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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사진은 지난 1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사진은 지난 1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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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15일 오후 4시 34분]

'청와대발 찌라시'도 '대통령기록물'이라며 기소를 강행했던 검찰이 체면을 구겼다.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정윤회 문건'을 유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아온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박 경정은 공무상 비밀 누설죄 등 다른 혐의가 인정돼 징역 7년에 처해졌다.

지난해 11월 28일 <세계일보>는 박 대통령의 측근 정윤회씨가 비선조직을 활용,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을 퍼뜨리는 등 국정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기사에 등장하는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 동향>보고서(정윤회 문건)는 박관천 경정이 작성, 조응천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에게 건넸다며 두 사람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대통령기록물 유출사건'으로 변하다

'정윤회 문건' 첫 보도 직후, 청와대는 이 보고서는 '찌라시'에 불과하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런데 검찰은 수사결과 이 문건은 그냥 찌라시가 아니라 '대통령기록물'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박지만 회장을 이용, 자신들의 입지 강화를 위해 꾸며낸 것이라고 했다. 자연스레 법원의 판단대상은 정윤회 문건 내용의 진위가 아니라 과연 이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인지 아닌지로 달라졌다.

청와대 "<세계> 보도에 나온 감찰보고서는 찌라시"
검찰 "조응천-박관천, 박지만 이용해 입지강화 노려"

14일 재판부는 그에 관한 첫 번째 결론을 내놨다. 한마디로 '정윤회 문건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였다.

조 전 비서관 등이 박지만 회장에게 전달한 보고서는 모두 17개다. 재판부는 이 서류들은 내용 자체가 감찰 업무와 연관 있으므로 보고서의 성격은 대통령기록물의 첫 번째 요건 '직무관련성'을 충족시켰다고 봤다.

그런데 해당 보고서들을 대통령기록물로 인정하려면 보호 필요성 역시 따져봐야 한다. 재판부는 이 점을 살펴본 결과 문제의 보고서들은 이미 보고가 끝난 서류를 추가 출력하거나 전자파일을 복사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검찰은 이 보고서들이 추가 출력물 또는 사본이어도 모두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창영 부장판사는 "검찰 주장대로 일부라도 폐기하면 모두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결론은 불합리하며 형벌 법규를 지나치게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소사실 중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은 더 나아갈 필요 없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그저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이제 남은 쟁점은 검찰이 보고서 10개에만 적용한 '공무상 비밀 누설죄'의 성립 여부였다.

이 보고서들에는 주로 박지만 회장 부부 관련 첩보가 있는데 박 회장 쪽에 확인한 사실관계는 어떻더라, 첩보 관련해 박 회장 쪽에 이러이러한 조치를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재판부는 이 점을 고려할 때,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박지만 회장에게 보고서를 전달한 것은 '감찰'이라는 정당한 직무수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만 담긴 '정윤회 문건'의 경우 박관천 경정이 조 전 비서관 지시 없이 박 회장에게 건넸다고 보인다며 이 부분만 유죄라고 했다.

검찰 수사 동의 못한 박지만 "그건 추측이겠죠"

핵심 쟁점 대부분 '무죄'... 고개 숙인 검찰

사실상 검찰의 전패(全敗)였다. 법정에 앉은 검사들은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선고 초반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조응천 전 비서관은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고 안경을 고쳐 쓴 다음 천장을 응시했다. 다만 공무상 비밀 누설죄와 뇌물죄가 인정돼 징역 7년에 처해진 박관천 경정은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편 재판부는 공직기강비서관실 파견 근무를 마치고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복귀한 박 경정의 사무실에서 청와대 문건을 무단 복사·유출한 한아무개 경위의 혐의는 전부 인정,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무죄 판결에도 조 전 비서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는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한 번도 제가 무슨 법을 위반했다고 생각한 적 없다"면서도 "검찰이 항소를 안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일은 만무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오랜 감옥살이를 하게 된 박 경정을 두고 "인간적으로 딱하다"고 말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정윤회, #조응천, #박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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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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