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태임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거리에서 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스타로드 행사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이날 스타로드 행사는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아시아필름마켓 공동 주최로 열렸다. 스타로드는 아시아 각국의 유명 배우와 영화인들이 해운대 영화의 거리에 설치된 150 미터에 달하는 레드카펫을 걸으며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행사이다. 스크린 속 배우들의 눈부신 등장에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과 영화팬들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맞이했다. 이날 행사에는 배우 신현준, 김우빈, 이태임, 김고은과 아이돌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엑소의 도경수(디오), 카라의 박규리 등이 참석해 개막식 레드카펫과는 또 다른 매력을 팬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일까지 세계 75개국 304편의 작품이 해운대 영화의전당과 센텀시티, 남포동 등 6개 극장 35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지난 10월 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거리에서 레드카펫 행사를 소화한 이태임. 걸그룹 예원과의 갈등 이후 공식석상엔 처음 모습을 드러낸 행사였다. 당시 그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 유성호


'언니 저 맘에 안들죠?'라는 한 마디는 올해 크게 주목 받았던 문장이 되었다. 배우 이태임과 아이돌 가수 예원의 촬영장 갈등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사실 관련 영상이 유출되지 않았다면 조용히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언론을 통해 기사화 되고, 이후 초미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애초에 이태임의 욕설이 부각되었던 사건은 예원의 다소 예의 없는 표정과 말투로 인해 전세가 역전되었다. 그 전에는 피해자로서 자신을 설명하던 예원 측의 입장이 뒤집어지는 순간이었고, 이는 대중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다소 솔직하지 못했던 예원에 대한 대중의 실망감이었다.

위험했던 이태임의 예능 출연

그렇다고 해서 이태임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태임 역시 먼저 흥분해 욕설을 퍼부은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태임은 이 사건의 피해자처럼 묘사되기 시작했다. 이태임 역시 '그동안 힘들었지만 이제는 괜찮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다'며 언론 인터뷰하기도 했다.

따라서 지난 7일, 예능 프로 < SNL코리아6 >에 이태임이 출연한다고 했을 때, 이태임이 어떻게 그 사건을 해석할지 충분히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예원을 가해자로 놓고, 자신을 피해자로 설정한다면 그의 TV 프로 출연이 독이 될 여지가 컸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미 이태임과 예원의 사건은 여러 형태로 패러디가 되고 웃음거리로 쓰인 후지 않나.

심지어 < SNL 코리아 >에서 조차 두 사람의 갈등을 패러디했었다. 자칫 이태임의 출연이 식상하게 보일 위험도 있었다.

우려와 달리 이태임은 처음부터 "내가 더 잘못했다. 아직도 피해를 입고 있을 예원씨에게 미안하다"며 자신을 낮추고 들어갔다. 이어진 꽁트 역시 예원보다는 이태임 자신에게 맞춰져 있었다. 군에 입대하기 위한 인성검사에서 떨어진다거나, 할머니 분장을 한 정이랑에게 "얻다 대고 반말이냐, 왜 눈을 그따위로 뜨냐"는 비난을 듣는 식이었다.

상대 탓하지 않고 먼저 낮아지기

 지난 7일 방송된 < SNL 코리아6 >의 한 장면. 이태임이 출연해 재치있게 꽁트를 선보였다.

지난 7일 방송된 < SNL 코리아6 >의 한 장면. 이태임이 출연해 재치있게 꽁트를 선보였다. ⓒ tvN


포인트는 예원이 아닌 이태임 자신에 있었다. 스스로가 후배에게 했던 행동과 욕설에 초점이 맞춰 있었던 것이다. 직접 그 패러디를 주도했다는 점도 신선했지만 핵심은 남의 잘못을 비꼰 게 아닌 자신의 실수를 확실히 인지했다는 데 있었다.

그의 패러디는 대중이 훨씬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개그로 승화되었다. 사실 이런 개그는 대중이 그 사건에 대해 불편하고 심각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 때는 불가하다. 상황 상 시간이 많이 지났고, 이태임 역시 전부터 수차례 사과를 해왔기에 7일 방송과 같은 기획이 가능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이태임이 그 개그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이나 또 다른 감정을 증명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을 낮추고 잘못을 대중에게 한 번 더 유쾌한 방법으로 사과할 여유를 찾은 셈이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잘못을 저지른 후 어떻게 수습하는 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적절한 때와 방법으로 사과해야 한다.

억울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자신이 먼저 낮아질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태임은 이런 기준에서 적절하게 사과했다. 이로써 대중에게 이태임을 다시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결과적으로 이태임의 이번 < SNL코리아6 > 출연은 득이 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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