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거탑' 김신욱이 생애 첫 K리그 클래식 득점왕에 오르며 2015시즌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김신욱은 올 시즌 총 38경기에 출전해 18골을 기록하며 2위인 아드리아노(서울)를 제쳤다. 지난 28일 부산과의 시즌 최종전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까지 작렬하며 득점왕 등극에 스스로 쐐기를 박았다. 김신욱은 올시즌 4개의 도움까지 추가하며 최다 공격포인트에서도 염기훈(수원, 25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국내 선수가 득점왕에 오른 것은 2010시즌 유병수(당시 인천)에 이어 무려 5년 만이다. 2009년 K리그 무대에 처음 데뷔한 김신욱은 발을 들여놓은 이후 7시즌 만에 생애 첫 득점왕에 오르며 자신의 경력에 화려한 한 줄을 추가했다.

겉보기엔 화려한 시즌을 보낸 것 같지만, 사실 김신욱의 2015년은 그 어느때보다 다사다난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다리 부상으로 연초 호주 아시안컵 출전도 좌절되고 재활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올해 울산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윤정환 감독과는 전술적으로 궁합이 맞지않아 한동안 벤치 신세로 밀려나기도 했다. 전임 김호곤-조민국 감독 체제에서 부동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것과는 전혀 달라진 상황이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부침을 거듭하면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서도 자연스럽게 밀려났다. 한창 주가를 높이던 2013~2014년 지속적으로 거론되던 해외 진출설도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김신욱이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회복하기 시작한 것은 거의 시즌 후반기에 이른 9월이 되어서부터였다. 윤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하여 주전과 벤치를 들락거리며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가장 필요한 순간에 울산을 구해낸 것은 항상 김신욱이었다.

4월 25일 부산전(1-1) 후반 43분 동점골, 6월 21일 인천전(1-1) 후반 33분 동점골, 8월 29일 광주전 (2-1) 결승골 등 김신욱이 건져낸 승점들이 적지않다. 올시즌 내내 롤러코스터같은 행보를 보였던 울산으로서는 김신욱이 아니었다면 강등권까지 추락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전임자들과 달리 김신욱 활용법을 놓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윤정환 감독도, 결국 시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다시 김신욱을 중심으로 전술의 키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8월까지 28경기에서 주로 후반 교체요원으로 나서면서도 8골을 터뜨렸던 김신욱은 본격적으로 다시 주전으로 출전하기 시작한 9월 9일 전북전 득점포를 시작으로 마지막 10경기에서 8골을 몰아치며 막판 뒤집기로 득점왕까지 오르는 반전을 연출했다. 김신욱은 2013년 19골로 득점 공동선두에 오르고도 경기수가 더 적었던 데얀(당시 서울)에게 득점왕을 내줘야했던 아쉬움을 2년만에 만회했다.

김신욱의 소속팀 울산은 올시즌 상위 스플릿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막판 11경기에서 8승 3무의 고공비행을 거듭하며 스플릿 B에서 가장 좋은 7위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여기에 김신욱까지 득점왕까지 오르며 나름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김신욱으로서는 데뷔 이래 가장 힘들었던 시즌을 잘 극복하고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시즌이었다고 할 만하다.

2015시즌을 성공적으로 마감한 김신욱은 이제 대표팀 복귀에 대한 가능성도 보여줬다. 브라질월드컵 멤버이자 한때 국가대표 단골이었던 김신욱은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에는 한동안 대표팀과 멀어진 상황이다. 지난 8월 동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았지만 이번에도 장단점이 뚜렷한 플레이스타일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활약을 누구보다 중시한다. 5년만의 K리그 토종 득점왕이라는 성적표는 향후 김신욱의 대표팀 복귀에 중요한 명분이 될 만하다. 현재 대표팀 공격진에서는 석현준-이정협-지동원-손흥민 등이 있지만 김신욱은 이들과는 또다른 희소성으로 어필할 수 있는 카드다. 올시즌 수많은 위기와 선입견을 스스로의 힘으로 차근차근 극복해오며 또 한 단계 성장한 김신욱이 대표팀에서도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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