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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65세 이상에게 우선으로 접종하는 와중에 내게도 기회가 찾아온 것은, 미국에서 필자의 직업이 백신접종 필수(Essential) 직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우여곡절'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이유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가이드라인만 봐서는 도무지 제대로 된 접종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되는 시스템으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은 정상적이기 어렵다는 게 필자의 최근 경험에 의한 결론이다. 이 시스템은 보건 및 의료진과 사회안전 질서를 위해 필요한 극소수의 인원에게만 접종하던 시절의 환경을 반영한 것이라 추측되는데, 특히 65세 이상의 일반인으로 범위를 확대하면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드러내고 있다. 

자격여부 확인 어렵고 우선접종 대상자인지도 모호
 
미국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간 대형마트 내 약국 모습.
 미국 코로나 백신을 맞으러 간 대형마트 내 약국 모습.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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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선의 시작은 신청서를 제출하고 자격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부터 발생한다. 65세 이상이거나 필자처럼 필수 직종에 종사하면 우선 접종 대상자에 속한다. 주 보건 당국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그 즉시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65세가 아니라면, 신청자는 접종 시기를 나중에 알려주겠다는 상투적인 대답만 듣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직 자신의 접종 순서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접종 신청서를 받는 웹사이트가 사실 몇 곳이 더 있다. 접종을 전담하는 의료기관이나 하청 업체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고, 보다 구체적 계획과 일정을 받을 수도 있다. 보건 당국의 웹사이트에서 무성의한 반응을 접했던 소비자로서는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기분이 들 것이다. 

또 다른 혼선은 이들 사설 업체의 웹사이트에서는 접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의료 및 보건 관련의 직종을 제외한 나머지 직종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환자의 경우 어떤 상태가 우선 접종 대상자로 되는지에 대한 구분도 모호하기만 하다.  

주변에서 지인들이 겪는 사정을 통해서도 그 불합리성을 알 수 있다. 국토안보부 산하의 직장에서 일하는 한 지인은 매일 수백 명 사람과 접촉하는 필수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신청서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교도소 교정 요원으로 근무하는 이웃 역시 접종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며 볼멘소리로 보건 당국의 정책을 비판한다.

반면에 보험 설계사로 집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지인은, 필수 직종에 해당한다면서 이미 한 달여 전에 백신을 맞았다고 한다. 동물 병원과 은행에 다니는 종사자 중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접종을 마친 경우가 있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지난 4일, 퇴역 군인에게도 백신 접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질병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퇴역 군인에게 대상을 확대한 것이라서 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파격적이었다. 백신 접종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보인다. 

다만 암, 당뇨와 같이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주변 환자들이 우선접종 대상자에서 벗어난 것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호흡기 환자라든가 과체중에 한해서만 접종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모호한 규정 탓에, 중증 환자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저항력이 일반인보다 떨어지는 환자들은 나이, 질환의 종류, 병력과 상관없이 우선접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백신 두고 빚어지는 미국 내 혼선, 왜일까 생각해보니

이러한 불합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한두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백신 할당량이다. 대형 의료 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소규모 의료 기관이나 하청 업체는 매일매일 그 할당량이  정해진다. 배급제로 전달되는 백신은 반드시 정해진 기간 안에 모두 소비해야만 한다. 

아직도 주류 사회 백인 노년층에서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거나, 일부 과대 선전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접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남아도는 백신을 어떻게든 소비해야 하는 하청업체의 입장에서는, 우선 접종 대상자의 경계를 허문 뒤 눈치 있고 발 빠른 신청자에게 특혜를 줄 수밖에 없는 특이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 추정은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의 정책 불일치다. 연방정부에서 내놓은 가이드라인과 프로토콜을 주 정부에서는 다르게 적용하거나, 전혀 따르고 있지 않다는 추론을 세울 수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워싱턴주는 민주당의 아성으로 꼽힌다. 그런데도 바이든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이유는, 백신 접종률을 평균치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반대 경우도 있다. 아이다호주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다호주 질병통제국에서는 백신이 남아돌 정도로 여유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홍보하는데, 이것은 그 주의 백신 접종률이 다른 주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주민 대다수가 공화당 골수 지지자이며 백신을 거부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 연방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으려는 주 정부의 정책이 한 몫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미국 내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접종이 시행된다. 시급히 시행착오를 정비해 시스템을 보완하지 않으면 대규모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접종 시 본인을 확인하는 절차를 위해 신분증과 의료보험 카드를 보여줘야 한다. 65세 이상이라면 의료혜택이라 할 수 있는 메디케어 증명서를 지참하면 되는데, 문제는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다. 절대 빈곤층이거나 외국인 또는 불법 체류자의 경우 백신을 맞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CDC에서는 미국 내 모든 거주자에게 무료로 접종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코로나 백신, 내 차례가 왔다 

며칠 전 내가 사설 업체로부터 접종 통지를 받고서 찾아간 곳은 초대형 마트 안에 설치된 약국이었다. 접종 장소는 현재 거주지와는 상관없이 무작위로 정해지는 것 같았다. 일반 약국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있으므로 전혀 생경한 경험은 아니었다. 줄을 서거나 오래 기다리는 일은 없었다. 간단히 인적 정보와 보험 카드를 다시 입력하고,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확인했다. 백신 접종 뒤 모든 의료적 책임을 본인의 소재로 하겠다는 각서에 서명하고 순서를 기다렸다.  

