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와 악수하는 김성근 감독 지난 25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 한화 김성근 감독이 완봉승을 거둔 로저스와 악수하고 있다. 게임 스코어 4-0.

▲ 로저스와 악수하는 김성근 감독 지난 9월 25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 한화 김성근 감독이 완봉승을 거둔 로저스와 악수하고 있다. 게임 스코어 4-0. ⓒ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의 2015시즌이 지난 3일 수원구장에서 마감됐다. 전반기를 마쳤을 당시만 해도 이글스의 2015시즌은 10월 초가 아닌 10월 중순 이후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이글스의 페이스는 급격한 하락을 거듭했다. 결국, 2015시즌 이글스는 68승 76패 승률 0.472, 최종 순위는 7위로 마쳤다.

이글스는 올 시즌 초반 '마리한화'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전국적인 인기몰이에 나섰다. 이글스의 행보를 감안할 때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마무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직전까지, 최근 5시즌 동안 이글스가 거둔 성적을 보면 결코 실패라고만 할 수 없다.

2010년 49승 82패 2무 승률 0.368 (8위)
2011년 59승 72패 2무 승률 0.450 (6위)
2012년 53승 77패 3무 승률 0.408 (8위)
2013년 42승 85패 1무 승률 0.331 (9위)
2014년 49승 77패 2무 승률 0.389 (9위)
2015년 68승 76패 0무 승률 0.472 (7위)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이글스는 시즌 60승에 도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승률 4할을 넘어서는 것조차 버거운 팀이었다. 특히나 2012시즌에는 류현진과 박찬호, 그리고 김태균까지 있었음에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 시즌의 성적을 두고 혹자들은 5강에 진출하지 못한 것을 실패라고 단정 짓는다. FA를 대거 영입하고(배영수, 송은범, 권혁) 구단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이글스의 경기 내용을 보면 무기력하게 물러나거나 고비를 넘어서지 못하고 스스로 자멸하던 이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끈기와 집요함이 느껴졌다. 그런 경기내용이 있었기에 이글스는 올 시즌 최고의 흥행 메이커로 등극할 수 있었다.

올 시즌 KBO리그는 사상 첫 10구단 체제로 출범했지만, 팬들의 관심을 유도할 만한 콘텐츠가 부족하였다. 예년과 비교하면 시즌 초반 관객몰이가 순조롭지 못했다. 메르스 공포가 불어 닥친 6월을 제외하더라도 전반적으로 KBO리그의 흥행 수준은, 최고의 티켓 파워를 보여주던 2011, 2012 시즌에 한창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른바 '마리한화'로 통칭하는 이글스의 집념과 끈기의 야구는 팬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안겨 주었으며, 홈구장뿐만 아니라 원정에서도 이글스는 최고의 흥행 메이커가 되었다. 올 시즌 새로 리그에 참여한 kt wiz의 홈구장인 수원 kt wiz 파크가 시즌 첫 매진을 기록한 경기의 원정팀도 이글스였다.

한화 이글스, 아쉬운 '만약에...'

팬들과 하이파이브 지난 9월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삼성의 경기. 올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한 한화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팬들과 하이파이브 지난 9월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삼성의 경기. 올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한 한화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만약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면 이글스는 더 뜨거운 스토리텔링을 연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글스는 전력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였다. 아쉬운 가정법이 여럿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들을 꼽는다면 다음과 같다.

하나, 야심 차게 영입한 FA 선발투수 배영수와 송은범이 합작 15승만 거두어 주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올 시즌 둘의 승수는 합쳐서 6승에 불과하다.

둘, 롯데의 아두치 같은 용병 타자만 있었더라면, 타선의 무게감이 달랐을 테다. 아두치는 올 시즌 28홈런 106타점, 타율 0.315, WAR 4.8을 기록 중이다. 반면 이글스의 용병 타자 모건과 폭스가 거둔 WAR은 합쳐서 0.46에 불과하다.

셋, 지난 7월 5일에 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면…. NC와의 주말 3연전에서 이글스는 이틀 연속 1점 차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시즌 첫 4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이글스는 다이노스에 경기 초반 5-0으로 크게 앞섰고, 당시 선발투수 송창식은 낙차 큰 변화구로 상대 타선을 손쉽게 요리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무심한 하늘은 이글스의 시즌 첫 4연승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고 말았다. 만약 이날 경기에서 이글스가 승리를 거뒀다면, 이글스는 전반기 목표했던 승패 마진 +7을 향해 순항했을지도 모른다.

