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보다는 케미스트리, 소지섭의 매력 십분 활용한 <오 마이 비너스>는 통했다

스토리보다는 케미스트리, 소지섭의 매력 십분 활용한 <오 마이 비너스>는 통했다 ⓒ KBS


애초 분위기는 좋았다. 소지섭과 신민아라는 톱스타 캐스팅. 1위를 수성하고 있던 <육룡이 나르샤>는 <오 마이 비너스>(아래 <오마비>) 첫 회 방영시간에 야구 중계로 결방까지 되었다. 아직 13%대의 시청률로 1위를 이어가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에는 충분히 도전장을 내밀어 볼 만했다. 비슷한 소재를 사용한 <그녀는 예뻤다>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 역시 분위기를 고조시킨 요인 중 하나였다.

뚜껑이 연 순간에는 다소 흔들리는 것 같았다. <오마비>는 스토리가 다소 진부하다는 일각의 평과 함께 7%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전 기대감에 비하면 아쉬운 출발이었다.

그러나 이제 <오마비>는 9%를 넘기며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화려한 유혹>은 이미 잡았고, <육룡이 나르샤>의 벽을 뚫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육룡이 나르샤>는 탄탄한 이야기를 자랑하지만 사실상 처음부터 드라마를 보지 않은 시청자가 중간에 유입되어 즐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가볍고 통통 튀는 <오마비>의 약진이 예측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과연 <오마비>의 흥행 포인트는 무엇인가.

뻔한 이야기, 뻔하지 않게 만드는 '캐릭터'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로맨틱 코미디는 그 이야기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로맨틱 코미디의 이야기가 특별해지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잘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테면 <별에서 온 그대>는 외계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빙의라는 소재가 등장했다. 이 역시 독특한 캐릭터 구축을 위해서이다. 가장 최근 성공리에 막을 내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도 '폭탄녀'의 변신 과정을 그려내며 캐릭터를 살려냈다.

<오 마이 비너스> 역시 <그녀는 예뻤다>와 유사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퀸카였던 여주인공이 '역변'을 했고, 다시 예전의 미모를 찾게 된다는 흐름이다. 이런 '변신'은 이미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십 번도 더 사용된 '물린' 소재다. 그러나 <그녀는 예뻤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재는 아직 유효하다. 식상한 이 소재가 시청자에게 유효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바로 망가진 여자 주인공에게 시청자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이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여주인공의 처지를 부각해야 한다. <그녀는 예뻤다>의 황정음은 폭탄 머리를 하고 얼굴에는 빨간 주근깨를 그렸다. 직장은 구하지 못한 데다가 나이는 서른을 넘었다. 출근 첫날부터 앞에 떨어진 껌을 자신의 앞니라고 착각하는 장면은 박장대소를 터뜨리게 한다. 황정음은 김혜진으로 분해 더는 망가질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 첫사랑을 직장상사로 만나 온갖 모멸적인 말들을 견뎌내야 하는 것은 덤이었다.

드라마 속 김혜진은 못났고, 불쌍하고, 처절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오히려 여주인공을 돋보이게 했다. 그 속에서 캐릭터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자신이 맡은 일을 억척스럽게 해내는 김혜진에게 시청자들은 마음을 줬다. 폭탄 머리와 주근깨가 빼곡한 얼굴은 오히려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초반의 이런 캐릭터 설정은 후반부의 흔들리는 전개 속에서도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오 마이 비너스> 속에서 신민아가 맡은 강주은 역할은 다르다. 살이 쪘지만, 신민아의 사랑스러운 얼굴과 반짝이는 피부는 그대로다. 까놓고 말해서 그 정도면 일상생활에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의 몸매라고 봐도 무방하다. 신민아는 일단 비주얼로 시청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비주얼뿐만이 아니라 그의 상황에도 큰 공감이 가지 않는다. 빚이 있는 것으로 설정은 되었다지만 그의 직업은 엄연한 변호사다. 번듯한 로펌에서 일하는 그의 '살' 고민은, 시청자가 공감하기에 너무 세련됐다. 그가 살을 빼는 이유에 시청자가 공감하기 빈약하다는 뜻이다. 15년 사귀었던 남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그 남자와 사귀는 여자는 자신의 동창인 데다가 법무법인의 부대표라는 사실이 더해지지만, 강주은이라는 여자가 겪는 끔찍한 현실 속에 동화되지는 않는다. 그저 살이 쪘어도 이미 예쁜 신민아의 얼굴에만 시선이 고정될 뿐이다.

소지섭과 신민아가 만들어 내는 화학 효과

이러한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서인지, 이 드라마는 사랑스러운 신민아보다 소지섭이 연기하는 김영호 캐릭터를 부각한다. 그리고 '여주인공 변신' 스토리의 정석을 따르지 않고도 둘 사이의 로맨스를 처음부터 강조하며 기사회생했다. 강주은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백마 탄 왕자 설정은 낡았다. 하지만 소지섭이라는 개성 강한 배우의 열연에 힘입어 매력도가 120%로 증가했다. 여성 시청자들이 환호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여자 주인공의 존재감 역시 소지섭의 사랑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신민아의 사랑스러움으로 극복됐다. 살 때문에 겪어야 하는 굴욕이 와 닿지 않는 상황에서도, 드라마의 분위기는 고조됐다. 물론 스토리 자체에 문제점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배우들의 매력을 강조한 전략은 통했다.

<오마비>의 이야기는 갈 곳이 정해져 있다. 그 정해진 이야기 구조 안에서 시청자들이 갈구하는 것은 남녀 주인공의 '케미스트리'이다. <오마비>가 끝까지 그들의 매력을 고갈시키지 않고 발산이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같은 시간대 1위를 기대해 볼 만하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비너스 소지섭 신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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