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영화 <성난 변호사>로 이선균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치열한 법정 공방을 주도하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는 변호성 변호사 역을 맡았다. ⓒ 이희훈


언제부턴가 이선균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달콤한 연인이거나 남편으로 등장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그가 자신을 던지며 입체적 캐릭터를 연기해오고 있다.

전작 영화 <끝까지 간다>(2013)에서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게 된 형사로 분하며 범죄 액션의 가능성을 보였던 그가 이번엔 사명감 따위는 접어둔 '날라리 변호사'로 돌아왔다. 물론 반전이 있다. 최근 영화 <성난 변호사>에서 변호성 역을 맡은 이선균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변호성은 '이기는 게 정의'라는 주의로 사는 전도유망한 변호사다. 최고 승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그가 거대 제약회사의 음모에 휘말리며 결국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는 게 영화의 주 내용이다. 결정적인 계기로 불의에 맞선다지만, 이선균은 "변화의 계기가 어떤 정의감이나 직업적 사명감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간적인, 보다 인간적인

 영화 <성난 변호사>의 한 장면.

영화 <성난 변호사>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보신 분들 사이에서 변호성의 정의감에 대한 말이 나오는 건 아마 영화 <베테랑>이 크게 흥행해서인 거 같다. 인물의 과거를 돌아보면 개연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친구는 자존심이 행동의 동력이다. 매번 재판에서 승소하다가 깨지니 자존심에 상처가 난 거고 그걸 회복하려 한 거지.

다만 상대역인 진 검사(김고은 분)가 그를 경멸하는 걸 봐서 아마 검사 시절엔 굉장히 가슴 뜨거운 선배였을 거란 생각을 했다. 사람이 살면서 정치색이 바뀌듯 어떤 큰 벽을 만나 현실 조건을 따지게 됐을 거다. '나 혼자 발버둥 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하지만 자존심은 갖자' 이런 식으로."

어쩌면 이런 변호성이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영웅의 유형은 아닐까? 애초부터 투쟁심에 불타는 인물도 물론 극적일 수 있지만, 자신의 약한 부분을 극복하고 각성하는 캐릭터가 보다 인간적이다. <성난 변호사>는 주인공의 인간적 결함을 애써 노출시키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묘사하며 극적 효과를 노렸다.

이선균 역시 이에 동의했다. "자연스럽게 관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그는 "그게 바로 자존심을 지키는 변호성의 모습이다, 자신을 갖고 논 권력을 두고 반대로 이젠 자기가 갖고 놀겠다며 머리를 쓰는데 일종의 카드놀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선균의 조커, 그리고 아내

 이선균

매 작품 마다 그는 반성한단다. "배우는 자기를 표현하는 직업인 만큼 복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그의 연기관 중 하나였다. ⓒ 이희훈


이선균의 꾸준함에는 매번 자신의 연기를 치열하게 돌아보는 습관이 깔려있다. 이선균처럼 카드놀이에 비유하자면, 그는 건성건성 카드를 치고 있지 않다. 자신이 가진 패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작품마다 알맞게 패를 던졌는지,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패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우는 자기를 통해 표현하는 직업이기에 철저히 준비하고 고민하면서 복기해야 한다. <성난 변호사>에선 내가 하나의 작품을 온전하게 끌고 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그간 다른 작품에선 누군가와 주고받거나 적절히 힘을 분산하면 됐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내가 가진 조커가 있냐고? (웃음) 만들어 가야지. 과거에 출연한 멜로 영화를 두고 그런 말씀들을 하시는 거 같은데 조커를 당장에 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하나씩 게임에서 날 증명해 간다면 관객 분들이 믿음을 주실 거다."

 이선균

이번 작품을 통해 그는 철저히 극의 에너지를 홀로 이끌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고 여겼다. 관객을 설득하면서 동시에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을 두고 "어려운 미션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 이희훈


이선균을 인터뷰하는데 아내 전혜진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칠 수 없었다. 결혼 후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전혜진이 2년 전부터 여러 영화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근 영화 <사도>에서 전혜진은 사도의 생모 영빈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 <사도>가 잘 되면서 아내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이 커진 거 같더라. 실시간 검색어에도 뜨던데 원래부터 좋은 배우였다. 자기 자신을 외부에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라 그렇지. 결혼 전에도 그런 기질이었는데 육아를 하면서 자신감이 더 떨어져 보였다. 하지만 난 혜진씨의 능력을 알고 또 믿는다.

이번에 <사도> 작업이 참 좋았나보더라. 그게 중요하다. 배우는, 결과를 떠나서 어떤 작업을 했고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가 결정적이다. 좋은 스태프와 좋은 감독을 만나는 게 배우 입장에선 큰 행운이지."

<성난 변호사> 이후 이선균은 당장 사극과 멜로 누와르 등 두 편을 준비 중이다. "나의 쌍 조커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그가 웃으며 다짐을 전했다.

김고은 캐스팅은 이선균이?

 영화 <성난 변호사>의 한 장면.

영화 <성난 변호사>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성난 변호사>에서 진선민 변호사 역을 맡은 김고은의 출연은 사실 이선균 덕이었다.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은 진선민 역이었는데 이선균이 직접 김고은 소속사 대표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 사이지만 영화 전까지 일면식이 없던 김고은을 두고 이선균은 "대견하게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여배우로서 하기 힘든 역할을 소화하던 김고은을 내심 응원했던 사연을 전하며 그는 "로맨틱 코미디를 고은이가 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듣고 꼬신 것"이라 고백했다.

"고은이 팬 분들은 분량이 적어서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영화 홍보는 내가 다할 테니 곧 출연할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 집중하라고 했어요. 마니아층이 많은 원작 웹툰이고, 연출을 맡은 이윤정 PD도 뛰어난 분이라 크게 성장할 거라고 믿어요."



이선균 성난 변호사 김고은 임원희 치즈인더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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