넷, 두고두고 회자할 9월 8일 잠실경기. 이글스는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9월 5일과 6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서 내리 연승을 거두며 마지막 스퍼트를 향해 발동을 걸었다. 9월 8일 LG 트윈스와의 잠실 원정경기에서 2군에서 복귀한 에이스 로저스가 선발로 출격했다. 9회 말 트윈스 마지막 공격 직전까지, 이글스는 7-3으로 넉넉한 우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시 5위 자리 수성에 안정적인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던 즈음, 9회 말 1사에서 그렇게 수비가 좋은 베테랑 내야수 권용관이 평범한 1루 플라이를 놓치고 말았다. 구원 등판한 박정진은 안간힘을 다해 위기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몸이 지쳐버린 상태에서 심적으로 균열이 오면서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을 초래했다. 그 상황에서 투수교체를 단행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이 남았다.

무승부로 끝날 듯하던 경기는 12회 말 결국 트윈스의 끝내기 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로저스, 박정진, 권혁을 모조리 투입하고도 승리를 허무하게 날린 이글스는 이날 경기 이후 지쳐버린 몸에 마인드까지 통째로 흔들리면서 2015시즌 종료 시까지 5위 자리에 복귀하지 못했다.

10개 구단 모두 시즌을 치르면서 아쉬운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글스는 시즌 내내 포기할 줄 모르는 끈질긴 야구로 팬들을 사로잡았으나 사상 첫 144경기 시즌이라는 변수를 극복하지 못했다.

실패의 반복? 작년과 올해의 이글스는 분명 달랐다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지난 9월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삼성의 경기. 올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한 한화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지난 9월 3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삼성의 경기. 올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한 한화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올 시즌 이글스는 분명히 달라졌다. 2011시즌부터 리그를 지배한 삼성을 상대로 올 시즌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승을 거두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삼성을 비롯한 모든 구단에게 만만한 제물로 인식되었던 이글스가, 이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지게 됐다.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은 끊임없는 연구와 자기계발로 자기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팀을 변화시키는 탁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올 시즌만 하더라도 노장 박정진과 FA로 영입한 권혁으로 하여금 가지고 있는 모든 잠재력을 끌어내는 지도력을 발휘하면서 불펜을 강화했다. 물론 혹사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후반기 들어 두 투수의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팀 성적도 추락을 거듭했다. 숨어 있다가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는 여론도 있었다. 일부 기자들은 김성근 감독의 과거 업적마저 깎아내리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합리적이지 못한 논조로 빈정대는 사람도 있었고, 김성근 감독의 인격까지 거론하는 이도 있었다.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설을 사실인 것처럼 포장하여 인간 김성근을 깎아내리는 글 탓에 많은 이글스 팬이 분노하기도 했다.

이글스가 승승장구할 때는 찬양 일색이던 여론은, 후반기 들어 성적이 나빠지자 바로 등을 돌렸다. 올 시즌 김성근 감독과 이글스는 몰지각한 언론을 상대로도 힘겨운 신경전을 펼쳐야만 했다. 답은 단 하나다. 내년 시즌 보란 듯이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2015시즌 이글스는 그동안 자신들을 둘러싸던 기나긴 패배의식의 암흑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진정한 시험대는 2016시즌이 될 것이다. 물론 내년 시즌을 앞두고 이글스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우선 제대로 된 용병 선수들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올 시즌 탈보트가 2007년 세드릭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후반기에 영입한 괴물투수 로저스는 모처럼 이글스가 제대로 뽑은 용병 투수로 꼽히지만, 내년 시즌에도 팀에 남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 최소한 롯데 자이언츠의 린드블럼이나 레일리처럼 팀에 시즌 내내 공헌할 수 있는 용병 투수를 뽑는 것이 필요하며, 그것이 한 시즌의 농사와 직결될 것이다.

타자도 마찬가지이다. 모건과 폭스는 사실상 팀의 승리에 제대로 이바지하지 못했다. 그나마 폭스가 포수로서 변신하여 깜짝 공헌을 펼치기도 했지만, 꾸준한 도움에는 실패했다. 삼성의 나바로, NC의 테임즈, 넥센의 스나이더 등 상위권에 올라 있는 팀들은 착실한 용병 타자를 보유하면서 공격력 강화를 꾀할 수 있었다. 롯데의 아두치 급의 용병만 보강할 수 있다면 이글스 타선의 짜임새는 훨씬 강화될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투수진에서 운용할 수 있는 자원의 폭을 제한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년 시즌에는 올 시즌 절반의 실패를 교훈 삼아 분명히 다른 보완책을 들고나올 것이다. 내년 시즌 성적이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가을 무대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한 시즌 내내 이글스 팬들은 모처럼 신명 나게 야구장에서 응원곡 '나는 행복합니다'를 부를 수 있었다. 구단에서도 김성근 감독에게 팀의 개혁을 맡긴 이상, 올 시즌처럼 지속적인 믿음을 계속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글스 팬들의 팀 충성도와 애정은 절대적이다. 그 사랑이 내년에는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올 시즌 이글스는 분명히 달라졌다. 누가 감히 김성근 감독에게 돌을 던지랴.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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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형진 시민기자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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