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위대한 유산>에 출연하는 영화감독 임권택-배우 권현상 부자

MBC <위대한 유산>에 출연하는 영화감독 임권택-배우 권현상 부자 ⓒ MBC


그동안 MBC에서 목요일 오후 11시대에 방영되는 프로그램들의 성적표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오죽하면 누리꾼 사이에서 '저주받은 MBC 목요일 오후 11시 예능'이라는 글이 떠돌았을 정도다. 이번에 배턴을 넘겨받은 <위대한 유산>은 연예인인 자녀들이 부모님의 직업을 함께 체험하며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앞서 추석 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영됐던 <위대한 유산>은 시청률 6.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첫 방송을 몇 시간 앞둔 26일 오후 <위대한 유산> 제작진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족이라는 소재가 식상하고 재미없을 수도 있겠지만, 또 가장 드라마가 많은 소재가 바로 가족이기도 하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징글징글해도, 가족이니까

앞서 <위대한 유산>은 밴드 부활의 김태원이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비롯해 래퍼 산이가 미국 애틀란타의 고등학교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아버지를 대신하는 모습, 아이돌 그룹 에이핑크의 보미가 25년간 한 번도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는 부모님을 대신해 슈퍼를 운영하는 모습 등을 잔잔하게 그리며 '따뜻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정규 편성된 <위대한 유산>의 방향은 다소 다르다. 김명정 작가는 일본의 희극인이자 영화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의 "가족이란 보는 사람만 없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라는 말을 인용했다. 이 말처럼 '따뜻하다'는 감정 하나로만 축약할 수 없는 가족 관계의 복잡다단함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계획이다.

 MBC <위대한 유산>에 출연하는 배우 강지섭

MBC <위대한 유산>에 출연하는 배우 강지섭 ⓒ MBC


김 작가는 "특집 프로그램에선 가족의 따뜻함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가족의 '징글징글함'도 담아볼 생각"이라며 "(특집 프로그램에서는) 가족이 한 톤으로만 정리된 느낌이 있다, 막장 가족이나 비둘기 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어려웠던 건 출연자 섭외다. 제작진은 "흥신소를 하는 것도 아닌데 연예인들의 뒷조사를 하게 됐다"며 "(조사한 결과) 연예인 자식이 성공한 이후 생업을 내려놓은 부모가 30%, 카페나 식당 등 창업을 하게 된 경우도 30%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찾아낸 정보도 한정적이었다. 꽤 괜찮은 후보를 만났는데 자신의 가족사를 '마사지'해주길 바라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김명정 작가는 "(연예인인) 자식 입장에서 부끄러울 수는 있겠지만 아직도 자신의 직업에 자긍심을 갖고 일하는 부모님들을 만나 취재하고 섭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어느 정도 '급'이 있는, 매력적인 출연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가족사에 진정성이 있다면 (섭외) 우선순위에 뒀다"고 설명했다. 

출연진이 "이게 방송이 되느냐" 걱정하기도

 MBC <위대한 유산>에 출연하는 AOA 찬미

MBC <위대한 유산>에 출연하는 AOA 찬미 ⓒ MBC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낙점된 <위대한 유산>의 고정 출연자는 특집 프로그램 당시부터 참여했던 김태원 부자를 비롯해 배우 강지섭 부자, 아이돌 그룹 AOA의 찬미 모녀, 영화감독 임권택-배우 권현상 부자다.

이들의 사연도 범상치는 않다. 권현상은 평생을 너무나도 큰 아버지의 존재에 짓눌려 살다 못해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고, 찬미는 일찍이 이혼하고 자신을 홀로 키워온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간직하고 있다. 도회적인 이미지의 강지섭은 사실 43년간 중식당을 운영해 온 아버지를 위해 철가방을 들고 시내를 누빈다. 

제작진은 이들에게 기존의 가족 예능 프로그램처럼 매주 특별한 체험을 하도록 하는 대신, 그저 카메라가 이들의 일상을 좇도록 했다. 때문에 촬영하는 동안 세 마디만을 주고받았다는 임권택-권현상 부자의 모습도 별다른 포장 없이 그대로 방송된다. 출연진 중 그나마 예능 프로그램 경험이 있는 김태원은 제작진에게 "이게 방송이 되느냐"고 되묻기도 했단다.

이에 대해 김명정 작가는 "(가족의 모습을) 포장하려 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프로그램에 조미료를 가하는 데엔 선수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번엔 (그런 부분을 모두 포기하고) 흰죽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흰죽처럼 밍밍한 <위대한 유산>에 제작진이 그럼에도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출연진의 모습을 통해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용 CP는 "백종원이나 김영만에게 시청자가 열광했던 이유는 그들이 모두 '괜찮다'고 말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며 "이들처럼 <위대한 유산>을 본 시청자가 '괜찮다'는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미 PD도 "<위대한 유산>을 보고 시청자가 부모님도 생각하고, 전화를 걸어 안부도 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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