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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업계의 선두주자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그리고 아마존이 움직이면 언제나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11월 첫째 주는 온통 아마존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경천동지할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발표한 것도 아니었다. 혁신의 개척자 아마존이 가지고 있던 평소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생경한 소식 때문이었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아마존의 본래 모습이 온라인 서점이었다고 말해준다면 놀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 같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아마존'하면 떠오르는 첫 이미지가 '책'이다.

20년 전만 해도 서점에 가야 살 수 있었던 책들을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바로 아마존이다. 나는 아직도 그 첫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세상의 질서를 완전히 뒤집어엎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한동안은 책만 온라인 유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아마존은 보란 듯이 모든 제품을 온라인화 해버렸다. 이후 아마존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공가도를 달렸으며, 이제는 유통과 정보산업 그리고 기존의 굴뚝산업까지 넘보는 거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그 아마존이 다시 '책'을 화두로 삼았다. 이번에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였다. 지난 11월 3일(현지 시각) 아마존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서점을 오픈했다. 사람들은 서점이 사양사업이라고 말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서점 사업은 양대 산맥이라 일컬어졌던 반스앤노블(Barnes & Noble)과 보더스(Borders)의 양분체제였다.

이 두 업체는 체인점을 경쟁적으로 늘려가면서 동네서점들을 초토화시켰다. 그러다 2011년, 후발주자였던 보더스가 경영난으로 결국 폐업했다. 홀로 남은 반스앤노블은 지금껏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역시 사업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그만큼 오프라인 서점사업은 어렵고 힘든 가시밭길 투성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아마존에서 무작정 뛰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존이 했으니 뭔가 특별한 것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여 서점 개장 첫날, 언론들은 아마존 오프라인 서점을 르포 기사로 다루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유에스투데이와 같은 주요 언론들에서는 다소 생뚱맞다는 반응을 내놓았고, 냉소적인 시각으로 아마존의 시도를 비꼬는 언론도 있었다. 전혀 아마존답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대체적인 논조였다.

'아마존답지 않다'는 언론 반응, 직접 방문해보니

시애틀 아마존 오프라인 서점 외관
 시애틀 아마존 오프라인 서점 외관
ⓒ 아마존 북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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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오프라인 서점 1호점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오프라인 서점 1호점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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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 직접 매장을 방문해 보았다. 오전 시간이었음에도 매장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나처럼 호기심에 이끌려 온 것 같았다. 기자로 보이는 서너 명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매장의 고객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아마존 1호 서점은 시애틀 워싱턴 주립대학(UW Seattle)에서 가까운 유니버시티 빌리지(University Village) 상업구역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시애틀 지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상권 지역이다.

시애틀 아마존 오프라인 서점 내부
 시애틀 아마존 오프라인 서점 내부
ⓒ 아마존 북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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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구조는 여느 서점과 다를 바 없이 꾸며져 있었다. 오히려 평범하다는 느낌이었다. 아마존 로고의 기본색인 검정색과 고동색이 전체적으로 드리워져 있었고, 진열대와 책장의 나무 톤이 더해져 아마존의 기업 이미지를 한껏 살렸다. 차분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역동성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할까. 그러나 이미 대형서점에 길들여진 소비자의 안목으로 바라보았다면 너무나 협소한 공간에 적지 않게 실망했음이 분명하다.

얼추 보기에도 100여 평 남짓의 작은 공간이었다(언론 보도에 따르면, 매장 넓이는 510㎡, 155평 정도다). 좁은 면적 탓에 책장 사이의 공간도 상당히 비좁아 두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버거웠다. 기존의 대형서점에 중간 중간 쉼터와 독서 테이블이 놓여있는 것과 대조됐다.

아이들 책만 따로 모아놓은 공간도 비슷한 처지였다. 그저 모양새만 꾸려놓은 것이지 마음대로 뒹굴거나 편안한 자세로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그 좁은 면적에 차 마실 공간을 만드는 것도 어불성설이었다. 커피의 본고장인 시애틀에서 책방에 커피점을 넣지 못한 것이다.

서점사업이니 책에 있어서 만큼은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면 그것 역시 지나친 바람이 될 것 같다. 제한된 공간과 책장에 꽂힐 수 있는 책은 아무리 많이 잡아봐야 수천 권 내외였다(아마존 서점은 6000여 종의 책을 비치하고 있다). 신간 서적과 베스트셀러 그리고 당장 구입해야 하는 참고서와 잡지 따위가 대부분이었다.

