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에서 김정미(인천 현대제철)는 한국 여자축구를 16강 토너먼트에 올려놓으며 세계적인 골키퍼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태극낭자로서 12년째 골문을 지키고 있으며 93회의 A매치 경험을 자랑하는 그녀가 2015년 한국 여자축구 최고의 팀을 가리는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여전히 빛났다.

최인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현대제철(정규리그 1위)이 2일 오후 7시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W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 이천 대교(정규리그 2위, 플레이오프 승리 팀)와의 원정 경기에서 골키퍼 김정미의 눈부신 선방에 힘입어 0-0 득점 없이 비기고 일주일 뒤 홈에서 열리는 2차전을 통해 영광의 3연패를 노리게 되었다.

GK 김정미의 놀라운 순발력

전반전은 여자 국가대표 골키퍼 둘의 슈퍼 세이브 맞대결이 뜨겁게 이어졌다. 먼저 실력을 자랑한 주인공은 홈팀 이천 대교의 골키퍼 전민경이었다. 경기 시작 후 2분 만에 인천현대제철의 외국인 선수 둘(비야-따이스)이 날카로운 연결을 통해 좋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침착하게 각도를 잡은 전민경이 다리로 따이스의 오른발 대각선 슛을 막아낸 것이다.

정규리그에서 2위에 머물며 수원 FMC(시설관리공단)와의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이천 대교는 홈팬들 앞에서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일주일 뒤 인천으로 가서 치러야 하는 2차전을 감안하면 이천 대교 입장에서 이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

그래서 이천 대교의 박남열 감독은 선수들에게 대반격을 지시했다. 쌀쌀한 가을 저녁 날씨에서도 이천 대교 선수들은 놀라운 활동량을 자랑하며 인천 현대제철의 골문을 노렸다. 10분, 미드필더 권은솜의 과감한 중거리슛에 그 의지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권은솜의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여자 국가대표 골키퍼 김정미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기막히게 쳐냈다.

지난 6월 열린 FIFA(여자축구연맹) 여자월드컵을 통해 최고의 골키퍼로 찬사를 받은 김정미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계속해서 입증해 주었다. 14분, 이천 대교 골잡이 김상은이 상대 골키퍼 김정미와 혼자서 맞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각도를 잡고 슛 타이밍을 기다린 김정미가 오른손을 쭉 뻗어서 슈퍼 세이브를 보여주었다.

김정미는 그로부터 6분 뒤에 이천 대교의 왼발잡이 풀백 이은미가 날린 위협적인 중거리슛도 훌쩍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냈다. 홈팀 이천 대교로서는 상대 골키퍼 김정미의 슈퍼 세이브 행진이 야속할 수밖에 없었다.

후반전에도 흔들림 없는 '김정미'

양 팀 감독은 후반전에 선수 교체를 통해 승부수를 띄웠다. 홈팀 이천 대교의 박남열 감독이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한꺼번에 두 선수(김혜영, 이세진)를 들여보내며 1차전 승리에 더 절심함을 드러냈고 원정 팀 인천 현대제철의 최인철 감독도 57분에 이민아를, 67분에 전가을을 차례로 들여보내며 이천 대교 수비 라인을 흔들어놓고자 했다.

홈팀 이천 대교는 국가대표 간판 수비수 둘(심서연, 황보람)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키다리 골잡이 박은선을 센터백으로 기용하는 고육지책을 써야 했기에 공격적 위력을 보태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이천 대교의 박남열 감독은 59분에 미드필더 지선미까지 들여보내며 예상보다 일찍 교체 카드 세 장을 모두 써 버렸다. 그 덕분에 계속해서 인천 현대제철의 골문을 위협할 수 있었지만 골키퍼 김정미의 벽은 역시 높아 보였다.

75분에 이현영이 어려운 각도에서 오른발 돌려차기로 골을 노렸지만 낮은 자세로 끝까지 공을 응시한 김정미 골키퍼는 오른쪽으로 기막히게 몸을 날리며 인천 현대제철의 골문을 든든히 지켜주었다.

이처럼 김정미의 활약은 여자축구에서 골키퍼의 비중이 얼마나 큰가를 잘 말해주는 것이다. 그녀가 버티고 있기에 인천 현대제철은 2013년, 2014년에 이어 통합 챔피언 3연패에 도전할 수 있는 셈이다. 김정미와 동료들의 마음은 일주일 뒤에 열리는 홈 경기장(인천 남동아시아드 경기장)으로 벌써 가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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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W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 결과(2일 오후 7시, 이천종합운동장)

★ 이천 대교 0-0 인천 현대제철

◇ 챔피언결정 2차전 일정
☆ 인천 현대제철 - 이천대교(11월 9일 오후 7시, 인천 남동아시아드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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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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