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막돼먹은 영애씨 14>의 한 장면. 낙원사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주인공 이영애(김현숙 분)가 큰 뜻을 품고 동료와 함께 자신의 회사를 차린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생활고에 쫓긴 동료는 배신을 하고 떠나고, 맡으려 했던 일들도 하나씩 없던 일이 된다. 결국 이영애는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 식당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이렇게 자영업에 나선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현실은 300만에 이르는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도 드라마에선 여주인공을 여전히 사랑하는 옛 남자친구가 등장하여 구원의 두레박을 던져주지만, 쉽사리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없는 현실 속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9일 방송된 KBS 2TV <추적60분>은 이 현실에 주목했다.

망하거나, 쫓겨나거나, 빚지거나

 9일 방송된 KBS 2TV <추적60분>의 한 장면

9일 방송된 KBS 2TV <추적60분>의 한 장면 ⓒ KBS


2013년 기준 유통, 운수, 숙박 등 자영업자의 비중은 전체 대한민국 인구 중 42%다. 이는  OECD(경제 협력 개발 기구) 평균치인 15.8%의 2.6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그 중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5%다. 그리고 그들의 월 평균 수입은 100만원 미만인 경우가 태반이다. 100만원이면 한 가정이 한 달을 버티기 힘든 돈이다. 그럼에도 자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이토록 많은 현실은 무엇 때문일까?

<추적60분>은 대한민국에 6.25에 버금가는 상흔을 남긴 1997년의 외환위기 사태(IMF 사태)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IMF 사태 와중에 정리해고되어 거리로 내몰린 많은 직장인들이 2015년 자영업이라는 굴레 속에서 신음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와 국가는 직장에서 쫓겨난 이들을 방치했고, 결국 이들은 각자도생의 길목에서 자영업이라는 대안을 선택했다.

그것은 퇴직은 빠르지만, 재취업은 요원한 이 나라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끝없는 경기 침체와 과도한 경쟁 속에서 다시 그들은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다. 2015년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한때 400만 명을 육박하던 자영업자의 수가 300만 명 남짓으로 줄었다. 특히 1년 사이 10만 7000명의 자영업자가 폐업을 선택했다. 퇴직금을 쏟아 붓고, 남의 돈까지 빌려 자신의 가게를 열었던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해 동안 가게 문을 닫은 것이다.

대기업 명예 퇴직자였던 한 남자는 이제 친구네 방앗간 한편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떡집을 운영하지만, 하루에 5만원 벌이도 힘들다. 아내까지 가게에 나와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하지만 대출금 갚기도 요원하며, 그저 대안이 없어 하루하루를 버티는 신세다. 이처럼 계속된 경제 불황,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등 각종 사회적 현안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폐업하지만 않았을 뿐 망한 것이나 진배없는 사업을 이끌고 살아간다.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을 고발하다

 9일 방송된 KBS 2TV <추적60분>의 한 장면

9일 방송된 KBS 2TV <추적60분>의 한 장면 ⓒ KBS


그래도 버티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여전히 다수의 자영업자들이 법의 외곽 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돈만으론 사업을 시작하기 모자라 빚을 얻는다. 이들이 사업적 이득을 보기 위해선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임대업자의 '갑질'은 그들의 이익을 보전해 주지 않는다. 2015년 1월 임대차 보호법이 개정되었고, 7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지만 혜택은 크지 않다. 장사가 좀 되려나 싶으면 건물 주인이 나가 달라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심지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으로, 이 과정에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른다-기자 주)의 희생양이 되어 자영업자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일도 생긴다.

골목 상권을 침범해 오는 대기업의 진공청소기 같은 상권 확장은 또 다른 복병이다. 대한민국 사회 그 어느 곳에서도, 자영업자들을 위한 법적 사회적 보호 장치는 없다.

그간 많은 다큐멘터리가 한국 자영업자의 위기를 주목해 왔다. 그 중 이날 방송된 <추적60분>은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쉽게 용인되는 자영업으로의 유입, 그로 인한 과도한 경쟁,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 불황. 사회적 법적 보호 장치 없이 대기업과 임대업자 등 '갑'으로부터 끊임없이 수탈당하는 처지. 그 속에서 오로지 개인으로 이 모든 것에 맞서야 한다는 위기. 지금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내몰린 벼랑 끝 현실을, <추적60분>은 낱낱이 고발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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