책보다 더 눈에 띄는 것, '아마존 닷컴'

서점의 정중앙에는 아마존의 전략 제품인 킨들(Kindle)과 파이어 TV 스틱(Fire TV Stick)이 주인공 행세를 하며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서점의 정중앙에는 아마존의 전략 제품인 킨들(Kindle)과 파이어 TV 스틱(Fire TV Stick)이 주인공 행세를 하며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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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서점의 정중앙에는 아마존의 전략 제품인 킨들(Kindle)과 파이어 TV 스틱(Fire TV Stick)이 주인공 행세를 하며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시킨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아마존의 전략적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불필요하게(?) 많아 보이는 종업원들의 숫자였다. 그런데 그 차림새가 범상치 않았다. 머리에는 헤드폰을 걸치고 한손에는 '킨들'을 들고 있었다. 마치 전시장의 도우미들처럼 잘 훈련된 그들의 서비스는 어느 한곳을 일관되게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아마존 닷컴' 이었다.

"○○○ 책이 안 보이는데 어느 책장으로 가면 찾을 수 있을까요?"
대답 1) "잠깐만요, 찾아봐 드릴게요. 손님, 이곳에는 ○○○ 책은 없습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시면 다음날 받으실 수 있습니다. 주문해 드릴까요?"
대답 2) "손님 그 ○○○ 책은 킨들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킨들을 사용하고 계신가요?"

아마존 북스 부사장 제니퍼 캐스트(Jennifer Cast)는 언론에 배포한 보도 자료를 통해 아마존 서점의 목적과 의도는 어디까지나 아마존 닷컴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온라인의 장점을 한곳에 모아 오프라인과 통합하려 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아마존 철학의 핵심인 고객우선주의와 고객편의주의를 실천하는 장으로서 오프라인을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휴게 공간에 설치되어 있는 단말기는 아마존 닷컴과 연결돼 있었다
 휴게 공간에 설치되어 있는 단말기는 아마존 닷컴과 연결돼 있었다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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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에 설치된 바코드 스캐너(Bar-code Scanner)에 서적이나 진열되어있는 기타 제품의 바코드를 갖다 대면, 모니터에 아마존 닷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가격대가 나타난다.
 벽면에 설치된 바코드 스캐너(Bar-code Scanner)에 서적이나 진열되어있는 기타 제품의 바코드를 갖다 대면, 모니터에 아마존 닷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가격대가 나타난다.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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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점에는 이러한 고객편의주의를 경험할 수 있는 장치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매장을 돌아다니는 도우미들이 그 중 하나였고, 휴게 공간에 설치되어 있는 단말기는 아마존 닷컴과 연결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또한 아마존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어 있었다. 바로 가격 비교제. 벽면에 설치된 바코드 스캐너(Bar-code Scanner)에 서적이나 진열되어있는 기타 제품의 바코드를 갖다 대면, 모니터에 아마존 닷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가격대가 나타난다. 이를 비교해 고객들은 최저 가격으로 물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을 연 '진짜 이유'

서점을 다 돌아보고 난 후 느낀 개인적인 감상은 그렇게 썩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두 가지로 요약한다면 서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다는 것과, 충동구매가 끓어오를 만큼 물건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다. 일부러 찾아올 만큼 매장의 분위기가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아마존이 의도하고 계획한 사업 모델은 과연 무엇일까. 이런 궁금증은 한 언론사의 분석 기사를 통해 말끔히 해소되었다.

5일자 <복스>(Vox)에 따르면, 아마존은 결코 서점 사업으로는 돈 벌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아마존이 서점사업을 기획하고 실행으로 옮긴 것은 '아마존 허브'(Hub)를 구축하는 첫 단계 사업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은 이러한 오프라인 허브기지를 활용하여 그들의 숙원 사업인 '일일배달계획'을 실현시키고, 반품을 처리하고, IT관련 제품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의 기본 전략은 아마존의 기업 가치를 무한대로 확대재생산 하는 것이다. 그는 아마존의 기업가치가 아직도 저평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지향하는 기업, 혁신을 이끌어내는 기업 아마존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한 통합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를 선도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도 유통기업인 아마존의 발목을 잡아채는 것은 언제나 배송 비용의 증가였다. 비용 증가는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고객우선, 고객편의주의를 거스르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의 혁신은 언제나 우선순위 과제였다.

그들의 의도대로 아마존 서점이 아마존 닷컴의 배송기지로서, 킨들의 중간기지로서의 역할을 100% 하게 될지는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제니퍼 부사장은 서점 사업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도 2호점, 3호점의 개점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아마존,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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