 채병용(3년 10억 5천) 등도 소속팀 잔류를 선택했다.

2013년 이후 급격한 폭등세, 거품 논란도

그러나 이는 FA 시장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전 구단 협상기간 동안 시장에 나온 11명의 선수들 중 이틀 사이에만 벌써 7명의 선수들이 계약을 완료했다.

29일 정상호가 4년 32억 원에 LG로 향하면서 FA 대이동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어 윤길현이 4년 38억 원에 롯데, 유한준이 4년 60억 원에 KT 유니폼을 입었다. 30일에는 손승락이 4년 60억 원에 롯데행을 택했고, 박석민이 NC와 4년 최대 96억의 잭팟을 터트리며 역대 FA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우람과 심수창은 각각 4년 84억 원, 4년 13억 원을 받고 한화로 향했다.

FA 시장은 2013년 이후 급격한 폭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 강민호가 2013년 4년 75억에 계약하며 삼성 심정수(4년 60억)의 기록을 9년 만에 깨뜨린 것이 출발점이었다. 지난 2014년에는 SK 최정, 두산 장원준, 삼성 윤성환 등이 한꺼번에 80억 시대를 열었고, 미국에서 국내 무대로 돌아온 윤석민(4년 90억)이 뒤늦게 합류하여 드디어 90억대를 돌파했다.

몸값이 폭등하면서 자연히 거품 논란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FA 시장의 최대 승자로 등극한 박석민은 보장 금액 86억(계약금 56억-연봉 30억, 옵션 10억 원)에 이르는 초특급 계약이다.

박석민은 10년간 통산 1027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 974안타 163홈런 638타점 576득점을 기록한 KBO 정상급 3루수이기는 하지만, 골든글러브외에는 MVP나 변변한 개인 타이틀 수상 경력도 없는 선수에게 100억에 육박하는 몸값을 주는 게 과연 정상적인가 하는 의문이 들법하다.

정우람이 4년 84억(계약금 36억, 연봉 12억)에 한화행을 결정한 것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불펜 투수로서는 KBO 역대 최고계약이다. 정우람이 이번 FA 시장 투수 최대어 중 한 명으로 평가받기는 했지만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불펜투수다.

종전 장원준, 윤성환 등 80억대 이상의 몸값을 기록한 FA 투수들은 모두 선발자원이었고, 현재 투수 최고액 기록 보유자인 윤석민도 올시즌에는 선발 복귀가 유력하다. 정우람은 SK에서도 최고대우를 제시받았으나 이를 거절하고 FA 시장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BO 특성상 불펜투수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도 비정상적인 몸값 폭등임에는 분명하다.

FA 시장이 과열되다 보니 일부 구단들은 몸값을 축소하여 발표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정우람과 함께 이번 시즌 투수 최대어로 꼽힌 손승락과 윤길현은 그보다 훨씬 낮은 조건으로 롯데와 계약을 맺었다.

손승락은 넥센에서 구원왕만 세 차례나 차지했고, 윤길현은 지난 시즌 SK에서 정우람과 마무리를 양분했던 투수다. 경력이나 구위 면에서 정우람과 크게 뒤질 게 없다고 평가받는 투수들이 FA에서 20억~40억 이상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FA 시장에서 대형 계약에 성공한 선수들은 모두 30대를 넘긴 베테랑들이다. 좋은 의미에서는 그만큼 실력이 충분히 검증된 선수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그만큼 장기계약에 따른 위험부담도 커졌다고 할만하다. 이들 모두 FA 계약기간 중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며 기량이 하락세에 접어들 시기인 데다 과거 부상경력이 있거나 최근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도 있다.

삼성-넥센 타격 커

이번 FA 시장을 통하여 전력보강에 성공한 팀들은 NC, 한화, 롯데, KT 등이다. 유일하게 내부 FA가 전무했던 NC를 제외하면 모두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팀들이다. 모두 적극적인 외부 영입을 통하여 다음 시즌 성적을 내기 위하여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NC는 더 큰 미래를 위하여 양보다 질을 선택했다. 박석민 한 명만을 영입하는 데 무려 96억을 썼지만 가장 취약 포지션이었던 3루를 보강했다. 26홈런 116타점을 기록한 박석민은 NC의 공격력을 한창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존재다. 어느덧 불혹에 접어든 이호준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중심타자이자 베테랑을 얻은 것도 소득이다.

한화는 3년 연속 FA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내부 FA인 김태균과 조인성을 모두 잡는 데 성공하며 전력 출혈을 막았고, 여기에 정우람과 심수창까지 가세하며 투수력의 무게를 높였다. 마무리와 셋업맨이 두루 가능한 정우람은 기존 권혁·박정진·윤규진에 의존하던 불펜에 부담을 덜어줄 카드다.

심수창 역시 선발과 구원을 오갈 수 있는 전천후 선수다. 정우람은 김성근 감독-송은범과 함께 SK 시절 이후 다시 재회하게 됐으며, 심수창은 LG 시절에 이어 베테랑 포수 조인성과의 재회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화로서는 다음 시즌 다시 한번 5강 진출 이상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롯데 역시 그간의 짠돌이 구단 이미지를 벗고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던 불펜에서 비록 정우람은 놓쳤지만 최대어 손승락과 윤길현을 한꺼번에 영입하는데 98억을 투자한 것은 성적 향상에 대한 롯데의 달라진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KT도 2차 드래프트에서 영입한 이진영- FA 유한준의 영입으로 외야진의 경험과 타선의 무게를 더했다.

반면 타격이 큰 것은 삼성과 넥센이다. 삼성은 올해 도박파문에 휩싸인 임창용의 방출에 이어 윤성환-안지만 역시 거취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부동의 주전 3루수였던 박석민까지 잃었다. 외국인 선수 나바로의 재계약 역시 불투명하다.

넥센은 4번타자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비용을 제대로 활용해보기도 전에 손승락-유한준의 연이은 이탈로 다음 시즌 전력구상에 치명타를 맞게 됐다. FA 시장의 또 다른 큰 손을 기대했던 LG와 기아는 외부 출혈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경쟁팀들의 발빠른 행보속에 최대어들을 놓치고 입맛만 다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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