칠순 가량 돼 보이는 부부 한 쌍이 미리 기다리고 있었고, 내 뒤로 중년 여성 한 분. 이렇게 세 명이 그 시간대 접종 대상자였다. 15분가량 기다리는 동안, 미리 나눠준 모더나(Moderna) 백신 기본 정보가 담긴 팸플릿을 꼼꼼히 읽어볼 수 있었다. 모더나 백신 또한 다른 백신과 마찬가지로 1차 접종 뒤 4주 후 2차 접종을 맞아야 한다. 
 
접종지에서 받은 모더나 백신 설명서. 주로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접종지에서 받은 모더나 백신 설명서. 주로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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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안내서의 대부분을 할애한 것은, 말 많고 의견이 분분한 '부작용'에 관한 것이었다. 부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백신의 작동원리를 설명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고, 덕분에 백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부작용에 관한 설명은 이미 설명해 놓은 것이 많고 또 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내 차례가 돼 약사와 대면하면서 이것저것 질문이 오고 갔다. 약사는 나의 상태와 혹시 기저질환이나 다른 병을 앓고 있는지 물었고 직업에 관해서도 물어봤다(아마도 마지막 자격 테스트가 아니었나 싶다). 기자 정신을 발휘한 나의 질문은 부작용에 관한 것이었다.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답을 해주리라 기대했는데,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구체적인 것을 알려주었다.

"백신 접종에 부작용 있나요" 약사의 대답

약사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설명해줬다. 백신 부작용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고 한다. 지극히 일반적인 부작용과 지극히 개인적인 부작용이 그것이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99% 넘는 접종자가 지극히 일반적인 부작용을 경험한다고 한다. 하루나 이틀 정도 근육통을 동반하는 등 독감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게 경험하는데, 이는 거의 예외가 없다고 한다. 
 
백신 접종 인증 샷
▲ 백신 접종 인증 샷 백신 접종 인증 샷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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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접종 뒤 실신하거나, 심장발작 또는 사망에까지 이르는 극심한 부작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작용에 해당한다고 한다. 사람마다 면역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극히 희박한 경우라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본 적이 없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설명하기 어렵다면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일반인이라면 심각한 부작용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서 나를 안심시켰다.

내 차례가 왔다. 두근두근거리며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드디어 백신을 맞았다. 약사는 접종 뒤 15분 간 그 자리를 뜨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 만약 이상 반응이 일어나면 즉시 알려주거나 911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매년 맞는 독감 백신과는 다르게, 코로나 백신 반응은 즉시 나타났다. 필자가 예민한 탓일 수도 있겠으나 약간의 어지럼증이 나타났고 서서히 몸에서 반응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선입견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접종 뒤 15분간 지켜봤으나, 특이한 반응이 없어 그 자리를 뜰 수 있었다.  

본격적인 반응은 2시간 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사 부위 통증이 점점 강도를 높여갔다. 어릴 적 맞았던 콜레라 주사의 기억이 떠올랐다. 간혹 미약하게 메스꺼운 느낌이 나타났고, 집중력 또한 흩어지고 있었다. 일상생활에 지장 줄 정도는 아니었다. 불편함을 느꼈으나 식욕은 떨어지지 않았고, 피곤함 덕분인지 그날은 잠을 깊이 잘 수 있었다. 

백신에 의한 면역 반응은 둘째 날에도 이어졌다. 첫날보다는 반응이 격했다. 말로는 표현하기 미묘한 몇 가지 증상이 더해졌다. 개인적으로 일반적인 독감 백신보다 몇 배가량 강도가 세다고 생각했다. 먼저 맞은 경험자들의 접종 후기를 읽어보면, 그들도 이틀째가 힘들었다고 공통으로 대답했다. 전날 만난 약사 역시 이틀째가 힘들 것이라며 귀띔해 주었다. 

주사 부위 통증은 파상풍 백신이나 대상 포진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통증과 맞먹었다. 다른 백신과 구분되는 것은, 유독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과 더불어 약한 두통이 드문드문 발생하는 것이었다. 가끔 팔과 다리와 허리 등에서 산발적으로 근육통이 발생하기도 했다. 마치 통증이 온몸을 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특히 움직이는 것이 귀찮을 정도로 온몸에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소파에 의지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약사의 권고대로 '푹' 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흘(3일)째 되는 날, 언제 백신을 맞았나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주사 부위에 약간의 통증이 남아 있었고, 잠시 잠깐 집중력이 흩어지는 듯한 증상이 스쳐 지나갈 정도였다.  

이제 4주 후면 2차 접종을 받는다. 어떤 이는 2차 접종이 더욱더 힘들었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다고도 한다. 사람마다 반응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계란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특히 힘들다는 속설이 들린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계란 알레르기가 있다면 미리 알아보거나, 백신 접종 뒤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기 바란다. 

일부 언론이 말하는 백신 부작용, 그 정도는 아닙니다
  
코비드 백신 접종 증명서
▲ 코비드 백신 접종 증명서 코비드 백신 접종 증명서
ⓒ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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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은 말하고 싶다. 일부 한국 언론에서 떠드는 백신 부작용에 관한 기사들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선전·선동을 위해 쓰인 기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다른 나라 언론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백신 자체를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고 부작용을 과하게 강조하는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적어도 언론이라면 국민의 삶과 직결된 보건, 방역과 관련해서는 인본적 태도를 견지해야 하고 고도의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부작용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개인마다 부작용이 약하게 나타날 수도 있고 극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지구촌을 위기로 몰고 간 팬데믹 사태를 하루빨리 끝내려면 지금으로서는 백신 접종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느낀다는 것은 곧 항체가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정도의 고통은 감수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사회구성원의 하나로서 해야 할 마땅한 도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태그:#코로나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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