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얼굴'이 된 김혜수

청룡의 '얼굴'이 된 김혜수 ⓒ sbs


한국 영화제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대종상이 파행으로 치달은 직후 열린 청룡영화제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 청룡 영화상에 대부분의 스타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괄목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종상과는 다르게 청룡이 배우들에게 어느 정도 권위를 획득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청룡상은 조선일보사라는 거대 스폰서에 의해 운영된다. 대종상이 여러 파벌로 나뉘어 서로 간의 이익분쟁이 있다는 분석과 달리 청룡상은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이라는 구심점이 존재했다. 이 안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는 존재하겠지만, 거대 자본이 뒤에 버티고 있으니 훨씬 더 탄탄하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음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청룡은 그런 장점을 살려 '이미지 메이킹'에 집중한다. 수상후보들을 선정하고 가장 공정한 상을 수여한다는 이미지는 청룡이 만들어낸 가장 뛰어난 마케팅 전략이다. 그들은 이런 이미지를 의외의 수상을 통해 만들어냈다.

작년 독립영화 <한공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의 눈물이 감동적이었던 까닭은 천우희가 유명배우도 아니었고 <한공주>가 엄청난 흥행을 한 영화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흥행성이나 유명세에 흔들리지 않고 상을 수여한다는 이미지를 청룡영화제는 은연중에 획득했다.

이 밖에도 황정민의 '숟가락 소감'은 화제가 되며 각종 패러디와 광고에까지 활용되었고, 2000년 이미연, 2001년 장진영, 2004년 이나영 등 신선하고 파격적이지만 흥행 성적이나 인기에 상관없는 수상 결과를 발표하여 화제몰이를 했다. 그만큼 시상식의 가장 중요한 지점을 청룡영화상은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실제로 공정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은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것만은 틀림없다.

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가장 훌륭한 역할을 해낸 것이 바로 김혜수였다. 김혜수는 청룡영화제의 진행을 22년간이나 맡았다. 이제 청룡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예전부터 김혜수가 청룡영화제에 어떤 드레스를 입고 등장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정도였고 안정적이고 재치 있는 진행은 늘 호평을 받았다.

천우희가 수상을 하고 흘리는 눈물에 공감하여 같이 눈물을 흘리거나, 영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모습 등은 그에 대한 호감도로 이어졌고, 나아가 청룡영화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혜수와 함께 청룡영화제의 진행을 맡았던 정준호는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김혜수는 후보에 오른 모든 작품을 다 본다"며 그의 준비성과 성실함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의외의 수상 결과, 청룡의 이미지를 만들다

의외의 수상 결과, 청룡의 이미지를 만들다 ⓒ sbs


이번 청룡영화제 역시 이정현이라는 의외의 수상 결과가 있었다. 올해 최고의 활약을 보인 유아인의 남우주연상 역시 공감이 갔지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독립영화에 출연한 이정현의 수상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심지어 이정현은 가수로서 더 성공했던 배우다. 역대 영화제들은 유독 가수 출신 후보들에게 박한 평가를 내렸다. 가수 출신으로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엄정화의 상복이 유독 시상식에서만큼은 꽤 오랫동안 없었던 점을 상기해보라

이정현의 수상은 독립영화와 가수 출신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거스른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파격과 전진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수상 결과가 계속 나타나는 가운데 김혜수가 던진 한마디는 귀에 꽂힌다.

"참 상 잘 주죠?"

시청자들이 시상식에서 기대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상을 잘 주는 시상식. 그래서 공감도 가고 재미도 있는 시상식. 바로 그런 시상식을 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청룡영화제 김혜수 대종상 유아인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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